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경제학 - '짬짜면' 같은 경제입문서
오형규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음에도 가끔 나에게 경제용어에 대해 물어오면 난감할 때가 있다.

대학 졸업한지가 벌써 십 수 년이 지나 공부했던 기억이 가물가물한 탓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배운 기억도 나고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지만 그 용어를 쉽게 설명할 실생활의 사례가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설명이 종종 어려워지곤 해서 만족할 만한 답변을 해주지 못하게 된다. “한계 효용의 법칙”하면 금방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물”과 “다이아몬드”의 경제적 효용과 희소성을 비교하여 설명하는 “다이아몬드의 역설”이라는 사례들 들어 설명하면 쉽게 이해가 되듯이 실생활에서 겪는 각종 사례를 통해서 경제 이론을 설명하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게 된다.  22년 경력의 경제기자인 오형규의 “자장면 경제학”  (좋은책 만들기, 2010년 4월)은 이처럼 각종 일상생활에서 쉽게 겪을 수 있는 사례들을 통해서 경제용어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할머니 세대들이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세상의 이치가 경제 원리와도 일맥상통하듯이 경제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경제학은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작가의 말처럼 책은 먼저 3~4 페이지 분량으로 실생활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사례들과 그 사례들에 숨겨진 경제 원리에 대해 재밌게 설명하고 한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는 사례나 경제용어에 관계된 재밌는 상식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제목이자 첫 쳅터에서 우리가 항상 중국 음식을 먹을 때 고민하는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라는 자장면의 딜레마를 해소하는 “짬짜면”의 예를 들어 “수요”와 “공급”의 법칙과 “소득”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하고 챕터의 마지막에 자장면과 짬뽕의 유래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이다.  자장면과 짬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경제용어들은 몇 가지 더 있을 수 있는데 이 책에서도     예를 드는 “대체제”에 대한 설명이나 자장면과 단무지처럼 한 제품의 매출이 많아지면 덩달아 같이 매출이 느는 “보완재”, 이 책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자장면 두 그릇을 먹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500원을 더 주고 “곱배기”를 먹는 것이 나을 까로 설명할 수 있는 “한계비용의 법칙”, “군만두 서비스”나 “세트메뉴”에 숨겨진 미끼효과, 가격할인효과, 마케팅 방법 등등 중국집 음식 하나로도 수많은 경제 원리들을 설명할 수 있다 - 개인적으로 난 “짬짜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장, 짬뽕 둘 다 맛 볼 수 있는 것은 좋은데 나의 “한계효용”은 자장면 한 그릇을 온전히 먹는 것이지 조금씩 맛보는 것은 영 만족할 수 가 없기 때문이다 -. 책에서는 경제 원리뿐만 아니라 미인들의 얼굴을 조합하면 오히려 이상해지는, 개인에게는 이익인데 다소에게는 손해가 되는 “구성(결합)의 오류”, 친구를 잘 못 사귀어서 아들이 삐뚤어졌다고 생각하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식으로 걸러듣는 심리적 현상인 “인지부조화”, 최고급 차종을 모든 사람에게 호의를 갖는 선입견인 “에쿠스 효과” 등 행동경제학, 심리학 등 다양한 이론도 곁들여서 실제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다. 

 작가가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은 에필로그에도 잘 나와 있듯이 우리가 이미 겪고 있는 일상속의 수많은 경험에서 체득한 경제 원리에 대한 연습을 통해서 복합적이고 심사숙고하는 “스리쿠션“사고, 즉 경제 현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사고를 가지는데 도움이 되길 위함일 것이다. 간디가 제시했다는 8가지 사회적 죄악(마지막 한 가지는 간디의 손자가 추가했다고 한다)의 유형을 선택의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책을 끝맺는다.

북한을 종종 실패한 사례로 들거나 미국의 정치학자 겸 철학자 존 롤스의 주장인 “최하 계층의 효용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복지론을 “하향 평준화”로 생각하는 작가의 보수적인 성향은 다소 마음에 안 들지만 이 책은 나처럼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이나 경제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 “경제”를 교과과정으로 배우는 중고등학생 등 모든 사람이 읽어봐도 좋을 쉽고 재밌는 책이다. 물론 에세이 수준의 이 책에서 깊이 있는 경제학 이론을 바라는 사람과 “경제학이 이렇게 재밌어? 그럼 나도 경제학과로 진학해야 겠다”하고 착각을 할지 모르는 수험생들은 예외로 하고 말이다. 이 책은 결코 경제 전문 서적이 아니라 그저 재밌고 쉽게 풀어쓴 경제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기우로 한 가지만 늘어놓는다면 경제학, 무척 어려운 학문이다. 혹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이라면 경제학과에 절대 가지말기 바란다. “케인즈의 유동성 함정이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시오” 라는 시험 문제지를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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