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링 calling - 빅마마 이지영 터키 소나타
이지영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이지영의 <콜링(Calling/북폴리오/2010년 7월)>을 받아들고는 제목인 “콜링”의 의미 때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부르다, 외치다”라는 뜻의 동사인 “Call"의 명사형으로 “외침”이라는 뜻이 주로 씌이지만 기독교에서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구원(救援)에 이르는 것을 일컫는 말이자 어떤 특별한 사명이자 목적을 뜻하는 말인 “소명(召命)”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되고 있단다. 책 표지 “내 영혼의 외침 멀리멀리 너에게 닿기를” -빅마마 3집 일곱 번째 곡이자 이지영이 솔로로 부른 “콜링(Calling)"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삿말이기도 하다. 무지개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하고 여행을 떠난 소녀가 자신의 여행이 무엇을 뜻하는 여행이었는지 알게 되어 자신의 이야기가 멀리 있는 너에게 닿기를 바란다는 내용으로 이지영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잘 담겨져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 라는 글로는 “외침”의 의미일 테고 유명 여성 그룹 빅마마의 멤버로서 가수라는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부심 또는 “소명의식”을 뜻하는 말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혼자 추측해본다. 그냥 넘어가고 책부터 읽어봐도 좋으련만 괜한 호기심으로 제목 때문에 이지영이 부른 동명의 노래 “콜링”을 틀어놓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기독교에서의 “소명”에 대한 장편의 글까지 찾아 읽고는 끝내 “콜링”의 의미에 대해서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나서야 책장을 펼쳐 들었다.
 
   이 책을 뭐라 정의하면 좋을까? 〈EBS 세계테마기행〉라는 방송을 통해서 터키 땅을 밟게 된 경험 덕분에 쓰게 되었고, 책에 가득 담겨있는 터키의 풍광들과 사람들을 담아낸 사진들만 보면 여행기로 볼 수 도 있겠지만 담겨진 글들은 꼭 터키로 한정지을 수 없는 감성의 편린(片鱗)들이 느껴진다. “이 책은 멋진 성공기도, 화려한 여행기도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잠시 방황하는 시간에 썼다는 것이 당신 앞에 솔직한 고백입니다.” 라는 그녀의 말처럼 터키라는 공간적 배경에 그녀의 생각을 담아낸 “감성에세이”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방법도 자신의 취향에 따라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국적인 터키 풍경 사진들만 골라서 봐도 좋을 것이고, 또는 그녀가 현지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따로 떼어내어 터키여행기로 읽어도 좋을 것 같고, 아니면 블로그나 미니홈피의 글들처럼 책 속에 담겨진 아름답고 감상적인 글들만 골라내서 읽어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각기 다르게 읽힐 수 있는 책이기에 나도 처음에는 다른 책처럼 터키 여행글 들만 골라 읽었고, 두 번째는 아름답고 이색적인 터키 풍광과 그녀가 여행 중에 만난 많은 터키인들을 담아낸 사진들만을, 세 번째는 마치 시처럼 적어 내려간 짤막짤막한 글들 - 내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옮겨 적어 놓을 만한 아름답고 감성적인 글귀가 꽤나 많다 - 을 골라 읽었다. 어떻게 읽어도 채 1시간이 안 걸릴 정도로 짧은 분량이지만 읽고 나서 그 여운은 꽤나 오래가는 그런 책이었다. 특히 그녀가 만난 많은 터키인들 이야기들은 이 책이 “여행”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에세이임을 잘 알게 해주는 그런 대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여행 중에 많은 터키인들을 만난다. 티그리스 강가에 자리한 작은 마을 하산케이프에 있는 선사시대 동굴 집에서 노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는 스물 여덟살 청년인 야라쉬, 여행 내내 지친다 싶으면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한바탕 웃음으로 피곤을 날려버리게 해준, 때론 그 어떤 절경보다도 한 사람과 나눈 교감이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것을 알게 해준 아르카타쉬(친구) 탈리반. 디야르바키르에서 안탈리아로 가던 중 들른 어느 작은 마을 빵집 주인이자 한국말, 그것도 충청도 사투리를 유창하게 하는 아저씨, 터키 곳곳에서 사진으로 만나는 초대대통령 케말 아타튀르크, 동부 도시 반에서 본 전통 결혼식에서 만난 이란 신부, 낯선 도시의 지하철역에서 만난 신비로운 전통악기를 연주하던 거리 연주가, 지중해의 온화한 도시 안탈리아에서 만난 한국전쟁 참전 용사 분들, 그리고 동부 쿠르드 족의 도시 디야르바키르에서 오랜 내전의 종식을 선언하는 평화의 날에 한자리에 모여 온 도시가 떠나갈 만큼 큰 소리로 평화를 외치고 있었던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그녀는 여행객을 반갑게 맞아주고 따뜻한 차를 권하는 터키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터키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걸어 인사를 나누면, 십중팔구 차를 권한다.
그리고 차를 다 마실 때까지 여행자의 곁에서 말동무를 해준다
차만 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간까지 내준다
차와 함께 여유와 마음을 따라 준다.
 
그리고 그녀는 지중해의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보면서
 
노년의 어느 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아름다운 청파랑 지중해를 바라보며
평화로이 거닐 수 있다면,
 
안탈리아를 순회하는 유람선을 타고
라라 폭포의 힘차게 부서지는 물보라를 맞으며
얼굴을 마주하고 아이처럼 웃을 수 있다면,
 
따뜻한 햇살 아래,
오랜 시간 함께해 온 그의 어깨에 기대어,
눈빛만으로 소중한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어쩌면 완전한 삶이란 그런 게 아닐까.
 
처음으로 느꼈다.
이렇게 늙어갈 수 있다면
결혼하고 싶다고,
 
라고 이야기한다. 그녀 말대로 먼 훗날 내 인생의 황혼녘에 바다가 한 눈에 바라보이는 언덕 위의 작은 벤치에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환하게 눈부시는 청파랑 바다를 내려다 보면서 같이 살아온 지난 날의 추억을 담소하며 웃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감상에 빠져본다.
 
이 글이 길고 긴 여행에 잠시나마 쉼표가 될 수 있다면 기쁘겠다는 그녀의 말처럼 모처럼 매력적인 그녀 목소리 못지 않은 감성적인 책을 만났다. 터키의 풍광과 함께 그녀의 감성을 올곧이 담아낸 이 책을 읽으면서 빅마마의 노래가 그 어느 가수보다도 더 가슴에 와 닿는 이유가 그저 목으로만 부르는 기교만 훌륭한 노래가 아니라, 노래에 이처럼 아름다운 감성과 영혼을 담아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녀는 처음 고민했던 제목 “콜링”처럼 자신의 영혼의 목소리를 그녀의 노래로, 책으로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것도 그저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는 혼자만의 독백이 아니라 오노 요코의
 
A dream you dream alone is only a dream.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에 지나지 않지만
A dream you dream together is reality.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의 말처럼 모두가 함께 꿀 수 있는 그런 꿈 말이다. 앞으로도 그녀는 우리와 함께 꿀 수 있는 꿈을 빅마마의 멤버로서, 또는 지금 준비 중이라는 솔로 앨범으로 들려줄 것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꿈에 계속 귀 기울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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