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대기 샘터 외국소설선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행성인 “화성(Mars)" -원래는 가장 가까운 행성인 줄 알았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금성이 제일 가깝고 화성은 두 번째란다- 은 최근까지도 외계인의 존재여부로 관심을 끌고 있는 , 여러가지로 이야기꺼리가 많은 그런 행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꾸준한 탐사선 파견으로 그동안 각종 음모론이나 UFO 관련 서적들의 단골 소재였던 화성의 인면암(Face of Mars)이나 화성의 피라미드는 자연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종종 화성 생명체 존재 여부에 대한 이야기가 가십거리로 뉴스에 종종 올라오는 것을 보면(최근 기사가 2010년 9월 7일 “화성 생명체, 존재 가능성↑…유기물 발견”라고 실렸었다) 화성에 대한 관심은 여전한 것 같다. 화성에 관한 소설이나 영화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최근에 SF 문학의 거장으로 추앙받는다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연대기(원제 Tne Martian Chronicles/(주)샘터사/2010년 8월)>을 읽게 되었다. SF소설 특유의 치밀한 과학적인 설정은 찾아볼 수 없지만 여느 SF소설에서 맛보기 힘든 인간 본성에 대한 다양한 재미와 감성을 맛볼 수 있었던 소중한 책읽기였다.  

  책에서는 1991년 1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한 두 페이지의 아주 짧은 글에서부터 50 페이지의 단편(4차 원정대 이야기인 “2001년 6월 달은 지금도 환히 빛나건만”이 가장 긴 분량이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량의 총 26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 말미에 실려 있는 옮긴이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원래 장편소설로 집필된 것이 아니라. 1940년대 후반에 여러 잡지에 발표된 “화성” 관련 단편들을 연대기 형식으로 묶은 것이라 그런지 전편을 관통하는 등장인물 - 그나마 책 초반부에 등장했던 4차 원정대 대장인 와일더 탐험대장은 후반부에 다시 등장한다 -이나 특정 사건의 전개와 해결이라는 스토리 라인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한편 한편이 독립된 이야기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연대기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지구의 화성 침략사(?)를 알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을 보면 작가가 사전에 전체의 줄거리를 미리 구상한 후 한 편 한 편을, 그것도 마지막 편인 <백만 년짜리 소풍>이 맨 먼저 발표된 단편이라는 것을 보면 연대기 날짜 순서대로가 아닌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나 사건부터 써내려간 것으로 짐작이 된다. 

단편 단편이 독립되었지만 시간 순서대로의 줄거리를 소개해보면, 
1999년 2월 지구의 화성 1차 탐험대는 예지몽을 꾸는 아내를 의심하는 화성인 남편 K씨에 의해 어이없이 총에 맞아 죽고, 그 후 6개월 후 2차 탐험대는 화성인 정신병원에 갖혀 죽게 되며, 2000년 4월 3차 탐험대는 화성인의 텔레파시와 최면술에 의해 자신들의 어린시절 한때로 돌아온 것으로 착각을 하다가 그만 전원이 화성인들에게 몰살당하고 만다. 드디어 2001년 6월 화성에 도착한 4차 탐험대는 무사히 착륙해서 화성의 도시들을 조사하지만 도시에는 수천구의 화성인 시체만 나뒹굴고 있을 뿐 텅 비어버린 것을 발견한다. 화성인 전멸의 원인은 이전 탐험대의 몸에서 전파된 지구의 병 수두(水痘)로 인한 것으로 밝혀지고, 한 대원이 자신이 최후의 화성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동료대원들을 살해하는 불상사를 겪긴 했지만 사건을 해결하고 지구에 무사 도착 신호를 보내게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지구인의 화성이주가 시작되고, 희박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 대규모 산림조성사업을 벌이고, 텅빈 화성인의 도시에 정착하면서 인구가 불어나기 시작한다. 그러면 과연 화성인들은 그대로 전멸하고 만 것일까? 이렇다 할 화성인들의 대규모 등장 장면은 없지만 화성이라는 동일 공간에서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는 일종의 평행우주 개념으로 등장하기도 하고(<한밤의 조우>), 또는 지구인의 오래전 잃어버린 가족으로 위장해서 등장하기도 하고(<화성인>), 또는 지구인 노점상에게 지구의 대전쟁의 위험을 알리고 화성의 땅을 양도하러 나타나기도 하는 것(<비수기>)을 보면 전멸하지 않고 소수가 살아남아 병마를 피해 어느 깊숙한 곳에 숨어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지구인이 화성에 정착한지 4년여가 조금 넘은 2005년 11월 지구에서는 핵전쟁이 일어나고 “돌아오라”는 지구의 신호로 화성의 지구인들은 저마다의 로켓들을 타고 지구로 떠나고, 지구인들이 정착했던 화성의 도시에는 적막에 휩싸이게 되고 지극히 소수의 인간들만 남아 있게 된다. 세월이 흘러 2026년 10월 지구의 전쟁은 인류의 멸살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마무리되고, 전쟁에서 살아남은 한 가족이 숨겨두었던 로켓을 타고 화성으로 넘어오게 된다. 

  사실 공상과학소설(Science Fiction) 특유의 과학적 설정을 찾아보기 힘든, 화성을 배경으로 한 일종의 판타지 소설에 가까운 이 책은 “인간 본성을 들여다보고 현재의 사회를 비판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미래를 사용한다”는 옮긴이의 말 그대로 과학적인 설정이 주가 아니라 화성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다양한 인간들의 삶이 핵심을 이룬다. 그래서 그런지 단편들 하나하나가 색다른 주제와 감성들을 느낄 수 있는데, 흑백갈등이라는 인종문제를 다룬 <하늘 한가운데 난 길로>, 풍속단속이라는 미명하에 공포, 환상, 추리 등 비현실적인 장르의 예술을 사전검열하고 통제하는 미래 사회를 풍자하는 <어셔2>, 가족애를 다룬 <화성인>과 <긴 세월>, 그리고 모두가 지구로 떠나버리고 화성에는 극소수의 인간들만 남아있게 된 시점에 그 와중에도 자신의 반려자를 찾고 있던 한 남자가 우연찮게 한 여자를 만나지만 너무나도 뚱뚱한 용모에 그만 줄행랑을 쳐버리는 상황을 유머스럽게 그린 <지켜보는 사람들>,이미 주인인 인간은 사라져버렸지만 자동화된 집 혼자서 수 십 년간 일상을 반복하지만 결국 화재로 무너져 내리는, 일종의 현대 문명의 허망함을 비꼬는 듯한 <부드러운 비가 내리고>,그리고 핵전쟁으로 멸망해버린 지구의 묵시론적인 암울한 풍경과 함께 화성에 정착한 최후의 인류라는 한줄기 희망을 담은 <백만 년짜리 소풍>편 등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비록 브래드버리의 작품은 이 한 권 밖에 읽어보질 못했지만, 이처럼 한 권에 인간본성과 사회문제에 대한 다양한 주제와 감성을 담아낸 이 책을 읽어보니 세계 3대 SF 작가라는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과의 확실한 차별점이 무엇인가를 알게 해준 책읽기였다. 치밀하고 개연성있는 과학적 설정을 즐기는 정통 SF 매니아들에게는 조금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SF 초보 입문자들에게는 일종의 사회소설로서 재밌게 읽을 만한 그런 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 책과 더불어 문명비판서의 고전이라는 작가의 또다른 걸작인 <화씨 451>도 기회가 된다면 꼭 챙겨 읽어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