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첫사랑.
괜히 단어만 떠올려도 가슴이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 것 같은 그런 단어다. 그렇다고 늘 떠올리게 된다면 지금 사랑에게 미안해지는, 그래서 가슴 한 켠 잘 안 보이는 곳에 꼭꼭 숨겨 두었다가 가끔씩 한번 떠올려보고는 몰래 미소 한번 짓게 하는 그런 사랑이 첫사랑일 것이다. 또한 첫사랑은 그냥 간직만 하는 것일 뿐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확인하려고 했다간 그나마 아름다웠던 추억마저도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신기루”같은 사랑 - 종종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을 성인이 돼서 만나고는 크게 실망했다는 이야기들은 너무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것처럼- 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저마다 가슴 속에 하나씩은 간직하고 있을 첫사랑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항상 달콤하면서도 이루어질 수 없는 아련한 사랑으로 그려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 색다른 첫사랑 이야기를 만났다. 전작인 <팬이야>에서 삼십을 바라보던 여성이 아이돌 그룹의 열성적인 팬이 되면서 겪게 되는 삶에 있어서의 변화와 사랑을 20대 특유의 톡톡 튀는 감성으로 재미있게 그렸던 전아리 작가의 신작 <김종욱 찾기(노블마인/2010년 11월)>이 바로 그 책이다. 원작인 뮤지컬이 이미 30만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대 히트작이었고, 유명 배우인 공유, 임수정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를 전아리 특유의 감성과 글솜씨로 재밌게 책으로 엮어냈다. 

 잡지사에 근무했지만 자기 성질을 못 이기고 편집장과 대판 싸운 효정은 그만 회사를 그만두고 스물 아홉 살에 백수 신세가 되고야 만다. 부모님께 차마 말씀드릴 수 없어 출근시간 맞춰 집을 나온 그녀는 여기저기 떠돌다가 친구 혜진에게서 고등학교 친구 결혼식 소식을 듣고는 하릴없이 따라가게 된다. 다음날 효정의 실직을 알게 된 아버지는 효정에게 매일 한 명 씩 선을 보라고 강요하고, 위기를 피하기 위해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녀에게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라는 전단지를 보게 된다. 취직겸 전단지를 들고 허름한 건물 옥탑 사무실을 찾아간 효정은 그곳에서 역시 광고회사에서 엉뚱한 아이디어만을 제시했다가 짤리고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전단지 광고업을 시작해서 첫손님으로 사채업 광고 전단지 제작을 맡았다가 광고주가 도망가 버려 미처 배포도 하지 못한 전단지만 수북히 떠안게 된, 도망가버린 빈 사무실을 맡게 된 서른 세 살 노총각 성재를 만나게 된다. 성재는 능력 테스트 겸 전단지 문구대로 첫사랑을 함께 찾아보자고 제의하고, 효정은 인도 여행 시절 만났던 “김종욱”을 같이 찾아보기로 한다. 이때부터 효정의 첫사랑 김종욱을 찾기 위한 티격태격 좌충우돌 여행이 시작된다. 통신사에 근무하는 선배를 오래전 목숨을 구해줬던 사실을 들먹여 효정이 말한 나이 대의 김종욱의 전화번호를 입수한 성재는 효정과 함께 전국으로 김종욱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러나 모두 엉뚱한 동명이인이었을 뿐 그녀의 김종욱은 쉽게 찾지를 못하게 된다. 그러면서 성재와 효정은 서로에게 조금씩 이끌리게 되고 이끌림은 점점 사랑으로 변하게 된다. 

한편 효정의 친구이자 연애에 있어 자유 분망한 혜진은 역시 같은 과이면서 돈 많은 연상의 여인을 노리던 플레이보이 상필과 하룻밤을 보냈다가 덜컥 임신을 하게 되고는 상필과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동안의 연애 신조와는 전혀 다르게 결혼을 결심하는 상필과 혜진이 효정은 영 이해가 되지 않아 혼란스럽기까지 느낀다. 

"역시 너희는 쿨하다"
아직 혼란스러움이 가시지 않은 내가 말했다. 혜진은 그게 아니라는 듯 손가락을 세워 흔들어 보였다.
"우린 쿨함이랑 거리가 멀어"
"너희 아니면 이 시대의 쿨함은 누가 짊어지고 가겠냐?"
내말에 혜진은 깔깔 웃었다.
"쿨한 건 그런 게 아냐. 쉽게 만나서 자고 쌈빡하게 헤어지는 거, 그건 문란한 거지. 누구나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거야. 한 사람 사랑하면서 배신당할까봐 쫄지 않고 상처받을까 봐 이거저거 재지 않으면서 미친 듯이 사랑하는 거. 그게 쿨한거지"
"그래도 난 후회는 안 해. 노는 게 좋았으니까" 

김종욱 찾기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성재는 효정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보려고 하지만 엉뚱하게 마지막으로 남은 김종욱의 전화번호를 그녀에게 건네고는 돌아선다. 과연 효정은 그렇게 찾고 싶던 김종욱을 만날 수 있었을까? 

이 책을 처음 받아 들고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야기를, 뮤지컬 - 아직 관람을 하지 못했다 - 에 이어 영화까지 개봉된다는 그런 이야기를 굳이 책으로까지 엮어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영화 개봉에 맞춘 이벤트성 책이 아닌가 싶은 그런 생각이 먼저 들어 조금은 삐딱한 시작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첫 페이지에서부터 전작인 <팬이야>에서 보여줬던 전아리 작가 특유의 톡톡 튀는 감성의 글들을 만나보고는 삐딱한 생각들을 일지감치 접고서는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평범하다 못해 평균 이하라고 까지 볼 수 있는 두 남녀가 역시 너무나도 흔한 테마인 “첫사랑 찾기”에 나서면서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첫사랑과의 만남과 사랑- 반대인 이별이라는 결말도 진부하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 이라는 판에 박힌 결말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결말이 참 재미있고 색다르게 느껴졌다. 또한 이미 결말까지 다 알려진 유명한 이야기를 책으로 다시 쓴다는 것이 어찌보면 모험일 수 도 있었을 텐데, 새롭게 생명을 불어 넣어 원작과는 다른 색다른 이야기로 재창조해낸 전아리 작가의 글솜씨 또한 전작 못지 않게 잘 발휘되어 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효정이 그렇게 찾고자 했던 첫사랑 김종욱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책 마지막 장의 효정의 독백으로 그 의미를 짐작해볼 수 있다.  

김종욱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나는 김종욱을 떠나보내거나 잊을 필요가 없었다. 첫사랑이 있었기에 나는 내가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결국 효정에게 첫사랑 김종욱은 결코 그와 다른 남자를 비교하게끔 만들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또한 언젠가는 다시 만나 사랑을 꼭 이뤄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런 사랑을 가슴에 간직할 수 있었기에 그 사랑의 크기만큼 새로운 사랑을 채워넣을 수 있는 가능성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김종욱을 책으로 먼저 만났다. 이제 김종욱을 또다른 장르인 뮤지컬과 영화로 만나봐야겠다. 그래서 도대체 김종욱이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친구이길래 뮤지컬로도 부족해서 영화와 책으로까지 이렇게 "김종욱, 김종욱" 그의 이름을 부르며 요란스럽게 찾아대는지 꼭 확인해봐야겠다. 그나저나 전국에 있는 동명이인(同名異人) 김종욱 씨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속의 김종욱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 말이다.  자신의 이름이 방송에서 영화에서 한번씩 불리울 때마다 괜한 가슴 떨림을 느껴볼 수 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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