공병호의 대한민국 기업흥망사 - 실패의 역사에서 배우는 100년 기업의 조건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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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우그룹, 쌍방울 그룹, 진로그룹, 쌍용그룹, 해태그룹, 신동아 그룹.....

한때는 대한민국 국가 경제를 선도하던 재벌 그룹이었지만 1997년 국가 환란(患亂)이라고까지 부르는 “IMF사태” 이후 이제는 이름조차 찾아볼 수 없는 그룹들이다. 그곳에서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자신의 청춘을 바쳐 일하던 직장인들은 다른 회사에 흡수 합병되는 설움을 삼켜야 했고 어떤 이들은 “명예퇴직”에 “강제 해고”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방황하게 되었다. 그 무렵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던 나도 예외가 아니어서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났고 그 후 가까스로 정상화되었던 3년여 동안 급여가 반 가까이 삭감되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참 어려웠던 기억이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새록새록하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 일컬어질 정도로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던 굴지의 대기업들은 도대체 왜 망하고 만 것일까? 공병호 교수의 <대한민국 기업 흥망사; 실패의 역사에서 배우는 100년 기업의 조건(해냄/2011년 1월)>은 그 실패 이유를 우리에게 조목조목 들려준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패자의 자리에 설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후회와 회한 그리고 실수를 분석하고 다룬 글들은 흔하지 않는데 실용적인 관점에서는 ‘실패학’이 더 의미가 있는데 그이유가 그곳에는 인간이나 조직 그리고 국가가 언제든지 저지를 수 있는 실책이나 실수들이 적나라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20개 재벌들의 흥망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실패학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가치가 있다면 바로 한때 영원히 성장할 것처럼 보였던 기업들이 어떤 실수를 범하게 되는지를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이며 독자들이 그들의 입장에 선다면 어떻게 하였을까를 고민하면서 읽어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따라서 패자의 기록을 통해서 바라본 미래의 교훈이 바로 이 책의 집필 의도라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읽은 자기계발서에서 “잘나가고 싶다면 쫓겨나는 시나리오를 써라”, 즉 실패 시나리오를 작성해보라는 대목에 꽤나 인상깊었었는데, 그 이유가 “실패”라는 기회비용을 수반하는 직접적인 경험보다는 대안으로써 유비무환의 마음으로 실패 리스트를 구체적이고 철저하게 작성해볼 것을 권하고 있는 것과 어쩌면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즉 실패한 기업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실패를 미리 대비해두면 그만큼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인 셈이다.  

