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변신 - 한차현 장편소설
한차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6월
평점 :
어릴 적 소년 잡지의 “미스테리” 난에서 “예수는 외계인이었다”라는, 그당시 교회를 다녔던 어린 나로서는 무척 충격적인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기존의 전통 유대교 교리와는 전혀 다르고, 행하신 각종 이적(異蹟)들이 사실은 외계인들의 고도의 과학기술에 의해 가능한 것이며,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마지막 날 밤 하느님께 기도하기 위해 홀로 산으로 들어간 것은 사실은 UFO 모선과 대책 협의(?)를 위해 주변 사람들을 물리친 것이며, 승천(昇天)도 UFO 모선에서 발사한 무중력(無重力) 유도 광선에 의해 “들림”을 당한 것이라는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 거기에 사실 구약 성서 중 모세 5경이나 예언서인 에스겔 서, 다니엘서 등에도 UFO로 여겨지는 장치들이 등장하는 성경 구절과 그럴싸한 삽화까지 곁들여지면 꽤나 설득력있게 들려지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런 류의 유치하기까지 한 “설(說)”들이 꽤나 유명한 것 같다. 인류의 문명이 외계인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설들은 에리히 폰 데니켄의 “신들의 전차”, 그레이엄 헨콕의 “신의 지문”등의 책들과 각종 다큐멘터리, 드라마, 영화 등에서 자주 다루어져 이제는 친숙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니 말이다. 한차연의 “변신(문이당, 2010년 6월)”에서는 아예 대놓고 “기독교”가 사실은 외계의 종교에서 비롯되었으며, 예수도 외계인 전도사의 가르침에 의해 탄생되었다는 지극히 불경스러운, 그러면서도 기발하고 재밌는 상상력을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다.
2012년 강남 어느 교회를 맡고 있는 평범한 목사 “차연”은 어느날 자신의 저서에 감명받았다는 신자 “A"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며칠 후 자취집으로 초대받은 차연은 ”A"가 사실은 외계인이며 지구에는 “A”와 같은 외계인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를 16강으로 견인한 “박지성”도 그중 하나다), 외계 행성으로의 여행을 제안받는다. 며칠을 고민하던 차연은 아내 “소원”에게 이를 이야기하는 데 뜻밖에 아내는 자신도 같이 가겠다고 하고, 차연과 소원은 목포 인근의 섬 “비금도”에서 또다른 외계인 “미켈란젤로”를 만나 외계여행을 떠난다. 첫 여행지에 있는 “도서관들의 도서관”에서 1분 여 짜리의 예수의 산상수훈 동영상을 본 감격에 아내는 그 행성에 남아있기를 원하고 차연은 곧 다시 돌아오기로 하고 지구로 귀환한다. 그러나 지구와 아내가 있는 행성 간에 시공간의 왜곡이 발생한다는 말에 부랴부랴 다시 아내가 있는 행성으로 돌아오지만 이미 시간은 몇 년이 흐른 뒤였고 수소문 끝에 아내가 기독교와 매우 흡사한 종교인 “펠커교”가 있다는 행성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 행성의 좌표를 문신에 새기고 다시 지구로 귀환한다. 차연은 아내를 찾아 그 행성으로 다시 여행을 떠나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죽은 가 다시 살아나고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이 일상이 되어버린 그 행성에서 펠커교들이 모여산다는 “K성”으로 향하지만 입성을 거부당하고 성 밖 마을에서 머무른다. 우여곡절 끝에 성에 입성한 차연은 이미 수십살을 늙어버린 아내를 만나 지구로 같이 갈 것을 종용하지만, 펠커교의 열렬한 신자가 되어 외계행성 전도사로 살고 있는 아내는 귀환을 거부하고 남편에게 펠커교 교리와 기독교와의 놀라운 관계를 설명하고는 이런 새로운 가르침을 지구에 전파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홀로 귀환한 차연은 아내가 예언한 시련들, 즉 교회에서 파문당하고 정체불명의 단체(세계외계인대책기구)에 감금당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지만 자신을 외계여행으로 이끈 외계인 “A"와 교회를 떠났지만 자신을 따르면서 신종교 “펠커교”의 가르침을 믿는 무리들에게 구출되고 진실한 가르침을 전파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는 예수의 예언처럼 “내가 진실로 이르노니,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세 번 나를 부인하는 이가 있을 것입니다”라는 정체모를 예언을 한다.
어린이 잡지 속 “믿거나 말거나” 기사들과 영화 “맨 인 블랙”을 잘 버무려 놓은 듯한 이 책은 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밌고 빠르게 읽힌다. 중간 중간 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나 기독교의 근원을 외계종교에서 찾는 장면들, 예수 또한 외계 종교 전도사의 가르침에 감화를 받았다는 장면들은 기독교인들에게는 많이 불편한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기독교를 대상으로 한 이유가 가장 많은 신도를 가진 지구를 대표하는 종교이기 때문이며, 그저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봤을 그런 이야기인 소설적 허구로써 받아들인다면 그리 심각하게 여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출판사의 “종교의 타락과 독단에 대한 작가의 비판 의식”이 담겼다는 소개 글은 솔직히 가슴에 잘 와 닿지는 않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게 만드는 재미만큼은 탁월했다고 평해주고 싶다. 기발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입담을 유감없이 보여준, 신예작가를 넘어선지 오래인 이제는 중견작가의 반열에 들어선 작가 “한차연”의 앞으로 나올 작품들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