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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한국을 선택했다
이우중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0년 10월
평점 :
최근 인터넷에서 2036년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고 주장하는 예언가 “존 티토(John Titor)”가 그렸다는 2036년 우리나라의 미래 지도가 화제가 되었었다. 한반도와 만주일대, 중국 해안과 일본이 우리 영토로 표시되어 있는 이 지도는 결국 한 네티즌이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맞서 장난으로 만든 것이라고 밝혀지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중국이 앞으로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들이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지금 이 지도 덕분에 일말의 희망을 가져본 것도 사실이라 하겠다. 최근에 읽은 이우중의 <신은 한국을 선택했다(책이있는마을/2010년 10월)>은 존 티토의 지도처럼 2045년 일본, 몽고, 러시아 연해주, 중국 만주를 아우르는 신한국연방이 탄생하고 세계의 패권을 차지한다는, 그리고 이러한 한국의 미래가 수천년 전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에 예언되어 있다는 황당하면서도 괜히 가슴이 설레이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세계 패권을 장악한 신한국 연방 소속 기업인 K 텔레콤의 기술이사는 박상민은 신한국 연방이 공식 출범하던 날 아버지 박진혁의 묘소를 찾아가 아버지가 연방 출범 100대 인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아버지가 활약했던 2005년 그 시절을 회상한다.
K텔레콤 특허과장이었던 박진혁은 회사의 명운이 걸린 미국의 통신기업 A텔레콤과의 특허분쟁을 준비하지만 이미 회사에서는 패배의 기운이 짙게 드리워져 있어 그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진다. 어느날 특허를 검색하던 중 패색이 짙은 소송을 단숨에 승리할 수 있는 그런 중대한 자료를 발견하게 되고 열과 성을 다해 소송을 준비하지만 갑작스레 자신의 상사인 부장은 명퇴를 당하고 자신은 핀란드 헬싱키로 MBA 교육 발령을 받게 된다. 헬싱키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들을 통해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에 세계의 패권이 수 천년 후 태평양을 건너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언이 적혀 있고 박정희 대통령과 우리 기업 총수들이 그 예언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를 듣게 되고, 방학 중에 이집트에 가서 오벨리스크를 확인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람세스>의 저자로 잘 알려진 크리스티앙을 만나 그 사실을 전해듣는다. 그러던 중 1차 특허소송은 K텔레콤의 패배로 확정되고, 이번 특허분쟁이 한국의 국운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건일수도 있다고 생각한 박진혁은 귀국하여 다시 한번 2차 특허소송을 준비한다. 국정원에 다니고 있던 친구를 통해 세계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의 음모가 개입된 엄청난 사건임을 알게 된 박진혁은 치밀한 준비 끝에 국제 특허 소송에서 극적인 승리를 이끌고 국내 특허 소송마저 승리하게 되지만 그만 과로사(過勞死)하게 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박진혁의 아들 박상민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K텔레콤 특허부에 입사하게 되고, 제2차 세계 특허 대전에서 아버지 못지 않는 활약을 펼치며 전설의 기업인인 스티브 잡스와 A텔레콤의 공세에 맞서 멋지게 승리해내고 K텔레콤은 세계 제일의 정보통신회사로 입지를 굳건히 다지게 된다. 2045년 드디어 숙원의 남북통일을 이뤄낸 우리나라는 일본, 몽고, 러시아 연해주, 중국 조선족 자치구 통합을 아우르는 신한국 연방으로 거듭나게 되고, GDP 세계 1위, 특허권 보유 및 로열티 수입 세계 1위의 기술,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여 오벨리스크의 예언대로 세계 패권을 차지하는 강대국으로 성장하게 된다.
사실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2045년 신한국 연방과 오벨리스크의 예언들은 구체적인 상황들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지 않는 그저 소설적 배경일 뿐이어서 그걸 기대하고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은 꽤나 실망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성격을 엄밀히 말하자면 30여 년 동안 정보통신부와 ㈜KT에 근무했었다는 작가의 독특한 이력을 토대로 “특허 분쟁”을 다룬 기업소설로 보는 것이 오히려 정확할 것이다. 책만 놓고 보면 흥미있는 소재와 빠른 이야기 전개로 쉽게 읽히는 재미있는 소설인데, 차라리 작가의 경험과 전문지식을 좀 더 살려 특허 분쟁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 심도 있게 그렸다면 기업소설로서 재미와 가치가 충분했을 텐 데, 뜬금없는 고대의 예언과 미국의 세계 지배 음모, 어떻게 세계 패권 국가가 되었는지 과정이 불분명하여 개연성이 떨어지는 미래 설정 등 과욕을 부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소설이 되어 버린 것 같아 못내 아쉬웠다. 다만 통신기술이 국가의 정치, 경제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하는 중요한 기술인만큼 지금부터라도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특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작가의 견해만큼은 읽는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아쉬운 책이긴 하지만 존 티토의 예언처럼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우리 미래를 만나보고 싶은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재밌는 책으로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