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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톨스토이, 세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참 재밌다”가 딱 제격일것이다. 그는 지금 현재 기준으로 나에게 있어 유일한 “전작(全作)주의 작가” - 예전에는 일반 소설 작가들 중에서는“이외수","최인호","이문열”, 장르 작가들 중에서는 "이영도(드래곤 라자)","이우혁(퇴마록)" 등 작가 이름만 보고 무조건 읽었던 책들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베르베르가 유일하다 - 로 국내에서 출간된 그의 모든 작품을 빠짐없이 읽었다. 그렇다면 하루에도 수 십권 씩 쏟아져 나오고 있을 수많은 외국 작가 작품들 중에서 본국인 프랑스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더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짐작할 수 없는 그만의 독창적인 상상력 때문일 것이다. "개미", "영계(靈界)탐사","천사", "신(神)","인류의 진화", "뇌","우주여행" 등 이름만 들어도 구미가 당기는 다양한 소재들을 "참 기가 막히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기상천외한 상상력- 그의 머릿속은 도대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지 궁금할 정도다 - 으로 변주해내는 그의 글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할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하다. 어느 책에선가 우리나라는 20세기 들어 일제 식민지, 민족상잔의 분쟁, 민주화 열망과 같은 치열하고 퍽퍽한 현실을 리얼리즘에 반영해야 하는 과제 의식 때문에 공포, SF, 추리, 판타지 등 모든 장르 분야에서 일본의 망가나 미국 코믹스에 비견할 만한 펄프 픽션이 없을 수 밖에 없었다고 우리 문학 환경을 설명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런 경직된 문학 환경을 감안해본다면 베르베르의 작품은 과거에는 접해볼 수 없었던 기발하고도 독창적인 재미로 일종의 문화적 충격(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발하고 독창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단편집 <파라다이스 1,2(열린책들/2010년 3월)>을 최근에 읽었다. 사실 이 책은 예약 판매할 때 당시 샀던 책이었는데, 그동안 바삐 읽어야 할 책들이 많아서 미루기도 했지만 어릴 적 맛있는 과자는 숨겨 두었다가 가장 나중에 먹듯이 아껴 두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일부러 진도를 천천히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건만 역시나 그 재미에 금새 읽어버린, 베르베르의 재미를 한껏 만끽한 그런 책이었다.
장편, 단편 다 잘 쓰는 작가가 드문데 베르베르는 여러 권 분량의 연작 시리즈 장편이나 이야기당 30~40 페이지의 단편, 두 가지 분야 모두에서 강점을 가진 그런 작가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런 단편집에서는 다양한 수십 가지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한 자리에서 만나보는, 일종의 성찬(盛饌)을 맛보는 것 같은 색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이 책에서는 총 17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각 편마다 <있을 법한 미래>, <있을 법한 과거>, <막간의 짧은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담배 한 대만 피워도 사형을 당하는 살벌한 환경 규제가 일상이 된 미래를 그린 이야기(->“환경 파괴범은 교수형”)이나 남자들이 멸종되고 여자들만 살아남은 미래를 그린 이야기(->“내일 여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유머들이 사실은 비밀결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농담이 태어나는 곳”) 들이 포함된 <있을법한 미래>는 어찌 보면 참 유치하고 말도 안되는 만화같은 이야기들을 천연덕스럽게 소개하는 베르베르 특유의 재미와 상상력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라고 본다면 사설 경호원의 이야기(->“존중의 문제”)나 사회적 파장이 우려되어 자식을 살해한 어머니의 범죄를 묻어버리는 이야기이자 베르베르의 직접 겪은 경험으로 짐작되는 이야기(->“안개 속의 살인”), 역시 베르베르 자신의 전생이야기로 짐작이 되는 이야기(->“아틀란티스의 사랑”) 등이 포함된 <있을 법한 과거>는 그동안 그의 글들과는 다른, 다소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그가 인터뷰에서 “있을 법한 과거/추억’은 내가 정말 경험한 것만 썼다. 그게 곧 진실이기 때문에”라고 했던 말처럼 상상이 배제된 그의 실제 경험담은 아무래도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낯선 경험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낯섬이 오히려 베르베르의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색다른 재미가 느껴졌는데, 역시 나처럼 베르베르의 팬이자 이 책을 먼저 읽은 동생은 그런 낯섬 때문에 전작들처럼 큰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고 평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짧은 유머같은 <막간의 짧은 이야기> 두 편을 제외한 15편의 단편들은 우열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고른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데,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작품들 외에 인상 깊었던 작품을 꼽아보자면 실재(實在)가 그 어느 허구의 영화보다도 드라마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멸망 직전까지 갔던 인류가 어리석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과거의 모든 것, 즉 국가와 종교, 역사 교육을 금지시키는 암울한 미래를 그린 <영화의 거장>을 꼽고 싶다.
아껴두었던 이 책을 읽고 나니 맛있는 과자를 결국 먹고 나면 다시는 먹을 수 없음에 허탈해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언제쯤 다시 베르베르를 만날 수 있을까, 그냥 예전에 읽은 책들 다시 한번 읽어볼까 생각하던 중에 아는 분이 베르베르의 신간 소식을 알려왔다, 바로 지금 예약 판매중인 <카산드라의 거울(열린책들) 1,2>이 바로 그 책이다. 이번에는 인류의 미래를 예언하는, 그러나 자신의 과거는 모르는 소녀의 모험을 그렸다는데, 최근 들어 그의 작품에 자주 언급되어 반가운 우리나라 - <신>에서는 일본 사람들이 보면 불쾌해 할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 의 “김예빈”이 주연급으로 등장한다니 더욱 기대가 되는 그런 작품이다. 서둘러 예약 구매를 했지만 배송 예정 일자인 11월 25일까지 기다리자니 그 기다리는 시간이 꽤나 지루하고 길 것 같다. 아마 이 책도 오자마자 바로 읽게 될지, 아니면 <파라다이스>처럼 아껴 둘 지는 아무래도 책을 받아 들고서야 결정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