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다락방 - <마음 가는 대로> 두 번째 이야기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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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 수산나 타마로의 “엄마의 다락방(밀리언하우스, 2010년 5월)”을 읽기 시작할 때는 부모를 모르고 자란 어린 소녀가 다락방에서 부모의 젊은 시절의 사진과 편지를 발견하면서 가족에 대한 소중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가슴 따뜻해지는 일종의 가족 소설로 생각을 했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처음의 생각과는 다른 이 책에 약간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이 책을 뭐라 분류할 수 있을까? 작가의 말처럼 작가의 경험을 소재로 한 성장소설? 소설의 형식을 빌린 자기계발서적? 책 후반부에 주인공이 이스라엘에 머물면서 깨닫게 되는 종교 소설? 작가가 책 첫머리에서 “이 책은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는 소녀의 여행”을 그리고 있으며 “우리는 왜 세상에 태어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나로 인해 타인의 삶이 더 아름다워질 수 는 없는 것일까?”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소설이라고 소개한 것처럼 어쩌면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장르를 다 포함하고 있는, 독자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그런 소설이라 생각된다. 

 엄마를 네 살 때 교통사고로 잃고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 채 할머니와 살고 있는 소녀 마르타는 어느 날 할머니가 자신이 아끼던 호두나무를 베어버리자 큰 상실감을 겪고 할머니를 미워하게 된다. 미국 유학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할머니에 대한 미움은 사그러들 줄을 모르고, 결국 치매를 앓던 할머니는 돌아가시게 된다. 어느날 다락방에서 발견한 어머니의 일기장과 아버지의 편지를 통해서 어머니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자살했고, 아버지는 그저 하룻밤의 사랑 정도로만 여기고 자식인 마르타의 존재조차 부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를 찾아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저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아버지와의 만남 후 자신의 뿌리를 찾아 이스라엘까지 여행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물음인 삶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해답을 찾아가게 된다. 그녀가 찾은 해답은 무엇일까? 명쾌한 답은 없지만 그녀가 독백으로, 또는 여행을 통해 알게된 사람들과 나눈 대화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믿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태어나는 어린 아이들은 이 두 질문이 적힌 종이를 받고 답을 적어야 해요. 나중에 생이 다한 후에야 그 질문지의 답을 적게 되겠죠”

“눈은 몸의 등불이니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면 온몸이 밝을 것이요" 

(중략) 두 손을 꼭 쥐면서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계속 앞으로 나아가요. 절대 멈추지 말아요"

“신께서는 우리가 성장하고 변하고 참회하길 바래. 그리고 날 때부터 우리가 그 안에 살고 있듯이 우리 마음속에 신이 깃들기를 바라지. 신이 우리와 나누고 싶어 하는 건 힘이 아니야. 우리가 가진 나약함이지.”

“인간이 결코 전지전능하지 않고 나약하며 문제가 많은 존재라고 인정하면 수많은 질문이 떠오르죠. 그 질문에서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이 자라나게 되죠. 하지만 인간이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믿으면 과연 무슨 질문이 필요할까요? 질문하지 않는 인간은 탐욕스럽고 만족할 줄 모르는 소비자가 될 뿐이에요.”

“마음을 열고 신의 말씀을 기억하는 것이죠. 우리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는 자신만을 위한 생각을 버려야 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과 맺은 서약을 지켜야 해요. 그 서약을 통해서만이 사랑이 커 갈 수 있죠.”

여행중에 그녀의 아버지는 결국 자살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면서 딸에게 마르타를 꼭 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다음과 같은 회한의 유언을 남긴다.
 

“네가 막 태어났을 때, 네가 어렸을 때, 네가 한참 자라고 있을 때, 그때 해주지 못한 포옹을 모두 담아 마지막으로 한번 널 안아주고 싶구나. 그리고 내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닐 때 네가 필요로 할지도 모를 포옹까지 거기에 담고 싶구나.”

결국 할머니와 부모에 대한 미움과 버림받았다는 슬픔에서 시작된 마르타의 긴 여행은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할머니와 부모의 실수와 같은 삶이 오히려 자신의 앞으로의 삶에 있어 보물과 같은 것이 될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가 자신에게 남긴 편지를 꺼내 읽는다. 

 어쩌면 마르타는 자신이 찾고자 했던 삶의 의미에 대해 아직 완전히 깨닫기에는 아직은 어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할머니와 부모에 대한 미움은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는, 그들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아가 자신의 보물로 여길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어쩌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이야말로 그녀가 찾고자 했던, 앞으로의 그녀의 삶을 이끌어나갈 의미가 아니었을까? 비록 소설 속이지만 앞으로의 그녀의 삶이 좀 더 따뜻하고 아름다워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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