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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을 입은 원시인 - 진화심리학으로 바라본 인간의 비이성과 원시 논리
행크 데이비스 지음, 김소희 옮김 / 지와사랑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인류가 지구라는 행성에 갇혀 있다가 하늘을 벗어나 달에 첫 발을 내딛은 지가 벌써 40년이 넘어섰다. 아직까지 불가해(不可解)한 영역이 남아 있긴 하지만 과학(科學)은 우주와 생명의 기원(起源)을 밝혀낸 지가 오래되었고, 심지어 신(神)의 영역이라는 생명 창조의 단계까지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인간의 삶에 있어서는 비이성적(非理性的)고 비합리적(非合理的)인 사고가 아직도 남아있는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게까지 느껴진다. 아직도 광신도(狂信徒)들의 집단 자살 사건이 가끔씩 뉴스에 올라오기도 하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21세기판 십자군 전쟁이라는 성전(聖戰)으로까지 비화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쓰나미 대참사는 자신들과 다른 종교를 믿기 때문에 신(神)이 내린 천벌(天罰)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저런 비이성적인 사고가 과학과 대척점이라는 종교인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 정도가 다르겠지만 마찬가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침 신문의 “오늘의 운세”를 빠짐없이 챙겨보고, 어젯밤 꿈자리가 좋았다고 8백만 분의 일이라는 로또 복권을 사며 믿지도 않는 신에게 꼭 당첨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리는가 하면, 아침부터 영구차(靈柩車)를 보고는 괜히 재수 없다고 기분 나빠하기도 한다. 어째서 인간들은 이런 비이성적인 믿음에서 자유롭지 못할까? 진화심리학자이자 대중문화 평론가인 행크 데이비스는 이 질문에 대해서 그의 저서 <양복을 입은 원시인; 진화심리학으로 바라본 인간의 비이성과 원시 논리(원서 Caveman Logic/지와 사랑/2010년 10월)>에서 인간은 오랜 시간 동안 진화를 거듭 해왔지만 현대인의 뇌 안에 아직까지도 원시인의 마음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책 읽기에 앞서 처음 들어본 “진화심리학(進化心理學)”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았다. 위키백과사전을 보니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은 동물의 심리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학문이며, 주로 인간의 심리를 연구한다고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다른 사이트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에 입각하여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는 학문으로 신체처럼 정신도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것”라고 주장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즉 다윈 진화론의 핵심인 “자연선택”의 개념을 인간의 심리에까지 확대 적용하여 해석하는 학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용어가 만들어진 것이 1973년이라니 비교적 최신 이론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뭔가 충분한 설명은 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진화심리학에 대한 약간의 정보는 인지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첫 장에서 작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자 논의거리가 되지 않는 진화론의 “자연선택”을 21세기인 지금도 미국인 대다수가 믿지 않는다니 정말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불가해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을 놓고 시민들 간에 분쟁이 생기고 지역 학군 내에 혼란이 벌어진다면 양 진영을 불러놓고 서로 토론하게 해야 하는데 미국에서는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불가능하다고 한탄한다. 자연선택은 그리 위협적인 이론이 아니어서 일단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면 받아들이기가 쉽다면서 진화론의 핵심인 “유전”과 “복사”부문을 설명하고, 유전자에 관한 지식에 대해서는 “분자생물학”적 관점으로 해설한다. 또한 600 만년 전부터 비롯된 인간 종의 진화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가, 갑자기 50 만년 전 무렵 끓는 점에 이르렀고, 홍적세(10만년 전 ~ 5만년 전)에 폭발적으로 이뤄졌는데, 이러한 진화는 “언어 사용”과 “가축 사육”이라는 두 이정표에 의해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런 과정으로 우리 종은 육체적, 정신적 변화를 거쳐 현재 세상과 유사한 상황에서 살게끔 적응해왔는데, 이러한 적응에 내재된 몇몇 유전자들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타나고있는 것이 바로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리는 홍적세의 원시인들만큼이나 환상, 안락함, 사회적 압력에 약하며, 불완전한 감각 증거 앞에서 잘못된 결론을 내리고 적극 방어하는 것을 보면 수 천년 전 원시인에 비해 그다지 진화하지 않은 듯 하다고 이야기한다. 