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엄마 납치사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
비키 그랜트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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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스타일의 과장된 표지, 240페이지 남짓 얇은 분량, 출판사의 “청소년 걸작선”시리즈 중 아홉 번 째라는 타이틀로 그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가벼운 추리소설 정도이겠거니 하고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한 “불량엄마 납치사건(비키 그랜트 저, 미래인, 2010년 6월)”는 제목 그대로 “불량엄마"가 납치되고 천재(?) 아들이 어머니를 구출하기 위해 좌충우돌 소동을 벌이는, 독특하고 개성있는 인물 설정과 기발한 이야기가 의외의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기대이상의 책이었다.  

  10대에 가출을 해 덜컥 애를 낳아 14세의 아들 “시릴”을 키우고 있는 미혼모 “앤디”는 말 그대로 “불량엄마”의 전형이다. 집안에서 줄담배를 연신 피워대고, 패스트푸드를 주식으로 먹이는가 하면, 자신이 비행청소년이었음에도 아들이 나쁜 친구를 만나 자신처럼 삐뚤어질까봐 노심초사하며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살며, 행사장용 고급 승용차에 탄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해하며, 아들을 잠시라도 눈에서 떼지 않기 위해서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허름한 변호사 사무실에 데려다 놓고 전화응대, 고객 상담 일을 시켜버리는 미성년자 착취를 저지르고 있는 누가 봐도 불량엄마인 그녀에게 옛 남자친구인 “바이런”이 찾아온다. 자신의 방을 차지하고 들어 앉아 두문불출하면서 엄마와 자신에게 잔소리하는 그를 시릴은 혹 아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엄마와의 대화를 도청해보지만 전혀 그런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어느날 시내 유서 깊은 건물인 “메이슨홀”에 화재가 발생하고 그 건물 안에서 잠자고 있던 노숙자 몇 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하고, 바이런을 미행하던 시릴은 엄마와 바이런, 그리고 변호사 사무실 고객이었던 “콘수엘라”가 만나는 수상한 장면을 목격하고, 얼마 후 엄마는 평소에 쓰지 않는 다정(?)한 말투로 자동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겨두고는 납치되어 버리고, 언론과 경찰은 메이슨 홀 방화사건의 범인으로 기묘한 동거인 “바이런”이 지목한다. 시릴은 유일한 단서인 엄마가 냉장고 속에 남겨놓은 메모와 유아시절 어머니와 함께 들었던 법학 수업 - 아이 맡길 돈이 없어서 대학 수업에 데리고 간 엄마의 조기교육의 승리 - 을 떠올리며 열 네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놀라운 두뇌 회전으로 납치범의 실체를 밝혀낸다. 마침내 엄마가 납치되어 있을 장소로 예상되는 곳으로 엄마가 그렇게 사귀지 말라던 친구 “켄달”과 함께 잠입하지만 어이없게 잡혀버리고 그곳에서 아직도 팔팔하고 콜라 타령중인 엄마와 바이런, 콘수엘라를 만나게 되고 연이어 엄마 변호사 사무실 사장인 “아툴라”까지 잡혀오면서 모든 등장인물이 좁은 남자화장실에 갖히게 된다. 엄마와 바이런, 콘수엘라에게서 사건 전말을 들은 인질 일동은 역시나 전혀 사악함이나 흉폭함이 느껴지지 않는, 오히려 인질들에게 패스트푸드를 사다주려 1시간 반을 왔다갔다 하는 납치범과 엎치락 뒤치락 활극이 벌어지게 된다. 

  “자기부죄거부특권”, “물적 증거”, "범인은닉죄” 등 법률용어와 짧막한 용어 설명을 목차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등장인물 한명 한명의 개성이 독특하고, 마치 시트콤을 연상시키는 기발하고 재밌는 사건전개가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유쾌한 추리소설이다. 특히 14세 꼬마가 납치된 엄마를 찾기 위해 얼굴에 칭칭 붕대를 감고 엄마 옷을 입어 변장을 하고 법대 도서관을 방문해서는 “성형수술”해서 그렇다고 거짓말 하는 장면, 범인으로 예상되는 남자의 건물 건설현장에 천연덕스럽게 방문하여 엄마의 이름을 꺼내 놀라게 하는 장면, 기껏 엄마가 갇힌 건물로 잠입해 들어가지만 어이없이 붙잡히고 몇 안 되는 모든 등장인물이 모두 갇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사건을 이야기하고 납치범에게 차가운 콜라 꼭 사오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엄마의 모습 등은 절로 웃음이 터져나온다. 물론 어린 소년이 법률 용어를 해석하고 엄마의 노트에 적힌 암호같은 글들을 보면서 사건을 추리해내는 장면은 다소 억지스럽지만 엄마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그 어렵다는 법대 수업을 듣고,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역할을 톡톡히 해낸 소년의 경력을 떠올리면 한편 이해가 되는 묘한(?) 설득력을 느끼게 된다. “납치”, “방화”, “외국인 불법체류” 등 심각한 소재를 이렇게 유쾌하고 재밌게 버무려내는 작가의 글솜씨가 결코 녹록치 않은 이 소설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가볍고 심각하지 않은 추리물인 "코지 미스터리"를 즐겨하는 어른들이 읽어도 부담없는 재밌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조흔파 선생의 "얄개전"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재밌고 유쾌한 책이었다.  영미권에서 손꼽히는 메이저 추리문학상이라는 “아서 엘리스 상(청소년부문)”과 자작나무상을 수상한 이 기발하고 유쾌한 소설이 TV시리즈로도 기획되고 있다니 재밌는 시트콤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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