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페아 공주 - 現 SBS <두시탈출 컬투쇼> 이재익 PD가 선사하는 새콤달콤한 이야기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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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사구조가 치밀한 긴호흡의 장편 소설을 즐겨 읽지만 서사구조를 압축하여 짧은 호흡에 담아낸 단편 소설을 읽는 맛도 꽤나 즐겁다. 보통 단편소설집은 작가의 글 성향에 따라 같은 장르의 소설들을 묶어내는 게 일반적인데, 보통 단편소설집이라는 제목 앞에 "추리","로맨스","SF" 등 장르를 나타내는 수식어가 붙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이재익의 <카시오페아 공주(황소북스, 2010년 8월)>은 딱히 장르 수식어를 붙일 수 없는 그런 단편집으로, 책에 실린 다섯 편 모두 서로 다른 색깔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일종의 버라이어티 소설이라 부를 수 있는 그런 소설집이다.

  책에는 "카시오페아 공주(환타지 멜로)", "섬집 아기(미스터리 호러)", "레몬(감성 멜로)","좋은 사람(호러)", "중독자의 키스(미스터리 멜로)" 이렇게 다섯 편의 중단편 소설이 실려있다 - 소제목별 장르구분은 출판사 홍보 글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 한편 한편이 단순하면서도 치밀한 구성과 간결한 문체, 빠른 호흡을 느낄 수 있는 단편소설의 장점을 한껏 살리고 있는데, 놀라운 것은 보통 어느 한 장르에 강점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다섯 편 모두 서로 다른 종류의 장르를 선보이면서도 어느 한편 서사 구조가 약하거나 재미가 떨어지지 않고 고른 수준을 나타낸다는 점일 것이다. 전작은 어떤 장르일까 하고 인터넷으로 작가 이력을 살펴보니 이미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중견 작가로 그가 발표한 4편의 장편소설 모두 청춘·휴머니즘·연애(멜로)·추리 등 각기 다른 장르의 소설들인 것 보면 이런 장르적 실험이 이번 단편소설이 처음 시도가 아니라 작가 특유의 문학적 성향인 것으로 보여진다. 서로 장르를 달리 하지만 다섯 편을 관통하는 키워드라면 "상실(喪失)"과 "치유(治癒)",  두 단어를 꼽아보고 싶다.  표제작이기도 한 중편소설인 "카시오페아 공주"에서는 사랑하는 아내를 강도에게 살해당하고 혼자서 딸을 키우는 주인공은 아내를 살해한 강도를 막아내지 못하고 눈 앞에서 놓친 자신을 자책하며 다시 만나게 될 살인범을 직접 자기 손으로 복수하기 위해 이종격투기를 연마한다. 그런 그에게 카시오페아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엉뚱한 여인에 의해 결코 치유되지 않을 것만 같던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고 급기야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강도의 정체를 알게 되지만 그 또한 무언의 용서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상처를 아물게 한 여인은 자신의 말대로 고향별로 돌아가 버리고 그는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강렬한 염원을 그녀에게 보낸다. "레몬"에서는 외국계 은행이라는 전도유망한 직장과 아름다운 아나운서 애인을 두었지만 자신의 진로에 대해 왠지 모를 허무함과 상실감에 직장과 애인을 잃게 되는 청년에게 자신과는 전혀 비슷한 점이 없는 여인을 만나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사랑을 느끼게 된다.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좋은 사람"에서는 어릴 적 유괴되어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자신의 쌍둥이 동생을 평생의 트라우마로 안고 사는 여인이 연쇄살인범을 만나 죽음의 기로에 서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상처또한 빠르게 치유해 나간다. "중독자의 키스"에서는 10년 가까이 친구로서만 여겨왔던 남자친구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이미 자신에게는 그와의 추억을 떠올려볼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녀를 1년 넘게 스토킹하던 남자에게서 친구와의 소중한 추억을 되살려 볼 수 있는 선물을 받게 된다. 어쩌면 가장 이질적인 단편이 고전 공포물을 연상케 하는 "섬집 아기"인데 여기서 상실은 20년 동안 살인을 감춰왔던 “인간성”의 상실과 겉으로는 누가 봐도 부러워할 행복한 가정이지만 쉽게 깨져 버리고야 마는 - 물론 그 계기는 남편의 과거를 알고 있는 친구의 협박과 초자연적인 존재이지만 - "가족애"의 상실을 말할 수 있겠다. 결국 그러한 상실은 가장 비극적이고 공포스러운 방식으로 치유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장르로  서로 다른 결말로 상실과 치유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다섯편 모두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어 읽고 나서도 묘한 여운과 감동을 느끼게 한다.

( 어쩌면 내가 꼽은 키워드인 “상실”과 “치유”는 작가의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른, 그리고 이 책을 같이 읽은 독자들에게는 전혀 생뚱하게 느낄 억지스런 공통점 찾기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나만의 책 읽기 감상법으로 양해해주길^^) 

  이번 작품을 담당한 편집자의 “최고의 페이지 터너(Page Tunner)"라는 평에 걸맞게 빠르게 읽히는 이 책은 맛있는 반찬들을 한 자리에 모아놔서 어느 반찬부터 손대야 할까 하는 즐거운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잔칫상처럼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을 한 권으로 읽어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소설집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 출간 예정인 이재익 작가의 작품들도 기존 작품들처럼 청춘, 미스터리 판타지, 사회고발, 휴머니즘 등 다양한 장르적 실험들을 계속해나간다고 한다. 쉽고 재밌으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그러면서도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애틋한 감동을 느끼게 해 줄 그의 다음 작품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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