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신들의 귀환 - 지구 종말론의 실상
에리히 폰 데니켄 지음, 김소희 옮김 / 청년정신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시절 나와 절친했던 친구들이 모여 그 당시 인기 있었던 만화였던 김형배 화백의 <20세기 기사단>을 모방한 비밀결사단체(?)를 만들어 활동한 적이 있었다. 단체의 목적은 기상천외하고 불가사의한 미스터리 사건들을 수집하여 온 세상에 비밀을 폭로하자였는데, PC통신이나 인터넷은 꿈도 못 꿀 그런 시기라 자료라고는 어린이 잡지에 실린 UFO, 버뮤다 삼각지대, 네스 호의 괴물, 피라미드 등의 고대 불가사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 등을 다룬 기사들이나 아동용으로 나온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들은 이러한 기사들이나 책들을 우표 수집하듯이 별도로 오려 모아서 친구들과 돌려 보면서 먼 훗날 지구 종말과 외계인 침공을 미리 대비하자는 거창한 꿈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때 그저 잡지 스크랩 수준이었던 우리들에게 가히 충격이라 할 만한 그런 책을 만났으니 바로 외계문명기원설로 유명한 “에리히 폰 대니켄(Erich Von Daniken)”의 <신들의 수수께끼(정음사/ 1983)> - 이 책이 최근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된다는 <신들의 전차>인지는 불분명하다 - 였다. 현대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고대 유물들 - 정식 용어로는 오파츠(OOPart; Out Of Place artifact)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인도 델리에 있다는 무게 6톤, 직경 40cm, 높이 10m의 쇠기둥인 <찬드라굽타 왕의 쇠기둥>과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소재로도 사용되었던 고대 마야의 <수정 해골>, 1968년 미국 유타주에서 발견된 500만년 전의 신발 발자국 화석 등을 들 수 있다 - 을 예로 들면서 우리 문명은 외계인들이 전수해준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 책은 그 당시 불가사의에 푹 빠진 우리들에게는 하도 여럿이 돌려 읽어 책이 다 너덜너덜해지고 중간 중간 수십 장의 페이지가 사라졌을 정도로 마치 성경(聖經)과도 비견될 만한 보물로까지 여겨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만 나오는 그런 황당한 이야기에 그 당시 우리들은 왜 그렇게 열광했었을까? 아마도 어른들, 특히 부모님이나 선생님도 모르시는 세상의 기원과 문명, 종교, 그리고 외계인과 UFO에 대한 비밀들을 우리들만이 알고 있다는 그런 은밀한 즐거움에 우쭐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마치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20세기 소년>에서 70년대 어린이들이 비밀기지를 만들고 지구 정복과 세계종말의 상상하던 것과 같은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 후로 그렇게 열망했던 휴거(携擧, rapture) - 나와 친구들은 휴거 때문에 한 때 교회를 열심히 다녔었다 - 는 결국 해프닝으로 마무리되고, 적중률 99%를 자랑한다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도 아무 일없이 무사히 넘어가면서, 그리고 하루하루 먹고 사는데 온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어른이 되면서부터 그 당시 우리들이 열광했던 모든 미스터리한 사건들은 술자리에서나 한 두 번씩 이야기하는 추억이 되고야 말았다. 이렇게 오래전 추억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어린 시절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었던 영웅 - 우리들에게는 거의 신(神)과 동격(同格)이었다 - 에리히 폰 대니켄을 근 30여년 만에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각종 책이나 영화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고대 마야문명의 2012년 종말론을 이슈로 한 <2012 신들의 귀환(Twilight of the Gods / 청년정신 / 2010년 12월)>이 바로 그 책이다.  

  첫 장인 “신들의 베이스 캠프”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신들이 지었다’는 고대 잉카의 도시인 “타와나쿠 유적지” -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약 72km 떨어진 티티카카(Titicaca) 호수 남동쪽 부근 해발 4,000 m 안데스 산맥 고원에 위치한 유적지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 와 함께 아돌프 히틀러의 친구이자 반(反) 유대주의자로 유명했던 한스 호르비거의 이론을 소개한다. 호르비거는 현재의 달이 존재하기 전에 이미 수많은 문명이 존재했고, 이들 문명들은 거대한 달이 대기권과 부딪혀 폭발하면서 사라져버렸으며 , 또한 인류는 제3기에 이미 상당한 문명을 갖추고 있었으며, 제3기에 출현한 달이 25,000년전 지구와 충돌하면서 안데스와 에티오피아의 몇몇 고지대를 제외한 적도 전역이 물에 잠기게 되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호르비거와 그의 추종자들은 타와나쿠가 세워진 시대가 지금으로부터 27,000년전(!)이며 타와나쿠에 있는 오늘날 <태양의 문>으로 잘 알려진, 거대한 돌로 만든 문에는 그 당시 지구를 방문한 우주비행사가 새겨놓은 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타와나쿠에서 발견한 전 세계적인 대재앙의 증거들, 즉 거대한 항구의 흔적이나 바다 퇴적물들, 거인의 것으로 보이는 뼈조각들, 운석의 잔해들이 바로 그 증거라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현재의 달을 끌어당겼다는 시기인 14,000년전 이전에는 거인의 왕들 이 지구를 통치했었는데, 그러한 증거로 성경이나 고대 그리스, 수메르 및 각국의 신화와 전설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거석 유적지들을 예로 든다. 또한 티와나쿠 인근에 있는 “푸마푼쿠” 유적지에는 마치 현대의 밀링머신과 다이아몬드 드릴로 다듬고 문질러 작업한 것과 같은 정교한 석판 블록들이 널려 있는데 석기시대 도구로는 전혀 불가능한 그런 유적들이 널려 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고대문명이 존재했다는, 그리고 우리보다 더 우월한 문명, 즉 외계인들이 선사시대에 우리를 방문해 각종 유적을 남긴 것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이야기한다.  

