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오프 상하이
신동흔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앞으로 20년 후인 2030년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國家)는 과연 어디일까 하는 질문에 2010년 2/4분기 GDP 기준으로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 2위를 기록하면서 군사력과 경제력 모든 면에서 미국과 세계를 양분하는 양대 강국(G2)의 위치에 오른 “중국(中國)”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최근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과 2010년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을 TV로 시청하면서 “저 곳이 정말 중국 맞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하루하루 눈이 부시게 변화하는 중국의 발전상을 보면서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또한 요새 서점가에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2020 부의 전쟁 in ASIA>, <중국 세계의 중심에 서다>, <2049년 중국을 주시하라> 등 중국 중심의 미래 예측 서적들이 연일 출간 - 물론 앞에 언급한 책들이 과장된 면이 없진 않지만 - 되는 것을 보면 일부 호사가(好事家)들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이 아니라 향후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수 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공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중국의 위상(位相)을 제일 잘 엿볼 수 있는 도시가 어디일까? 아마도 수도 “베이징(北京)”보다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도시가 바로 양쯔강[揚子江] 하구에 있는 중국 최대 도시이자 2010년 국제 EXPO로도 유명한 “상하이(上海)”를 꼽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면적으로는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10배(6340 k㎡)이자 2010년 기준 인구 1,660 만 명으로 세계 7위의 도시(보스턴글로브(The Boston Globe) 선정. 1위는 인구 3,670 만 명의 일본 도쿄(東京))이며 하늘로 쭉쭉 뻗은 현대판 바벨탑들인 고층 빌딩이 밀림(密林)을 연상시킬 정도로 빽빽이 늘어선 초거대 도시인 상하이는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하이의 휘황찬란한 겉모습을 한꺼풀 벗겨 내보면(Face-off) 현재 중국의 숨기고 있는 정치·사회· 경제적 모순이 역력히 들어나며 따라서 이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고까지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조선일보 기자이자 1년 여 간 상하이에 체류했던 신동흔 작가가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체험을 사진들과 함께 엮어낸 <페이스 오프 상하이(랜덤하우스 코리아/2010년 11월)>이 바로 그 책이다.   



"시안(西安)은 중국 2000년의 역사를 지켜봤고,
베이징(北京)은 1000년의 역사를 목격했다.
그리고 상하이(上海)는 그 마지막 100년의 역사를 증명해보이고 있다" 

  인터넷 서점(YES24)에서 작가 소개를 보니 작가는 지난 2006년 가을~2007년 여름 상하이교통대학교로 해외연수를 다녀오면서 중국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고, 이미 ‘나는 중국서 이렇게 실패했다’(2003년), ‘한류 드라마도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2005년) 등의 기사에서 중국을 소개한 적이 있어 가히 ‘중국통(中國通)’이라 부를 만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프롤로그 “상하이가 그립다”에서 “상하이는 자본주의적 외관을 보여주지만, 내적으로는 사회주의적 관리 방식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상하이를 “이제 막 청소년기를 벗어났지만 아직 성인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묘한 '미성년(未成年)'의 느낌”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시각은 책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책에서는 먼저 세계 최초라는 상하이 자기부상열차와 아직도 도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인력거(人力車)”를 대비시키면서 중국의 심각한 사회문제인 “민공(民工, 이주노동자)”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중국의 영유아 매매 때문에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외출할 때마다 긴장했다는 작가는 2006년을 전후하여 정조우(鄭州)에서 10대 초반의 아이들이 기차역 근처에서 실종되는 일이 많았었는데, 관계 당국에 신고를 해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아 부모들이 단체를 결성해 직접 조사한 결과 인근 산시성(山西省)의 벽돌 공장에 유괴된 아이들을 포함해 무려 1000여명이나 감금된 채 "노예"처럼 강제 노역을 하고 있었다는 사연을 소개한다. 이처럼 2차 대전 이전에 중국에서 짐꾼, 광부, 인력거꾼을 부르던 호칭인 “쿨리”(苦力/coolie.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이나 힘든 일)가 지금 현재 중국에서도 존재하며, 그들이 바로 현대 중국 경제의 고속 발전을 위해 '고된 노동(苦力)"을 감당하고 있는, 경제가 발전한 해안 지방이 아닌 서부나 내륙의 시골 출신자들로 동부 연안 지방으로 나와 그 옛날 쿨리들처럼 도시의 하급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민공(民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주로 농촌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 중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들이 대도시 빈민가에서 구직활동을 하거나 임시직으로 살아가고 있는 “개미족(蟻族)”, 도시에서 자란 민공의 자녀들로 체제순응적인 부모 세대와 달리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최근 중국 제조업체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신세대 농민공”들 또한 사회 불만 세력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중국이 사회주의 시절 제정한 거주 이전 제한 법률인 “호구(戶口)” 제도가 현재까지 계속되면서 비롯된 것이며, 상하이 2천만 인구 중에서 7백만 명은 호구조차 없는 민공(民工)들이며, 한 달에 800 위안(한국 돈 10만 원) 정도를 벌고 있는 그들은 과거 서구 열강들이 상하이에 진출하면서 하루 1위안을 주면서 쿨리들에게 고역을 감당케 했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또한 상하이에서 느꼈던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기도 하는데, 중국에서 제재하는 특정사이트에 접속하면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던 일들, 자녀를 하나 이상 가질 수 없음에도 드라마는 3자녀를 가진 가정을 동경하는 모습들이나 은행에서 월세를 출금하기 위해 2시간 이상 기다려 본 경험들, 마트에서 돈을 던지듯 계산대 위에 탁 놓는 점원들 때문에 불쾌했던 기억, 주택가 근처에도 버젓이 붉은 등(紅燈)을 내걸고 영업하고 있는 퇴폐업소들, 일본인들에게 대놓고 적개심을 들어내는 사람들, 인터넷에서도 종종 소개되고 있는 요상한 중국 화장실들을 예로 들고 있다. 또한 할인점에서 100 위안을 주고 산 지 일주일 만에 녹슬어 버린 프라이팬을 예로 들면서 1958년부터 추진한 대약진 운동의 결과로 ‘산업의 쌀’이라는 철의 생산량은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냉연강판 등 고급 제품은 자체 기술이 미약해 대량으로 수립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며 이것을 사회주의적 계획 경제의 모순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한편 정치적으로 무력함에 빠져 있는 듯해 보이는 중국 젊은이들의 모습은 정치적인 부문에서 심한 '무력함'을 느끼지만, 중국의 경제가 급물살을 타고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올라타는 것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며, 이런 상황을 '경제성장'이라는 '조증(躁症)'과 정치사회적 무력감이라는 '울증(鬱症)'이 만나 사회적으로 '조울증(躁鬱症)'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어떤 이의 말을 빌어 진단하기도 한다.  

