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설 무소유 - 법정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작년부터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일들이 계속되더니, 올해 3월 “무소유”의 저자이자 우리 시대의 큰 스승이셨던 법정스님이 입적하시면서 다시 한번 큰 슬픔에 빠졌다. 아직도 그분들의 말씀과 가르침이 필요한 시대에 그렇게 훌쩍 떠나셔버린 그분들이 서운하고 야속하기까지 하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하여 달라”시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자신의 글 조차 말 빚이니 절판하라는 유언을 남기시며 가시는 마지막까지 무소유의 삶을 몸소 실천하신 법정스님, 그동안 그분의 말씀은 책을 통해 익히 들어왔지만, 그분의 삶에 대해서는 막상 알고 있는 게 없어 아쉬워하던 차에 그분의 삶을 소설로 엮은 정찬주의 “소설 무소유(열림원, 2010년 4월)”을 만났다. 출가에서 마지막 열반에 드시기까지 스님의 삶을 올곧이 담아낸 이 책을 통해서 스님이 우리에게 들려주시던 “무소유”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만나볼 수 있었다.
책에서는 스님이 출가하기 위해 고향인 전남 해남을 떠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스님이 되려고 절로 간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친구 집에 다녀오겠다고 어머니께 말하고 집을 나선 청년 법정은 강원도 월정사로 가기 전 서울 종로 대각사에 하룻밤 묵으러 갔다가 폭설에 발길이 묶여버리고 대각사에서 큰 스님 효봉 스님을 만나 “생일에 불도佛道가 들어있구나”라는 말씀과 “부디 수행을 잘하여 법의 정수리에 서야 한다”는 뜻의 법명 법정法頂을 내려받고 효봉 스님의 시자侍者로 불가에 입문하게 되고 스님을 모시면서 평생의 화두가 되었던 “무無” 자 화두와 스님의 청빈하고 검약한 삶을 통해 무소유無所有 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팔만대장경이 빨래판과 같다는 어느 아주머니의 말에 국보이자 법보인 대장경판 이었지만, 뜻이 일반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을 때는 한낱 빨래판에 지나지 않는다 라는 깨달음을 얻고는 경전 공부에 정진하게 되고, 학문의 성취가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불교계의 숙원이었던 “불교사전” 편찬에 참여하게 된다. 이때부터 그의 글 솜씨가 알려지면서 신문이나 잡지 등에 자신의 글을 기고하게 되면서 세상과 소통하게 된다. 삼천 배에 대한 글이 오해를 사면서 산문을 떠나 서울 다래헌 茶來軒 에 기거하면서 ‘본질적으로 내 소유란 없다. 그저 한동안 내가 맡아 가지고 있을 뿐이다’로 유명한 수필집 “무소유”를 집필하고 불법수행과 글쓰기를 하다가, 인혁당 사건에 큰 충격을 받고는 송광사로 내려가 뒷산 중턱에 불일암佛日庵을 짓고는 세상 명리를 잊은 채 17 년간 자연을 벗 삼아 수행과 글쓰기에 정진한다. 그 후 스님은 강원도 화전민이 버리고 간 오두막 수류산방水流山房과 너와집 일월日月庵에서 사시면서 세상의 잘못에게는 죽비처럼 준엄한 꾸짖음을, 착하고 바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한없는 사랑의 말씀을 전하시면서 맑고 향기로운 삶을 사시다가 세상나이 79세, 법랍 56세로 생사의 경계마저 원래부터 없는 무소유의 경지를 이루시고는 입적하신다.
이 책은 불법수행에 정진하셨던 참 수행자로서, 맑은 가난과 향기로운 삶을 지향하신 참살이 스승으로서의 스님의 모습을 바로 보게 해준 책이었다. 특히 불일암과 수류산방에서 속세의 명리를 잊어버리고 산, 나무, 풀, 꽃, 산짐승 등 자연과 어우러져 수행정진하시는 모습은 작가후기에서도 이야기하듯이 그동안 그저 글 잘 쓰는 스님이시겠거니 했던 오해를 말끔히 걷어버리고 불법 수행자로서의 스님의 모습을 올곧이 만나 뵐 수 있어서 참 좋았던 대목이었다. 그러나 세상 말 빚조차 남기고 싶지 않으신 스님의 뜻에 오히려 수십 배로 치솟아버린 책 값이 보여주는 씁쓸한 현실에서 누군가가 “좋은 말씀”을 부탁하자 좋은 말씀에서 먼저 해방하라고 일갈하셨다는 일화가 더욱 가슴에 사무치게 느껴진다. 이 책이 들려주는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삶을 통해서 진정한 무소유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깨닫고 미망에서 벗어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