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탑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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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셜록 홈즈”와 비견될 정도로 국가 대표급 명탐정이라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金田一耕助)> 시리즈는 추리소설 애독자로서 각종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나 카페, 서평 등을 통해서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책으로 직접 만나볼 기회가 없었는데 드디어 이번에 출간된 <삼수탑(원제 三つ首塔/시공사/2010년 12월)>을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살인을 몰고 다니는 긴다이치” - 그의 손자로 잘 알려져 있는 소년탐정 김전일에 관련된 유머에서 “숙박부에 김전일 이름이 보이면 무조건 도망쳐라. 아니면 당신은 약 67% 확률로 죽는다” 라는 대목을 보고 웃은 적이 있는데 역시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인 것 같다 - 라는 그의 명성에 걸맞게 무려 12명의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이번 작품은 그의 등장 장면이 적어 천재적인 추리 솜씨를 제대로 감상하기에는 다소 부족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게 만드는 재미만큼은 발군이었던 추리소설이었다.  

  부모를 잃고 대학 교수인 백부 - 실제로는 이모부(姨母夫)- 의 양녀로 자란 오토네는 어느날 미국에 살고 있다는 증조부(曾祖父)의 남동생 “겐조”가 그녀에게 백억 엔(円)에 이르는 거액의 재산을 상속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단 조건은 “겐조”가 지목한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것. 오토네는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말에 속이 상하기도 하지만 과연 어떤 남자일까 궁금해 한다. 호텔에서 성대하게 열린 백부의 회갑연날, 공연 중이었던 아크로바트 댄서가 갑작스레 죽고, 인근 객실에서도 두 명의 남자 시체가 발견된다. 그런데 객실에서 죽은 사람이 바로 오토네와 정혼하기로 했던 바로 그 남자로 밝혀지면서 오토네의 유산상속은 그만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거액의 유산은 모든 친척들에게 균등하게 분배되는 상황으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상속 대상자인 오토네의 친척들이 하나 둘 씩 살해당하고, 정혼자의 동생이자 환갑잔치 날 살인사건이 벌어진 객실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한 의문의 남자인 “마사토 고로”와 사랑에 빠진 오토네는 경찰과 볼품없는 외모의 명탐정 “긴다이치”의 의심의 눈초리가 자신에게 모아지자 그만 도망을 치게 된다. 그리고는 마사토와 함께 겐지가 세웠다는 “삼수탑”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만 함정에 빠져 옛 우물에 갖혀 버리게 되고, 그곳에서 마사토 고로의 진정한 정체를 알게 된다. 긴다이치와 경찰들에 의해 구출된 둘은 사건의 전말과 함께 이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의 정체를 알게 되고, 이 모든 참극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삼수탑도 화재에 의해 무너져 내린다.  

거액의 유산 상속, 하나 같이 비밀스럽고 음흉하기만 한 “이상한” 상속자들, 아름다운 상속녀와 정체불명의 “나쁜” - 그녀를 강제로 범하고 온갖 음모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 남자와의 거친 로맨스,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질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계속되는 살인 등 3류 잡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통속(通俗)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가득한 이 책은 유산 상속인이자 여주인공인 “오토네”가 자신이 겪은 일들을 기록해 놓은 일종의 “일기” 또는 “회고록”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다 보니 주인공 오토네가 직접 경험하거나 또는 주변에서 들은 정보로만 구성되어 있어 구체적인 살인 방법이나 기발하고 절묘한 트릭 은 다소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 긴다이치의 단골 멘트라는 “사실 전 처음부터 범인을 눈치 채고 있었습니다”와 만화 김전일에서 익히 봐왔던, 결말에서 탐정이 손가락으로 범인을 지목하는 “쇼”를 볼 수 있겠지 하고 기대했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아쉽게도 등장하지 않는다 -. 대신 사건에 본격적으로 휘말리게 된 그녀의 심리적 동요와 불안감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까지 긴장을 절대 늦추지 못하게 만드는 몰입감과 재미는 뛰어나며, 추리소설의 장점인 마지막 반전 또한 꽤나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이 책으로 긴다이치를 처음 만나본 나로서는 이러한 전개와 반전이 나름 재미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의 전작들을 읽어본 독자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지 실망스럽다고까지 평하는 것을 보면 읽는 사람마다 이 작품에 대한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하게 나뉠 것 같다.  

비록 평소에 가지고 있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의 재미를 보여주고 있어 결코 실망스럽지는 않은 이 작품 덕분에 그의 천재적인 추리 솜씨가 빛을 발휘한다는 다른 작품들에 대한 궁금증이 오히려 더욱 커지게 되었다. 이 시리즈에 대한 추천 여부는 아무래도 몇몇 작품들을 더 읽어본 후로 유보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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