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 경영, 오래 가려면 천천히 가라 서돌 CEO 인사이트 시리즈
츠카코시 히로시 지음, 양영철 옮김 / 서돌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8년 기준 매출액 159 억엔, 종업원 405명 규모의 작은 기업 “이나식품공업”(매일경제, 2009.07.08.기사)은 여러모로 특이한 기업이다. 1958년 창업하여 48년간 한천(寒天: 우뭇가사리의 우무를 얼려 말린 해조가공품. 여름에 얼음을 띄운 콩국에 말아 먹는 청량음식으로 또는 우무채 ·우무장아찌 등의 반찬에 쓰이며, 단팥묵(양갱) 등의 과자원료, 의약품 원료나 미생물 배양의 한천 배양기로 쓰이는 등 이용범위가 넓다. 네이버 백과사전)이라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식품 하나로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연평균 10% 대의 경상이익률을 유지해온 기업이라고 하니,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 기업이 창업하고 무너지는 작금의 현실에서 50년을 넘게 생존해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꾸준히 수익을 올리며 업계 1위까지 차지하고 있다니 도요타 자동차를 비롯한 일본의 대기업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것도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회사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경영비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 회사의 회장 츠카코시 히로시의 저서 “나이테 경영; 오래가려면 천천히 가라(서돌, 2010년 1월)”를 보면 너무나도 평범한, 오히려 “변화”와 “속도”를 강조하는 현 기업풍토와는 전혀 동떨어진 경영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츠카코시 히로시 회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항상 본연의 모습을 추구하는 것"이고 “회사는 "회사는 경영자 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겻이다"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회사의 사훈은 “좋은 회사를 만듭시다”이고 여기서 좋은 회사란 단순히 경영단순히 경영성과가 뛰어난 회사가 아니라, 모든 임직원이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야!"라고 말할수 있어야 하고,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좋은 회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도덕 교과서에나 볼 법한, 어찌 들으면 미사여구의 성찬(盛饌)처럼 들리는 이 말은 그의 책을 좀 더 읽다보면 단순히 말 뿐만은 아니다라는 것을 절로 느끼게 된다. 그는 보통 기업들이 강조하는 “이익”과 “성과”는 회사의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며, 회사의 목적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줌으로써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고, 풍요로워지고 도덕의식이 높아져서 사회는 안정되고 생활수준도 높아지며, 이런 이념을 바탕으로 회사를 경영하면 급속한 성장은 이룰 수 없지만 대신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영속"이라는 보물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회사가 "직원의 행복"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망각하면 눈앞의 이익에 흔들리게 되며, 직원의 행복은 경영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이런 상황에 이르면 아무리 노력해도 "보물"은 손에 넣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은 그가 팔자경영이라고 부르는 경영방식에서 잘 나타나는데, 눈앞의 이익을 좇는 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며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현실화하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오래 번성해가는 회사 경영방식으로 투자나 설비에 필요이상으로 돈을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그에 따른 공급 과잉도 억제할 수 있고,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원이 절약되므로 효율적으로 생산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환경도 보호하는 경영방식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기업들이 가장 중요한 경영지표로 내세우는 “성장률”에 대해서도 수치에 연연하지 말고 회사의 성장을 직원의 성장과 연결시키는 것, "다소 느리더라도 안정적인 성장"인 “적정성장률”을 강조하며, 이처럼 적정 성장 속도 및 성장 규모를 잘 알아두는 것은 회사를 영원히 존속하게 하는 데 기본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경영철학은 그가 자연에서 배웠다는 5가지 경영방식, 즉 한 우물을 깊이 파는 “깊이 경영”, 미래를 대비하고, 회사의 이념과 맞지 않는 비즈니스를 확장하지 않고, 지나치게 많은 내부유보금을 보유하지 않는 “균형경영”, 어느 정도 성장하면 성장 자체의 절대치를 중시하여 매출 증대에만 집중하지 말고, 회사의 나머지 중요한 부문, 즉 직원성장, 개발, 생산, 판매 등의 모든 요소가 확장됨으로써 전체적인 매출 수치가 상승하는 “나이테경영”, 성장률을 낮게 잡아 좀 더 구첵적인 계획을 세워 일할 수 있다는 장점. 직원교육과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해 투자하는 “성장경영”, 씨부리기를 중시하는 경영방식으로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미래경영”에 잘 드러나 있다. 한마디로 좀 더디 가더라도 내실을 알차게 다지며 미래를 철저히 대비하는 경영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종업원의 행복”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데, 인건비는 비용이 아니라 행복을 얻고자 회사에 들어와 열심히 일한 직원의 노동에 대한 댓가로 직원을 행복하게 만드는 인건비를 지불하는 일은 기업 활동의 진정한 목적이라는 인건비에 대한 그의 생각이나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아직도 “연공 서열제”를 유지하고 있는 점, 직원이나 고객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지내도록 연료나 전력을 사용하는 좋은 낭비, 허용할 수 있는 낭비라고 생각하는 점, 또한 종업원들의 쾌적한 근무환경을 위해 여느 대기업들도 갖추지 못한 대규모의 “칸텐파파 정원”을 조성한 점들을 보면 잘 알 수 가 있다.

  츠카코시 히로시 회장의 이런 경영방침은 “변화”와 “속도”를 강조하고, “최소투자 최대성과”를 강조하는 현재 기업 풍토하는 전혀 거꾸로인, 고리타분하고 전근대적인 경영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종업원의 행복”을 기업 본연의 가치로 삼고, 조금 늦더라도 자신의 믿는 가치를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뚝심 경영은 50 여년이 넘는 긴 생존력과 여느 대기업 부럽지 않는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게 하는 성공경영임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90년대 일본에 불어닥친 “거품 붕괴”로 인한 장기침체, 겨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나 싶더니 전세계에 몰아닥친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다시금 헤어 나오지 못할 침체의 늪에 빠져 세계 기업 토요타가 무너지고, “일본 파산”이라는 최악의 경고까지 나오고 있는 일본의 현실에서 앞으로 50년 후에도 굳건하게 살아남아 종업원의 행복과 회사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훌륭히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이나식품공업”의 사례는 일본과 비슷한 경영환경과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잊고 지냈던 기업 본연의 가치란 진짜 무엇인지를 다시금 상기해볼 수 있는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이 들수록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삼팔육","사오정”등 갈수록 불안해지는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나로써는“이나식품공업”에 다니는 종업원들이 진심으로 부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