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거짓말 - 카네기 메달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0
제럴딘 머코크런 지음, 정회성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제럴딘 머코크런의 <새빨간 거짓말(원제 A Pack of Lies / 미래인 / 2010년 11월)>을 받고서 색상을 표현하는 수많은 단어 중에서 왜 거짓말에는 “새빨간”이라는 말이 붙을까 하는 엉뚱한 궁금증이 들었다. 그래서 궁금증의 해결사로 가장 각광받는 “네이버 지식in"을 검색해보니 역시 정답이 나왔다. 네이버 ID “omgg님”의 답변에 의하면 영어에도 black lie (악의적인 거짓말), white lie (선의의 거짓말)라는 표현이 있듯이 "색채어 + 거짓말"의 표현은 만국 공통으로 사용되는 걸로 보여진다. 우리말에 '모든 것을 드러내 놓고 마구 사는 상놈과 체면 차리고 점잔 빼는 양반'이라는 뜻으로 '빨간 상놈 파란 양반'이라는 말 - 사실 난 처음 들어봤다 - 이 있다고 하는데 이처럼 빨간색에는 강렬하게 눈에 확 드러남, 눈에 잘 띈다는 속성이 있어서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하면 '눈에 띌 정도로 터무니없는 온통 거짓말'이라는 의미가 된다고 한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골동품에 얽힌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즉 ‘새빨간 거짓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골동품 가게 “포비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소녀 “에일사”는 동네 도서관에서 의문의 청년인 “MCC 버크셔”를 만나게 된다. 에일사는 갈 곳이 없는 떠돌이인 그에게 자신의 골동품점에서 사람이 필요하니 사장이신 어머니 “포비” 부인에게 가보라고 이야기하고, 어머니는 돈벌이가 시원찮아 사람을 부릴만한 여유가 없다고 거절하지만 버크셔는 잠자리만 제공해준다면 무보수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설득해서 결국 가게에 머물게 된다. 가게 구석진 곳의 낡은 철제침대에서 잠을 청하며 오래된 책에 열중하며 빈둥거리는 버크셔는 전기요금조차 낼 돈이 없는데도 물건 판매 대금으로 벼룩시장에서 책들을 가득 사오는 민폐까지 끼치면서 이 처치 곤란한 남자에 어머니는 골머리를 앓게 된다. 그런데 그의 진가가 곧 드러나게 되는데, 바로 골동품 가게에 들린 고객에게 골동품에 얽힌 기막힌 사연을 들려주어 사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드는 그의 유창한 말솜씨였다. 그런데 과연 그가 이야기하는 골동품에 얽힌 사연들은 과연 진실일까? 버크셔는 거짓말이 아니냐라고 묻는 포비 부인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픽션, 즉 허구이지요. 내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것, 모든 사람이 내게 원하는 바로 그 허구란 말입니다, 부인. 요컨대 꾸민 이야기지요. 

거짓말이나 허구(虛構), 똑같은 뜻이니 일종의 말장난 같은 위의 말처럼 그가 늘어놓은 말들은 하나같이 거짓말, 그것도 제목처럼 “새빨간 거짓말”인 셈이다. 그런데 손님들에게 천연덕스럽게 늘어놓는 그의 거짓말들이 골동품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여서 손님들은 그의 말솜씨에 홀딱 반해 자기도 모르게 물건을 구입하게 된다. 지금 당장 문을 닫아도 전혀 이상할 것 없던 포비 골동품점은 버크셔 덕분에 형편이 나아지고 사고친 줄 알았던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책들에서 전 주인이 감춰진 뭉칫돈이 발견되면서 오히려 화(禍)가 복(福)이 되는 큰 행운까지 얻게 된다. 그러나 결국 모녀의 만류에도 버크셔는 가게를 떠나버리고 포비부인은 과연 그가 늘어놓은 거짓말들이 정말로 거짓일까, 사실은 진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한다. 과연 버크셔의 이야기들은 사실일까? 거짓말일까? 

이 책은 신비로운 입담꾼 MCC 버크셔와 에일사 모녀 만남을 주된 이야기 축으로 하고, 버크셔가 들려주는 11가지의 골동품에 대한 사연을 소개하는 일종의 액자소설 형식을 띠고 있다. 골동품에 대한 한편 한편의 사연이 마치 <전설의 고향>에서의 구전설화(口傳說話)처럼 기막히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이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한데, 이 책의 백미(白眉)는 역시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놀랍다, 충격적이다”이라고 평하고 있는 결말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거짓말이라고 의심하는 포비 부인처럼 새빨간 거짓말로만 생각되던 버크셔의 이야기들이 골동품에서 이야기 속에 등장했던 증거들이 하나씩 발견되면서 점점 허구와 실재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결말에서 버크셔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은 다 읽고 나서 한동안 멍한 기분이 좀처럼 쉽게 가시지가 않았을 정도로 꽤나 인상 깊었다. 독자의 마지막 호흡까지 놓치지 않는 작가의 글솜씨 때문에라도 이 책이 카네기 메달, 가디언 상을 석권했다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지만 성인인 내가 읽어도 전혀 유치하거나 어색함이 없는 재미를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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