책에서는 먼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기업들의 흥망사를 주요 통계를 들어 짚어보며 작가는 기업을 몰락으로 이끄는 결정적 요인을 “전략의 실책(社)”, “사람의 과오(人)”, “운명의 함정(運)” 세 가지를 들며 이 3가지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기업을 몰락으로 빠뜨리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2부에서는 이러한 주요 몰락 요인들의 실제 사례라 할 한국 재벌기업의 몰락과정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작가는 1장에서 언급한 세 가지 실패 요인을 2부에서는 좀 더 세분화하여 재벌기업 몰락 사례를 6가지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즉 “무리한 사업다각화(진로/쌍방울/우성건설)”, “조직관리의 패착(대우/뉴코아/새한)”, “사업구조 쇄신의 실패(대농/한일/갑을)”, “시장을 읽어내는 통찰력 부재(쌍용/삼미/나산)”, “오너의 자질과 경영 능력 부족(해태/한보/고합)”, “급격한 환경변화 속 준비되지 않은 불운(극동건설/거평/신호)”, “정치권력과의 불협화음(동아/신동아)”로 나누어 소개한다. 제목과 기업 이름만 들어봐도 IMF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유명 그룹들은 총망라한 것을 알 수 있다. 하나하나 기업들의 실패 사례들을 읽어보니 꼭 바둑의 복기(復棋)를 보는 것 같아 흥미로운 데 그중 결코 재미나 흥미로만 읽을 수 없는, 가슴 절절히 느껴지는 사례가 바로 서두에서 잠시 언급했던 나의 첫 직장이자 회사 부도의 여파를 온몸으로 겪었던 바로 “진로그룹” 사례였다. 그룹 공채로 입사한 나는 그룹의 계열사인 전선 제조 회사 - 책에서는 “진로인터스트리즈”로 잘못 기록되어 있는데 정확한 명칭은 “진로인더스트리즈”다. 96년 전선제조회사인 연합전선과 무역회사인 JRI가 합병하면서 명칭을 바꿨다 - 에 배치 받아 첫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그당시 진로그룹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소주(燒酒)”를 제조, 판매하는 (주)진로를 모기업으로 하여 맥주, 위스키 등 주류 회사들과 건설, 식품, 유통, 제조, 방송, 백화점 등을 거느린 재계 순위 19위를 자랑했던 그룹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진로그룹 위기설이 돈 것은 IMF 전인 2007년 3월부터였다. 2006년 말과 2007년 초반 이미 “한보그룹”, “삼미그룹”, “기아자동차”가 부도가 났었고 3월에 들어서면서 증권가에 다음 주자가 바로 진로그룹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루머라고 강력 부인한 그룹은 각 계열사 관리 직원들을 서울 곳곳의 증권사 객장에 보내 한달 여를 루머를 수집해오라고 지시를 내렸고 그당시 평사원이었던 나는 업무를 작폐하고 일주일에 서너번씩 서울 시내 증권 객장을 돌아다니면서 그룹 관련하여 어떤 루머가 도는지 조사해서 보고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일 없다고 결국 4월에 공식 부도가 나게 된다. 대기업들의 줄도산을 우려한 정부(政府)가 “부도 유예 협약”이라는 보도 듯도 못한 정책을 들고 나와 그 첫 주자로 진로그룹을 선택하면서 그룹은 “화의(和議)제도”- 기업이 파산위험에 직면할 때 법원의 중재감독 하에 채권자들과 채무변제협정(화의조건)을 체결, 파산을 피하는 제도 - 의 첫 대상이 되어 경영권 박탈은 면하게 되지만 직원들은 혹독한 구조조정과 급여 삭감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했다. 그러나 그러한 편법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룹은 공중 분해되었고, 각 계열사들은 다른 회사들에게 줄줄이 매각되었고, 몇몇 회사들은 결국 문을 닫고야 말았다. 나또한 2000년에 그 회사를 나와서 여러 회사를 옮겨 다녔지만 아직도 첫 직장이었던 그때 회사에서 겪었던 어려움들이 쉽게 잊혀지지 않아 진로그룹을 설명하는 대목이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로 느껴졌다. 그 당시야 신입사원이어서 그룹이 각종 계열사들을 거느리는 것이 발전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이 책에서처럼 무리한 사업다각화로는 느껴지지가 않았었다. 결국 그룹의 외형 성장에 너무 욕심을 낸 나머지 알짜였던 모기업인 (주)진로까지 잃어버리는 패착을 저지르고 만 셈이다. 

이 책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3부에서는 “100년 기업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먼저 작가는 과도한 자신감과 독주를 경계하라고 말하고,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며, 핵심 사업을 확실히 구축하라고 충고한다. 또한 “업(業)”의 방향을 분명히 결정하고, 인재의 두뇌력을 충분히 활용해야 하며, 시장에 대한 통찰력과 비전을 가지고, 더욱더 윤리적이 되야 하며 마지막으로 기업의 승계 과정을 확실히 하라고 충고한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과욕(過慾), 과신(過信), 과속(過速)” , 즉 자신의 실력이나 분수를 정확히 알고 지나친 욕심과 확신, 속도를 경계할 수 있다면 몰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서 “지나침”이라는 한 단어에 몰락의 핵심 코드가 담겨있다고 충고하며 이 책을 끝을 맺는다. 

나처럼 책에서 언급한 기업에 다니고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결코 마음 편히 읽을 수 없을 이 책은 오늘도 아침 눈뜨자마자 회사로 출근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에게도 한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책이겠지만 특히 자신이 경영하고 있는 회사를 결코 실패에 이르게 하고 싶지 않은 사장들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서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그런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책을 읽고서 회사의 몰락이 자신의 소유권을 잃게 된다는 것만을 깨닫지 말고 바로 그 회사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의 삶 또한 같이 허물어지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주길 바란다. 즉 회사의 주인은 바로 사장인 당신만이 아니라 그 회사에 몸담고 있는 전 직원이라는 것을, 자신의 잘못된 선택이 모든 직원들의 생사여탈을 결정할 수 있다는 책임감을 다시 한번 깨달아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걸 깨닫지 못하고 아직도 경영권 불법승계며 횡령이며 탈세 등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오늘날 굴지의 대기업 오너들이 앞으로 10년 후 이 책의 속편에 당신의 이름과 당신의 회사가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통렬히 깨달아주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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