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불의 집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바람 한 점 스며들 곳 없는 완벽한 밀실(密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실낱같은 단서로 불가능할 것 같은 밀실 트릭을 깨뜨리고 범인을 밝혀내는 명탐정의 추리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추리소설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한번 씩은 접해봤을 이 밀실 트릭은 세계 최초의 추리소설이라는 에드거 엘런 포우(Edgar Allen Poe)의 <모르그가의 살인사건(1841)>에서 처음 등장하였다니 추리소설 탄생과 함께 하는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유명한 트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읽었거나 또는 추리소설 관련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접해본 밀실 트릭도 여러 작품이 있는데, 그 중 앞에서 언급한 포우의 작품과 코난 도일의 명탐정 셜록 홈즈의 <얼룩끈의 비밀(1892)>, 본격 밀실트릭의 시초라는 가스롱 르루의 <노란방의 비밀(1907)>, 이스라엘 장월의 <빅보우 미스터리(1895)> 등을 들 수 가 있겠다 - 추리소설의 여왕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1939)>, <쥐덫(1955)>, <오리엔트 특급살인(1934)> 등도 밀실 트릭으로 소개하고 있는 자료도 있던데 엄밀히 말하면 이 작품들은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이지 밀실트릭은 아니다 - . 그런데 밀실 트릭을 종종 읽다보면 처음 상황 설정에서는 도저히 해결 불가능한 기막힌 트릭으로 생각되지만, 막상 탐정에 의해 전모가 드러난 밀실구성의 방법을 보면 마치 콜롬버스의 달걀처럼 단순한 장치나 속임수를 이용하거나,  때로는 유치하기까지 한 트릭들도 있어 여러 작품을 읽다보면 다들 비슷 비슷한 것 같아서 이내 흥미를 잃어버리는 그런 트릭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밀실트릭이 등장하는 소설도 앞에서 언급한 고전 추리소설들 위주로 읽어봤을 뿐 요즘 출간되는 현대 작품들은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거의 없는 것 같다 - 물론 최근 작품들 중에서 기가 막힌 밀실 트릭을 구사한 작품들도 많이 있다고 하는 데 아쉽게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 . 그런데 요즈음 현대적 감각의 밀실트릭소설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공포소설 <검은 집>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기시 유스케의 <도깨비 불의 집(시작/2010년 8월)>이 바로 그 책이다.   

  책에는 밀실 트릭을 주제로 한 "도깨비불의 집", "검은 이빨", "장기판의 미궁","개는 알고 있다", 이렇게 4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고, 모든 사건은 전작(前作)인 <유리 망치>에서 멋지게 밀실 트릭을 해결했던 콤비이자 이 책 덕분에 밀실 전문(?) 탐정이 되어버린 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도둑 출신의 보안회사 사장 에노모토 케이가 등장하여 해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사실이나 살인방법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밀실을 구성하여 탐정과 두뇌싸움을 벌이는 고전적인 방식이 아니라 전혀 의도하지 않았거나 또는 우연적으로 구성된 밀실, 즉 소극적인 방식의 밀실트릭들이 등장한다. 표제작인 "도깨비불의 집"에서는 범인은 오히려 밀실이 아닌 것처럼 꾸몄지만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그리고 사건현장에 남아있던 증거물을 욕심낸 다른 등장인물 때문에 밀실이 되어버린 두 건의 밀실이 등장하고, "검은 이빨"에서는 비록 밀실에서 일어났지만 단순한 사고사로 처리된 사건이 사실은 치밀한 계획에 의한 살인이었음이 밝혀지는, 어찌 보면 밀실은 그저 공간적 배경으로만 등장될 뿐 사건 플롯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고, "장기판의 미궁"에서도 살인 발생 이후 범인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밀실이 구성되며, 마지막 편 "개는 알고 있다"는 밀실트릭이라고 하기에는 좀 민망한 코메디와 같은 트릭이 등장한다. 또한 단편이라는 분량 상의 한계 때문이지 역시 트릭을 해결하는 단서가 될 수 있는 사건 의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갈등 관계나 심리 묘사, 살인 동기들은 간략하게만 언급되어 있을 뿐 대부분 사건 자체의 설명과 탐정 콤비의 해결에만 집중하고 있어 독자가 작가가 제시하는 단서를 토대로 탐정들에게 감정 이입하여 밀실트릭을 추리해보는, 즉 추리소설의 미덕인 작가와의 두뇌 게임을 벌여보는 그런 묘미를 즐겨볼 여지가 없어 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추리 소설로서의 재미나 반전조차 부족한 것은 아니어서 네 편 모두 정교하고 기발한 플롯과 트릭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몰입도와 재미는 뛰어나다. 그중에서도 가장 연쇄 밀실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도깨비 불의 집"이 가장 인상적이며,   또한 역자 후기에서 "블랙코메디"라고 표현한 마지막 편 "개는 알고 있다"도 절묘한 트릭은 아니지만 거한 만찬 후 가볍게 즐기는 에피타이저처럼 가볍고 유머러스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꽤나 재밌어 할 그런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팬들을 많이 확보한 유명작가라는 기시 유스케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 읽어본 작품이라 그의 작품 수준을 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만 비록 정통 밀실 트릭은 아니었지만 추리소설로서의 기발함과 재미를 한껏 담아낸 이 작품을 보면 역시 글솜씨가 녹록치 않은 그런 작가로 생각된다.  또한 그의 작품 목록들을 보니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검은 집>에서 보여준 극한의 공포를 느끼게 하는 모던 호러 장르 뿐만 아니라 청춘/본격 미스터리, SF에 이르기까지 매번 전혀 다른 작풍과 작품관을 선보이는, 일본 내에서는 이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쳐 보이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쓰는 작가가 전무후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니 명성에 걸맞는 작품성을 가진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의 다른 작품들 - 특히 <검은집>^^ -  또한 읽어보고 싶은, 계속 주목해볼만 한 그런 작가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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