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케인
로버트 E. 하워드 지음, 정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20세기 공포 문학의 거장 “러브 크래프트”가 천재라고 격찬한 “로버트 E.하워드”의 작품은 근육질 배우이자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아놀드 슈왈츠 제너거”가 주연한 영화 “코난”시리즈로는 접해봤는데 책으로는 이번 “솔로몬케인”(Solomon Kane, 눈과 마음, 2010년 4월)이 첫 작품이다.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반지의 제왕”을 쓴 J.R,R, 톨킨보다도 먼저 판타지 소설 장르를 개척했고, 그의 작품들을 모티브로 미국식 신화인 “슈퍼히어로” 만화 속 영웅들, 특히 “배트맨”, “반헬싱”, “콘스탄틴” 등 다크 히어로들의 전형을 완성시켰다고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작가로 유명하다고 한다. 지금이야 쉽게 만나는 어둠 속의 영웅의 모습을 처음 창조해냈다는 그의 작품 “솔로몬 케인”은 그래서 여러모로 흥미가 가는 작품이다.  

 최근 영화가 제작되면서 같이 나온 책이라 그런지 책 표지에는 영화의 주인공 사진이 장식되어 있다. 검은 옷에 등 뒤에 펜싱용 얇은 칼인 레이피어를 차고 있고 허리에는 중세시대 권총을 차고 있는 모습이 소설에서 묘사하는 솔로몬 케인 모습과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캐스팅이 제격이다. 책은 7편의 단편과 2편의 미완성본이 실려 있는데, 길지 않은 각 편 분량이 지루하지 않게 쉽게 읽힌다. 솔로몬 케인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책에서는 솔로몬 케인의 내력이 소개되고 있진 않은데, 책 맨 뒤에 실려있는 역자의 <로버트 E.하워드의 생애와 문학>편에는 작가가 생전에 - 30세 젊은 나이에 자살하고 말았다 - 들려줬다는 솔로몬 케인이라는 케릭터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작가가 청소년 시기였던 16세 무렵에 구상한 솔로몬 케인은 16세기를 배경으로 한 냉정하고 강인한 전사에 대한 그 자신의 흠모에서 잉태한 인물이며, 뛰어난 검객이자 전사로 영국 대번 출신으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청교도 박해와 그 자신의 타고난 방랑벽 때문에 생애 대부분을 영국 밖에서 떠도는 전사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단편들의 배경도 주로 아프리카가 대부분인데 그 이유도 작가가 아프리카를 태고의 미스터리와 강렬한 마법의 땅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납치된 어린 소녀를 구하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의 아틀란티스 후예들이 건설한 제국으로 쳐들어가는 “해골의 달” 편을 읽어보면 솔로몬 케인의 이미지가 좀 더 명확해진다. 노예로 잡혀 있는 소녀 앞에 나타나면서 “내가 왔다”라는 한마디와 함께 멋지게 등장하는 그의 모습 -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당신을 구하러 왔어요”라고 외치면서 문을 박차고 등장하는 미국 만화 속 히어로들의 모습보다 솔직히 더 멋있다 - 이나,  

“언제나 충동적으로 행동해왔음에도 자신의 행동은 모두 냉정하고 논리적인 명분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라고 확고히 믿어왔다. 그는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청교도와 기사도가 묘하게 뒤섞이고 고대 철학자의 분위기까지 풍기는 남자. 게다가 이교도의 기질이 더 강했는데, 아마도 이 말을 듣게 되면 그 자신은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맹목적인 기사도의 시대로부터 잠재된 유전을 물려받은 남자이며, 열광자의 어두운 운명을 타고난 협객이었다. 영혼의 굶주림은 그를 행동하게 만드는 동인이자. 모든 잘못을 바로 잡고 모든 약자를 보호하며 선과 정의에 반하는 모든 범죄를 응징하는 추진력이었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바람처럼 떠돌면서도 선과 정의라는 이상에 스스로 어긋남이 없다는 한 가지 점에서는 늘 일관적이었다. 솔로몬 케인은 그런 사람이었다 - p.119”  

라고 작가가 직접 묘사한 부분을 읽어보면 악에 홀로 맞서 싸우는, 과묵하면서도 고독한 영웅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런 케인의 모습과 각 단편마다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괴물들, 즉 좀비, 해골의 복수, 조인족(鳥人족,하피), 커다란 뱀, 고릴라, 아프리카 주술사 등은 판타지 소설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오늘날에까지 주요 모티브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사실 이 책에서 소개된 7편의 단편들은 1928년~1932년에 쓰여진 작품이라 그런지 80년이 지난 현대의 판타지, 공포 장르 소설과 비교해보면 줄거리가 밋밋하고 과장된 필체가 곳곳이 보여 그리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판타지의 시원을 개척한 작품의 희귀성을 감안해본다면, 그리고 이 책을 원형으로 하여 만들어진 수많은 만화와 소설들을 상기시키면서 본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책 속에서의 고독한 영웅, "솔로몬 케인"을 어떻게 스크린으로 옮겼을지 영화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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