2장부터는 우리에게 아직도 유전되고 있는 원시 논리들을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밝히는데, 우리가 종종 “모든 것이 내 탓이요”(->과도한 인과성 탐지의 오류)라고 한탄하거나, 다른 사람의 시각에 무조건 동조하기도 하고(->발견법의 오류), 아직도 자신의 눈에 보이는 대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어버리는 사람들(->지각의 오류)을 예로 들고 있다. 또한 지난 2005년 뉴올리언스를 강타해 막대한 피해를 줬던 허리케인 “카트리나” 대재앙을 ‘악의 도시가 신의 처벌을 받은 것’이라 평가하는 언론이나 종교인들, 우연에 불과한 일에 의미를 부여했던 카를 융(Carl Gustav Jung) -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런 현상을 일치현상(Syncronicity)라고 부르며, 그 안에는 우연의 일치(Coincidence)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러한 일치현상이 우주의 인과적 원리이자 인간의 의식을 성장시키는 법칙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의 해석에 경도되어 우연을 마치 신의 의지가 내포되어 있는 것처럼 해석하는 사람들, 그리고 대중에게 널리 유행하고 있는 각종 심령 사업들을 예로 들고, “초능력”, “대체의학”, “필체성격분석” 등에 대해서는 그 비과학성을 증명하기도 한다 - 책에서는 “남자는 얼간이다”라는 믿음도 비과학적이라고 하는데 잘못된 믿음임을 잘 알고 있어 뺐다^^ -.
어쩌면 그저 무시하고 넘어가도 좋을 이런 비과학적인 믿음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작가는 이런 비이성적인 믿음과 종교, 즉 ‘남의 믿음’에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들이 그런 잘못된 믿음으로 전쟁에 나가고, 그들이 저지르는 테러나 종교적 탄압 등 파괴적인 일들을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러한 일들에 대해 원시 논리는 신이나 국가를 사랑하는 데서 시작할지 몰라도 곧 타인에 대한 증오로 확대되어 일단 자신의 신이나 국가가 최고라고 결론을 내리면, 국경선 너머나 교회 밖의 얼간이들을 참아내기는 힘들어져 그들에게 진실을 이해시켜야겠다고 마음먹고는 곧 “개종이냐, 죽음이냐?” 문구의 티셔츠가 돌아다닌다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지성인들조차 심령현상, UFO, 음모론 등에 빠져 있고, 대부분의 학생들과 지도자들이 창조론을 믿으며 여전히 성경 속에서 인간의 기원을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나라 미국은 우익 종교집단의 정치적 참여로 인해 비이성에 잠식 되어가고 있다고 한탄한다. 작가는 그렇다고 해서 미신과 종교를 제재하거나 금지시켜서는 안 되고, 인류 스스로가 논리적이며 비판적인 사고, 올바른 과학 교육 등을 통해서 자발적으로 빠져나와야 하며, 중독적인 원시논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강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끝을 맺는다.
362 쪽의 적지 않은 분량, 체계적이지 않은 나열식 설명으로 인해 처음에 개념을 정리하면서 읽는 데 좀 애를 먹었던 책이었다. 그러나 진화심리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인간의 비이성적 사고의 원인을 해석하고, 각종 사례들을 통해 비과학적인 믿음이나 신념이 인간 스로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한 점들이 꽤나 흥미로워 중반 이후부터는 읽는데 탄력을 붙일 수 있었다. 특히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인간의 심리, 즉 자신의 안전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행동들이 몇 만 년 전 원시인들에게서 계속 이어져 내려온 유전적인 요인이라는 해설은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UFO나 심령현상, 음모론, 각종 미스테리에 꽤나 관심이 많은 나 또한 “비이성적 사고에 빠진 지성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에 괜히 찔리기도 했다. 물론 각종 비이성적이고 비과학적인 사고에 대한 이 책의 해석에 올곧이 동의할 수 있을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생각에 따라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과학이라는 엄격한 잣대로만 인간의 이성(理性)과 가치관을 평가하는 것도 인간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너무 한쪽으로만 해석하는 논리의 오류라고 생각할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색다른 해석을 바탕으로 한번쯤 인류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곰곰이 따져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잠깐 맛을 본 것에 불과하지만 진화심리학, 꽤나 재밌는 분야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