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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제임스 패터슨.가브리엘 샤보네트 지음, 조동섭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아이들 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 주변의 모든 사물들과 조잘조잘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생일날 선물 받은 인형, TV 속 연예인, 책 속 그림들, 애완용 동물들, 하물며 하얗게 칠해진 벽하고도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고는 어른들인 우리들에게 자신의 친구가 해준 이야기라며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사물을 의인화하여 친구를 만들려는 유아기의 대표적 심리현상”이라는 어느 심리학자의 분석보다도, 혹은 유령이 순수한 아이들의 눈에만 보여 그들과 이야기한다는 공포 영화에서 단골로 쓰이는 그런 상상보다도, 어른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 즉 수호천사가 아이들 곁을 지키고 있다는 동화 같은 상상을 떠올리게 된다면 한결 마음이 따뜻해지고 낭만적이지 않을까? 제임스 패터슨의 판타지 로맨스 소설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밀리언하우스, 2010년 4월)”는 그런 동화 속 마법 같은 사랑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이제 막 아홉 살 생일을 맞는 제인은 비록 남성편력이 심하고 일에 바쁜 어머니와 살면서도 외롭지가 않다. 언제나 그녀 곁에는 자상한 미소와 따뜻한 말을 건네는 상상의 친구 “마이클”이 함께 해서다. 어른들은 그저 아이의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그런 존재이겠거니 하지만 제인은 그로 인해 하루하루가 즐겁고 신난다. 그러나 아홉 살 생일날 그는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며 너도 나를 잊게 될거야 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버린다. 마이클은 아이들이 어른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주는 수호 천사 같은 존재이고 아이들이 훌쩍 커버리면 그 아이를 떠나 다시 새로운 아이를 찾아 나서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꿈은 깨고 나면 부질없듯이 잊혀져야 할 그를 제인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기억하고 그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둔다. 자신을 구속하는 어머니와 자신에게서 잇속만 챙기려는 애인에게서 지치고 힘들어 하는 그녀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다. 상상속의 친구였던 마이클이 실제로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이다. 둘은 마법과 같은 사랑을 나누게 되지만, 마이클은 신이 자신에게 준 사명이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곤 다시 그녀를 떠나게 된다. 결국 신의 사명은 전혀 다른 것으로 밝혀지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헤어지지 않아”라는 아이의 말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 소설은 어린 시절 누구나 꿈꿔 봤을 그런 사랑에 대해 마치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처럼 신비롭고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다. 결코 사랑은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어쩌면 결코 견디기 힘든 현실일 수 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내 나이의 남성들이 읽기에는 예전 할리퀸 문고처럼 낯 간지러운 이야기였지만, 누구나 꿈꿔봤을 마법 같은 사랑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에 그만 읽는 내내 분홍빛 감성에 젖어들 수 있었다. 어쩌면 하루에도 몇 번을 스쳐 지나가는 저 사람이, 아니면 어른이 되어 만나서 결혼을 한 지금의 내 아내가 사실은 어쩌면 어릴 적 나를 지켜주었던 상상의 친구였을 지도 모른다는 상상, 삭막한 마음을 한결 부드럽게 풀어주고 따뜻한 사랑의 온기마저 불러 일으키는, 한번쯤은 꿈꿔 볼 만한 상상이 아닐까?
동화같은 사랑이 우리 곁에서 지금 바로 우리가 하는 그 사랑일 수 도 있다는 달콤한 상상을 이 책과 더불어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