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왜곡의 역사 - 성서비평학자 바트 어만이 추적한
바트 D. 에르만 지음, 강주헌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교회 다니는 분들에게는 지극히 불경(不敬)스러운 이야기이겠지만, 예수의 실존(實存)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크리스마스 때면 교회 성극(聖劇)으로, TV 드라마나 영화로 수없이 보아왔던 예수의 생애, 즉 성스러운 탄생과 아픈 자를 치유하고 죽은 자를 살려내는 놀라운 기적(奇蹟)들, 죽은 지 삼일 만에 부활하여 하늘로 승천한 사건들은 그 어떤 신화나 전설보다도 드라마틱하고 환상적이기까지 해서 비신자(非信者)들에게는 신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허구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그의 신비로운 생애는 종종 문학이나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쓰이는 데,  십자가 처형당시 예수의 왼쪽 편에 매달렸던 강도였던 "사반"을 소재로 하여 메시아로서의 예수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그린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  십자가에서의 마지막 순간 그가 느꼈을 인간적 고뇌를 생생하게 그려낸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예수의 삶을 지상으로 끌어내림으로써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예수의 모습을 그려낸 제랄드 메사디에의 “신이 된 남자”, 예수의 부활을 대놓고 의심하는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결국 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라고 주장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등 기독교의 전통 교리를 부정하여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책들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과연 예수는 실재(實在)했었을까? 실재했었다면 신약성경 복음서에서 전하는 그의 기적들과 부활은 진실이었을까? 신약성경과 초기 기독교회사 연구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손꼽힌다는 성경학자 “바트 어만”은 그의 저서 “예수 왜곡의 역사(청림출판, 2010년 5월)”에서 우리가 복음서들을 통해서 알고 있는 예수는 역사 속의 실제 모습이 아니며 복음서 집필자들에 의해 왜곡되고 부풀려진 모습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기독교에 있어 성경은 하느님의 영감에 의해 씌여진 절대 오류가 없는 완전무결한 책이라는 “축자영감설(逐字靈感設)”과 “성서무오설(聖書無誤說)”은 절대 진리이며 감히 성서의 오류를 지적하는 그 어떤 행위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바트 어만은 신약성경의 4대 복음서(마태, 누가, 마가, 요한) 속의 예수의 생애에 대한 수평적 분석을 통하여 서로 일치하지 않은 수많은 오류들을 하나하나 나열하여 사실 성경은 완전무결하지 않은 오류 투성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나타난 예수의 가계도가 서로 일치하지 않으며, 베들레헴에서의 예수 탄생 여부와 예수의 탄생을 둘러싼 수수께끼들, 예수가 성전에서 상인을 내쫓는 시기, 같은 기적인데도 서로 다르게 묘사하거나 순서가 뒤바뀐 각종 기적들, 예수의 죽음 시점인 “유월절”에 대한 시기, 십자가에서 마지막으로 외친 예수의 말들, 부활한 예수를 목격한 사람들, 부활 후 승천하기까지의 일들 등 어느 하나 일치하는 것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오늘날의 기독교를 사실상 창시해냈다고 여겨지는 사도 바울이 썼다는 서신들과 그의 행적이 서로 불일치하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통 받는 메시아, 삼위일체 교리, 천국과 지옥 등의 교리는 사실 후대 기독교인들이 만들어낸 것들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며, 기독교는 “서구문명에서 발명한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까지 선언한다. 작가는 책 말미에서 자신이 불신자가 된 이유는  “그러나 언제가 부터 그 신화들이 더 이상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고, 와닿지도 않았으며, 세상을 읽는 방향을 제시해주지도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폭력적인 현실을 고려할 때 기독교의 핵심적인 믿음이 어떤 식으로 보아도, 즉 신화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내게 ”참“으로 보이지 않는 지경”  이었다는 작가의 독백에서 알수 있듯이 역사 비평학적 관점에서 바라 본 것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의 변화 때문이라고 말하며 신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을 예로 들며 “믿음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끝을 맺는다.

  사실 난 기독교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인데다가 예수 실존 여부에 대한 논란의 글들은 각종 책이나 다큐멘터리 들을 통해서 많이 접해본 터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들이 그리 충격적이거나 놀랍지는 않다. 특히 4대 복음서 속의 예수 생애에 대한 수평적인 분석 방법은 오래전에 다른 책에서 읽고 나도 정리해본 터라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류의 이야기를 처음 접해보는 신도들이라면 이 책의 내용들은 예수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탄”의 목소리로 받아들여질 만도 할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마지막 말처럼 예전 기독교를 못마땅하게 여겨 사사건건 부정했던 나에게 “종교는 머리로 믿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믿는 것이다”라고 충고했던 친구의 말 그대로 이런 이야기에 흔들리는 믿음이었다면 심각하게 자신의 믿음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다만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한 절대 불변의 근본주의적 믿음으로 타인에게 믿음을 강요하는 그런 편협함을 버리고 다양한 해석과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포용력만큼은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가져보게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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