작가는 ‘Epilogue 新중화주의의 부상’에서  

현재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대국이 되었지만, 덩치만 커져버린 아이처럼 아직 자신들의 경제 수준에 맞는 정치적인 성숙함을 갖추지 못한 불균형상태에 놓여 있다. 이 반성없는 민족주의가 젊은 유학생들로 하여금 남의 나라 서울의 한복판에서 망치와 스패너를 던지고 경찰관을 폭행하도록 만들었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부강해졌지만 민주주의를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못하는 '미성숙'상태를 스스로 드러내 보인 것이다. 앞으로 중국이 경제적으로 더욱 강해질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동북아시아 지역은 '신중화주의'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 p.269 

라고 말하며 끝을 맺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오버랩되는 책이 하나 있었다.  일본을 신랄하게 비판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 없다>라는 책인데, 중국의 사회문제인 민공을 언급하고 아직도 남아있는 중국식 사회주의 폐해를 언급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납득할 만 했는데, 작가가 주장하는 현대 중국의 모순들과 사회문제들을 사회주의 관료주의적 폐해와 계획경제 후유증에 자꾸 결부시켜, 결국은 자본주의나 민주주의의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는 인상을 심어주는 면에서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부엌이 좁고 외식이 발달한 사연을 중국식 사회주의 배급 경제의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상하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는 퇴폐업소인 마사지 방이나 KTV(가라오케 TV방) - 사실 우리 도심 유흥가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근처나 주거단지 근처에서 더 쉽게,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그런 업소들이다 -에 대한 부연설명 , '잘 기다리는' 중국 사람들을 보면서 중국 민중의 '무력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말하는 부분들은 개인적인 시각으로 전체를 해석하려는 오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나이 많은 서양 노인과 팔장을 끼고 다니는 젊은 중국인 처녀 이야기나 자신의 중국어 개인교사였던 “애슐린”이란 여자의 애정공세에 작가의 두 친구가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 등은 <~없다>류의 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들 정도로 눈쌀이 찌푸려지기도 했었다. 어쩌면 중국에 대한 피상적인 비판에만 몰입해서 행간(行間)에 숨어있는 작가의 진심어린 애정과 충고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과문(寡聞)함을 탓하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몇가지 면에서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오늘날 중국의 성공 이면에 숨겨진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고, 어쩌면 중국의 이런 모순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발견해 볼 수 있는, 반면교사(反面敎師)로서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유익한 책이었음에는 틀림없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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