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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길고양이 ㅣ 행복한 길고양이 1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요즘 아파트 단지나 길거리에선 "들고양이”,"도둑고양이"라는 명칭이 더 익숙한 고양이들이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가 있다. 도로 여기저기서 발견하는 고양이 배설물, 찢어놓은 음식물 쓰레기봉투에서 흘러나오는 악취, 한 밤에 들으면 마치 아이 우는 소리처럼 들리는 섬뜩한 고양이 울음소리들 때문에 골칫거리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들도 이 삭막한 회색빛 도시 숲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으로 여겨야 할 정도로 그 수가 많아졌다. 고양이 마니아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인기 블로거라는 ‘종이우산’의 <행복한 길고양이(북폴리오, 2010년 9월)>은 이처럼 우리와 더불어 이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길고양이들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PROLOGUE>에서 자신이 어렸을 때 키웠던 늙은 고양이 "할매"가 죽고 나서 길고양이들에게서 할매의 모습을 찾으려 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동기를 밝히고 있다. 그렇게 길고양이 사진을 모으던 중 자신처럼 고양이 사진을 찍는 분들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고, 아름다운 사진 너머에 숨겨져 있는 고양이들의 아픔을 잘 알고 있는 작가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이 작가와 같은 아픔을 느끼지 않도록, 그리고 고양이를 탐탁지 않아 하는 분들도 '아, 고양이도 괜찮구나', '길고양이도 예쁘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의 사진에 '행복한' 이라는 단어를 붙여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올린 한 사진이 어느덧 600장을 넘었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책 매 페이지마다 작가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귀엽고 예쁜 사진들을 실어 놓았고, 거기에 절묘하게 들어맞는 재치만점의 제목들을 달아 놓아 마치 유머 사진들을 보는 것처럼 절로 웃음이 터져나오게 만든다. 또한 자신들을 분양한다는 말을 듣고 새끼를 데리고 가출해버린 봉정암 "귀넷고양이”,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돌보고 독립할 때까지 자신의 영역의 일부를 내어준 "대부고양이", 사람을 엄청 잘 따라서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았던 유명한 녀석이었는데 알고 보니 집 마당에 풀어놓고 기르는 외출 고양이었다는, 주인을 따라 멀리 이사가버리니 골목에 허전함마저 감돌았다는 구산동 "무는 고양이" 등 다양한 길고양이들의 사연들을 들려주고 있는데, 그 중 독립문 상가에서 만났다는 늙은 고양이 "둘리" 의 사연이 가장 인상 깊게 느껴졌다. 치주염을 앓고 있는지 항상 혀를 반쯤 빼어 물고 있어 둘리라고 불리게 된 그 고양이는 걸음걸이가 굼뜨고 기관지가 상했는지 숨소리가 고르지 못했고, 종종 기침을 했을 정도로 늙었지만 길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시면서 항상 따로 챙겨주신 구멍가게 할머니 덕분에 길거리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둘리가 뒷다리를 심하게 다친 채 가게 앞으로 찾아와서 울고 있자, 할머니는 놀라기도 하고, 걱정이 되어 상처라도 치료해줄 요량으로 손을 내밀었지만, 둘리는 절뚝거리며 그 손길을 피하더니 할머니를 물끄러미 올려보고는 할머니 다리에 몸을 한차례 스윽 비비고 아픈 다리를 끌고 어디론가 가버렸다고 한다. 자신이 죽을 때를 알고서 그동안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께 고마웠다고 인사하러 온 둘리의 마지막 인사에 뭉클한 감동마저 느껴졌다.
작가는 간혹 사람들이 고양이를 강아지와 비교하면서 주인도 몰라보는 '버릇없는 것들' 혹은 '배은망덕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고양이들은 그저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소심한 녀석들일 뿐이라고 말한다. 특히 강아지들이 예쁜 교생 선생님에게 반한 남자 중학생 같다면, 고양이들은 소심한 여고생 같아서 좋아하는 선배가 한번 더 자신을 봐주길 바라며 주위를 기웃거리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화들짝 놀라며 마치 다른 곳을 보다가 우연히 눈이 마주친 거라는 듯, 딴청을 피우는 것처럼 집을 나서는 상대를 보면서 좀 더 함께 있어주길 바라면서도 쑥스러워 먼저 매달리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것이 고양이이며, 그런 마음을 이제라도 조금 알았다면 고양이들을 이해해주기를 우리에게 당부한다. 그래서 조금만 너그럽게 그들을 바라보면 당신을 바라보면서 홍조를 띠는 녀석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이해하고 너그러이 바라보면 고양이가 사랑하는 법이 보이며, 이해하는 만큼 사랑받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는 이 책을 읽는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속의 아이들이 어떤 묘생을 살았든 그 아이들의 사진을 보는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작가의 바램처럼 책 읽는 동안 내내 예쁘고 귀여운 고양이 사진들과 가슴 뭉클한 사연들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일보 8월 14일자 [길 위의 이야기] “도둑고양이라 부르지 마라”에서 "도둑고양이가 어디 있느냐? 사람이 버린 음식 주워 먹고 사는 것이 도둑이냐? 도둑질하는 것을 봤느냐? 세상에 도둑고양인 없다. 사람에게 버려진 고양이가 있을 뿐”라는 글처럼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아 길 위에서의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길고양이들이 "행복한"이라고 이름 붙인 작가의 소망대로 그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