  2장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었다>과 3장 <과학적이냐고? 과학적이다>에서는 본격적인 외계문명기원설의 각종 사례들을 예시한다. 각종 신화와 전설에 나오는 괴물들, 즉 키메라, 스핑크스 들이 사실은 외계인들이 행성 정착을 위해 DNA를 조작하여 만든 인공 생명체일 수 있으며, 고대 바빌로니아 신화에 나오는 전설상의 왕인 에타나(Etana)가 독수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는데 너무 높이 올라가 그만 떨어졌다는 전설은 사실 그 당시 신(神)으로 여겨졌던 외계인들의 UFO를 타고 성층권(成層圈)까지 여행했던 사건을 묘사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UFO라 여겨지는 각종 고대 문양들이나 그림, 상징들, 성경속의 기록들-에스겔서가 대표적이다 - 을 연이어 소개하기도 한다. 4장 <신들의 귀환>에서는 본격적으로 고대 마야인들이 예언했다는 지구 최후의 날이자 영화 <2012>로도 잘 알려진 2012년 12월 23일에 대해서 마야의 각종 기록들과 독일 색슨 주립 도서관의 보관소에 있다는 몇 개 남지 않은 마야 시대의 기록 원본 중 하나인 <드레스덴 코덱스>의 마야 달력을 소개하고 그날은 지구 종말이 아니라 오래전 우리에게 문명을 전수하고 사라진 신(神)들, 즉 외계인들이 다시 지구로 귀환 - 제목 그대로 “신들의 귀환” - 하는 날이며 이러한 예언은 마야 문명 뿐만 아니라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티베트, 중남미 인디언 전설 등 세계 각지의 종교와 전설에도 공통적으로 등장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외계 생명체를 얘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페르미 패러독스(Fermi paradox)" - 1950년 미국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1901~54)가 한 말로 유명한 말인데, 우리 은하에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별과 행성이 있으니, 그중엔 생명체가 살 만한 행성들과 또 고등 문명을 이룬 행성도 충분히 많다고 여겨지는데 그러나 실제로는 지금껏 외계 문명의 신호가 수신된 적은 없었다. 페르미는 “(외계 문명 가설이 맞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는 거지?”라는 물음을 던졌고, 이 말은 이론상으로는 외계 문명이 존재하지만 실제론 볼 수 없다는 ‘페르미 역설’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 와 “세티 프로젝트(Seti Project)" - 외계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 전자 망원경을 이용해 우주 지적 생명체의 인공 전파 신호를 포착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 그리고 생명이 운석을 통해서 행성에서 행성으로 널리 뿌려져 탄생했다는 범종설(Panspermia, 외계생명체 유입설)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마야가 예언했다는 그날인 2012년 12월- 현대 역법의 오류로 2012년이 아닐 수 도 있다고 전제를 깔고 있지만 - 오랜 여정을 마치고 신들은 지구에 다시 나타날 것이며, 이른바 신들(다시 말해 외계인들)이 다시 오게 된다면 우리는 장차 신들에 대한 엄청난 쇼크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이제라도 이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며 끝을 맺는다.  

   책 도입부에 소개한 “타와나쿠”와 “푸마푼쿠” 유적지에 대한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의 전작들이나 다른 작가의 작품들 - 그레이엄 핸콕(Graham Hancock) 의 <신의 지문(Fingerprints of the God)>도 이처럼 초고대문명을 다루고 있다 -, 그리고 인터넷에서 수없이 만날 수 있는 UFO나 불가사의 사이트들에서 한번쯤은 읽어봤을 그런 이야기들이어서 새삼스러울 것은 없는 이야기들이다. 사실 에리히 폰 대니켄은 그의 외계문명기원설 주장 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자료 왜곡인데, 자신의 가설들을 끊임없이 재인용하고 반복하고 -중언부언(重言復言) - 고대 유물들의 과학적 측정결과를 자신의 가설에 맞게 축소 또는 조작하기도 했으며, 타인의 발견을 자신이 한 것처럼 주장하다가 들킨 적도 수 차례인 그런 사람인지라 이제는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도 이렇게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는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반가웠다고 할까?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은 그 진실 여부를 떠나서 누구라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내용들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굳이 “진화론도 한때는 말도 안 되는 괴설로 취급되지 않았던가” 라는 출판사 서평처럼 진화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자기 생애를 “외계인 문명기원설”에 쏟아 부은 대니켄의 열정만큼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어릴 적 비밀결사단체 멤버들 중 유일하게 연락하고 있는 친구에게 이 책의 출간을 알렸더니 너무나도 반가워한다. 그래서 다음 술자리에서는 오랜만에 대니켄의 신작인 이 책을 안주거리로 삼아 어린 시절 추억을 이야기하게 될 것 같다. 어린 시절 우리들의 우상이었던 대니켄, 지금은 사기꾼 소리까지 듣기도 하는 그이지만 이렇게 건재한 그를 다시 만나게 되니 마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을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갑고 기쁜 그런 책읽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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