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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ㅣ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처음 접한 건 전 3부작 출간이 완료된 해인 지난 2009년 여름이었다. “일요일 저녁부터 <밀레니엄>을 읽지 마시오! 뜬눈으로 월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이라는 자극적인 홍보 문구에 이끌려 읽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집근처 시립도서관 서고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보물을 발견했다는 심정으로 냉큼 빌려 2권 750쪽에 가까운 분량을 단 이틀 만에 읽었을 정도로 - 다행히 일요일 저녁이 아닌 토요일 저녁에 읽어서 홍보문구처럼 지장을 받진 않았다^^ - 그 재미에 한껏 매료되었었다. 결국 3부까지 내처 읽고 나서는 미니홈피에 2009년 한 해 내가 읽은 “가장 재미있는 책”으로 글을 올리기도 했고, 이렇게 재밌을 줄 알았다면 빌려보지 말고 살 걸 하는 후회가 절로 들게 했던 책이었다. 그런데 전 세계 5천만 명이 읽었다는 이 책이 국내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는지 금세 절판이 되어버려 아쉬웠었는데, 이번에 “뿔(웅진문학에디션)”에서 새로운 표지와 번역으로 출간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원제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2011년 1월)>을 다시 만나게 되니 마치 헤어진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 같은 반가움이 먼저 앞섰다. 구판을 가지고 있지 않는 터라 새로운 출간본과 비교는 할 수 가 없었지만 빽빽해서 읽기 힘들었던 구판보다 훨씬 읽기 편해진 새로운 판형과 보다 매끄러워진 번역 - 번역자는 구판과 신판 같은 분이다 - 으로 새롭게 읽는 것 같은 재미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시사 월간지 <밀레니엄>의 기자이자 공동 운영자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자신의 섣부른 폭로 기사로 인해 3개월 감옥행에 처하게 되고, 잡지사 또한 광고가 중단되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런 그에게 스웨덴 굴지의 기업 총수인 “헨리크 방예르”가 40여년 전 실종된 증손녀 “하리에르” 사건을 조사해준다면 잡지사의 위기를 단번에 해결해주겠다는 거부할 수 없는 제의를 해온다. 그다지 내키지는 않지만 우선 방예르를 만나보자 하는 마음으로 방예의 집을 방문한 미카엘은 방예르의 설명에 흥미를 느끼고는 의뢰를 승낙하게 된다. 한편 보안회사에서 천재적 해커 솜씨를 발휘해 대인조사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리스베르 살란데르”는 거식증 환자처럼 삐쩍 마른 몸매에 엄청 짧게 커트한 머리, 코와 눈썹에는 피어싱을, 말벌 문신과 큼직한 용문신 - 원제인 "용문신을 가진 여자", 즉 새로 바뀐 표지의 인물이 바로 살란데르를 지칭한다 - 새긴데다가 까마귀처럼 검게 머리를 물들이고 다니는 24세의 “이상한” 여성이다. 그녀는 어릴 적 당한 폭력 - 1권에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등장하지 않고 2부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다 - 으로 인해 12년 동안 사회적 보호와 정신 치료를 받았고 성년이 되었어도 법원에서 임명한 후견인이 그녀의 재산과 생활을 제한하는 처분을 받게 된다. 자신의 보호하던 전임 후견인이 갑작스레 쓰러지자 새로운 후견인을 지정받는데 새 후견인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그녀를 성적으로 학대하지만 몰래 디지털 캠코더를 설치하여 자신이 학대당하는 장면을 촬영하여 멋지게 복수한다. 그리고는 몇 개월 전 미카엘 조사를 의뢰했던 인물과 미카엘을 곤경에 빠뜨렸던 기사의 주인 간에 숨어있는 모종의 관계에 개인적인 흥미를 느끼고 주목하기 시작한다.
이미 읽어본 나로서도 1권 말미의 “2권에서 계속됩니다”라는 글귀가 그렇게 안타까웠는데 처음 읽는 독자들은 오죽 할까? 사실 1권 도입부분은 주인공 미카엘 기자가 명예훼손 사건으로 연루된 금융사건에 대한 설명과 주 무대가 되는 방예르 가문의 개인사, 그리고 낯선 스웨덴 인명과 지명들로 인해 다소 지루한 것이 사실이며 1권이 끝날 때까지도 도대체 이 사건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 주인공들은 언제쯤이나 만나게 될지 가늠할 수 가 없어 막막함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예전에도 어떤 독자들은 1권까지 읽다가 실망해서 포기했다는 분들도 몇몇 있었다. 그러나 이 시리즈를 먼저 읽어본 경험자로서 미카엘이 방예르 증손녀 실종사건에 착수하고, 또 다른 주인공 살란데르가 자신을 학대하는 후견인에게 멋지게 복수하는 1권 후반부터는 서서히 탄력이 붙기 시작해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되는 2권 부터는 갈수록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도대체 그 결말이 궁금해서 뒷부분을 몇 번을 펼쳐 보게 만드는 기막힌 재미와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지레 포기하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도저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40여 년 묵은 실종사건과 전혀 연관이 없을 연쇄살인사건이 비현실적이거나 비약적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연관이 되더니 결국은 해결해내는 작가의 글 솜씨가 정말 놀랍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인 역시 “미카엘”과 짝을 이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리스베트 살란데르”을 단연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미카엘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흔한 케릭터라면 살란데르는 이제까지 어느 추리소설에서도 볼 수 없던 독특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정신이상으로 인해 법적 후견인에서만 사회 활동이 가능한 사회 부적응자이면서 불법 도청, 해킹, 지극히 폭력적인 어두운 면과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않았음에도 날카로운 직관력과 천재적인 분석력을 가진 밝은 면이 적절히 혼재되어 있는 이중성이 참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10부작으로 기획되었던 이 시리즈가 3부작으로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이 이제 살란데르를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먼저 들었을 정도로 참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이 시리즈에 붙어있는 화려한 수식어, 찬사 일색의 입소문 등에 거부감 - 사실 나도 유명 문학상 수상작들이나 입소문난 작품들은 우선 색안경을 끼고 보는 편이다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재미만큼은 그 어느 책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물론 도입부의 지루함, 사건 사건마다 약간씩 맥이 끊기는 점들, 어려운 스웨덴 이름 등 분명히 마이너스 요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미있는 추리소설로 꼽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에 버금갈 정도로 재미와 반전이 기가 막힌 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래서 새롭게 만나게 된 이번 <밀레니엄> 시리즈가 이번 만큼은 널리 읽혀 <밀레니엄> 세계를 보다 많은 독자들이 공유하게 되기를, 내가 미처 놓치고 있던 숨은 재미와 감동을 같이 이야기 나눠 보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