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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간의 트랙터 다이어리 - 열혈청춘 강기태의 트랙터 국토순례
강기태 글.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내가 "트랙터 청년" 강기태 씨를 알게 된 것은 출근길에 자주 듣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미니인터뷰를 듣게 되면서였다. 인터뷰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동승했던 회사 동료와 "요즘 젊은 친구들은 참 별나구나" 하고 이야기 나눈 기억이 난다. 그 후로 TV 리모콘을 만지작거리다가 우연찮게 그의 트랙터 여행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잠깐 봤었고, 인터넷 뉴스 검색하다가 몇 번 그의 기사를 읽어봤었지만 그저 독특하고 별난 청년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저 별난 정도가 아니라 참 멋진 청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가 180일간 트랙터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닌 기록을 담은 <180일간의 트랙터 다이어리; 열혈청년 강기태의 트랙터 국토순례(랜덤하우스코리아/2010년 11월)>을 읽고 나서였다. “지축을 뒤흔들 만한 창의적이고도 모험적인 청춘의 열정!”이라는 그의 표현대로 젊음의 열정과 패기를 한껏 맛볼 수 있는, 그래서 절로 가슴 뛰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프롤로그에서 또래의 청년들과 성장하는 소년들에게 불가능에 도전하는 모습을, 되든 안되는 끝까지 열정을 닿는 모습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에 젊음을 송두리째 바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는 작가는 수십 번을 들었을 질문일 <왜 트랙터 여행이었나>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 누구도 트랙터여행을 시도한 적 없었다는 사실이 한몫하기도 했지만 경상남도 하동의 토박이 농민으로 살아온 자신의 뿌리의 상징이자 또한 사람들이 떠나간 농촌에서 논밭을 갈고 농작물을 심고 두엄을 뿌리고, 다시 농작물을 거두고 짚을 모아 처리하는 수고로운 일꾼으로서 우직한 소처럼 든든한 트랙터는 다름 아닌 '한국 농촌의 맨얼굴'이며 자신을 대변하는 여행 수단으로는 트랙터만 한 것이 없어 선택했다고 답한다. 책에서는 먼저 대학교 4학년 때 친구와 남아메리카를 트랙터로 종단해볼 계획이었던 "The Road to Eldorado- 가슴 속의 황금향을 찾아서"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ROTC 전역을 4개월 앞두고, 3년 전 이루지 못했던 꿈 프로젝트에 다시 착수해서 좌충우돌한 끝에 결국 "국내 최초 트랙터전국 일주 협찬 조인식"을 맺게 된 과정들을 이야기하고, 드디어 2008년 9월 18일 하동군청 출발하여 2009년 3월 18일 다시 하동 연화마을 고향집 도착하기까지 180일간 4,500km의 여정을 사진들과 함께 우리에게 펼쳐놓는다.
결코 쉽지 않았을 거라는 예상대로 작가는 눈길에서 세바퀴 반을 회전하는 "트리플 악셀"을 연출하기도 하고, 여행을 촬영 중이던 방송사 PD의 자동차와 접촉 사고를 내기도 하고, 강원도 강릉에서는 트랙터 오른 족 문이 산산 조각나는 아찔한 위기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과 공원, 테니스장 등 길 위에서 야영을 밥 먹듯이 하는 등 참 힘들고 고단한 여정을 겪는다.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여행법인 “진심을 다하는 봉사활동을 통해 숙식을 해결”하고 “끼니와 잠자리를 스스로 해결”하며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하고 “여행의 테마에 맞는 협찬을 구하는 것”이라는 네 가지 원칙을 철저히 지켜낸다. 그리고 '타인'이란 아직 만나지 못한 '가족'일뿐이라며 트랙터 여행으로 '인맥부자'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램대로 여행을 통해 참 다양하면서도 소중한 인연들을 맺는다. 작가가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르는 경북 청송군 진보면에서는 열흘을 머물며 진보면 공식 '손자 농사꾼‘이 되고, 울릉도에서 의형제가 아닌 의부를 맺은 사연을 소개하며 서울 도봉구에서 다시 만나 도봉산을 함께 오르며 부자의 정을 되살린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여행전문가로 유명한 한비야씨와의 만남에서 "적어도 여행 부문에서는 한비야 팀장님을 뛰어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하고, 전라남도 고흥군의 한 휴게소 벌어진 칠순 잔치에 넙죽 참석하여 넉살좋게 축가를 부르고 칠순 잔치 주인공 할머니와 무대에서 어깨춤도 추고 두 팔을 머리 높이 올려 하트를 만들어보이기도 하면서 온갖 애교를 부렸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책에서 그가 소개하는 여러 멋진 만남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우면서도 애틋한 만남은 바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었다. 책에서는 "청년, 젊은이다운 도전정신이 보기 좋네. 꼭 끝까지 성공하길 바랄게요!" 라는 격려의 말씀과 함께 나란히 서서 환하게 미소 짓는 대통령의 사진을 소개하고 있는데, 다른 사진이 없을까 싶어 노무현 대통령 공식 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에 들어가보니 책에서 소개한 사진 외에도 악수하는 사진과 대통령께서 작가 어깨에 손을 올려 놓은 두 장의 사진이 더 있었다. 지금은 다시 만날 수 없었던 그 분을 이렇게 책에서, 그리고 홈페이지에서 다시 만나보니 가슴 한켠이 뭉클해지는 그런 감동이 느껴졌다.
그의 도전은 이번 180일간의 전국 순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최초로 계획했던 "The Road to Eldorado“ 프로젝트, 즉 트랙터 아메리카 횡단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역시 그의 애마인 트랙터 ”드림이“를 타고 2011년 알래스카를 기점으로 캐나다 서부, 미국 서부 동부, 마야 문명의 중앙아메리카, 페루, 칠레의 남아메리카에 도착하는 1년 일정의 아메리카 일주 프로젝트에서 말라리아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실정을 널리 알리고 말라리아를 예방하기 위한 모기장 설치 기금을 조성하고, 자선단체를 통해 후원하게 된 중남미의 두 꼬마들에게 인생에서 손꼽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갈고 닦은 대금 연주로 우리 소리의 멋을 자랑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20대가 "'스무 살 설렘과 열정'을 푸르게 간직한 때"이며 아직 젊음이 머물고 있는 지금 바로 "걸음이 느리고 길이 멀더라도 자기 생에 영원히 남을 '나의 길'을 걸어보자"고 제안하고, "도착지를 가늠할 수 없고 시련과 고통에 휘감겨 절망스럽더라도,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가는 길 위에선 결코 걷고 있는 자신이 승리자다"라고 자신의 믿음을 들려준다. 낙타가 바늘 귀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청년 취업문제로 하루하루 고단해하고 있는 자신 또래의 젊은이들에게 가슴 설레이게 하는 꿈과 희망으로 격려하고, 세상 시류(時流)에 휩쓸려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는 우리 중년의 어른들에게 눈부셨던 젊은날의 기억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만드는 트랙터 청년 강기태씨는 그래서 그저 별난 청년이 아니라 참 멋있는 청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