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훔친 29가지 이야기 - 달나라 사기극에서 허무 논문까지
하인리히 찬클 지음, 박소연 옮김 / 말글빛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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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라면 항상 근엄한 표정으로 오직 과학적 증거만을 토대로 정확한 사실만을 다루는 걸로 생각되어진다. 물론 사적 이익 때문에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몇몇 사이비 과학자에게나 해당되는 예외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과학자들이 종종 거짓논문을 백과사전 속에 몰래 집어놓는 것을 즐긴단다. 이를 전문용어로 “잠수함” 또는 “허무논문”이라고 부른다는데 거짓이 들통나지 않게 표제어를 멋스럽게 만들어 넣고, 실상은 모두 거짓을 쉽사리 그럴싸한 표현들로 설명해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런 잠수함이 위키피디아에 38개나 공개되어 있다니 그동안 과학자들에게 가졌던 환상이 와르르 무너져버린다. “과학을 훔친 29가지 이야기(하인리히 찬클 지음 / 도서출판 말글빛냄 / 2010년 4월)”은 이런 황당무계하면서도 재밌는 과학적 유머 29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책에서는 천문학, 물리학, 수학, 화학, 공학, 정보학, 인류학, 생물학, 의학 분야에서의 기이하고 특이하며 놀라운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몇가지만 요약 소개해보자. 

 - 1975년 미국 물리학자 헤더링톤은 발표할 논문을 검토하던 중 자신 단독 발표임에도 논문에 “우리”라는 단어가 쓰인 것을 지적받는다. 그는 단어를 수정하기 싫어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를 공동 저자로 삽입하고 1980년에는 고양이 이름을 독립하여 논문을 발표한다. 이 고양이 이름은 “역사적인 고양이 목록”에 올라갈 정도로 유명해진다.

- 1897년 미국 인디아나 연방국 정부는 원주율 파이를 상수 3.2 변경한다는 “인디아나 파이법안”을 제출한다. 또한 1998년 앨라바마시 입법부는 성경을 근거로 파이를 “3”으로 변경한다는 법안을 제출한다. 결국 만우절 장난으로 드러났지만 정말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 한때 인터넷에 유머로 등장했던 산타클로스 물리학은 1990년 핀란드의 학자들이 매해 산타클로스에게 떠맡겨진 작업들을 과학적으로 계산한 한 논문에 근거한 이론이다. 총 배송시간 31시간 동안 1초당 822.6 곳의 집, 1,046 킬로미터를, 3,000배의 음향 속도로 12,000톤의 화물을 싣고 이동해야 한단다.

- 호주 멜버른의 “맥펄라인 버넷 연구소”는 연구소에 비치되어 있는 티스푼이 왜 사라지는 가를 연구해서 2005년 12월 명성 있는 과학 저널 <BMJ>에 발표한다.

- 2002년 9월 영국의 <더 썬>지는 국제보건기구(WHO)를 인용하여 ‘2202년에는 금발이 사라진다“고 보도한다. 결국 WHO가 그런 연구를 하지 않았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은 수그러드는 듯 했지만 2006년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와 이탈리아 <라 데푸블카>에도 유사한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독일의 유력지 <슈피겔>지에서도 ”이미 원시인들은 금발을 좋아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발표하기까지 한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사건 이외에도 기상천외하고 허무맹랑한 과학적 유머 - 원숭이와 인간 사이의 계보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라는 미싱링크(Missig Link)나 거인 유골 같은 경우는 물론 유머를 넘어선 사기라 할 수 있다 - 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1995년 이래로 이러한 허무 논문들을 공개하면서 전적으로 진지하게 그 기사를 다루고 있는 특별한 잡지를 출판하고 있는데, 이 잡지 출판위원회는 매년 “이그Ig 노벨상”(안티 노벨상, 합당하지 않은 또는 굴욕적인 노벨상)을 진짜 노벨상 수여자가 발표되는 시점인 10월에 시상하기도 하고, 이 상을 받은 수여자는 수상 소감을 반드시 일곱 단어로만 발표해야 하며, 실제 수여자가 무대 위로 흩날리는 종이 장식을 비질하는 일을 한단다. 시침 뚝 떼고 거짓 논문을 발표하는 과학자들이나 그런 논문들을 대상으로 시상하는 단체나 이래저래 요지경 세상이다. 자신의 사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기 논문을 쓴 것이 아니라면 그저 딱딱한 과학 탐구에서 잠시 숨 돌리게 하는 유머 정도로 받아들일 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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