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미술의 해학 - 사찰의 구석구석
권중서 글.사진 / 불광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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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은 참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수려한 산속 풍광과 잘 어우러진 고색창연한 사찰 건물들, 자신과 닮은 얼굴이 하나는 반드시 있다는 말에 꼼꼼히 들여다 보게 되는 만불상, 초파일날 어머니께서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 걸어 놓으셨다는 대웅전 천장을 빼곡하게 메운 각종 연등들, 사찰 벽면에 그려져 있는 제 불보살들과 신중들의 탱화들, 대웅전 앞마당에 놓여있는 옛스러운 석탑들, 세월의 풍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각종 석불들, 대웅전 뒤 켠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볼 수 있는 산신각에서 만나는 산신과 호랑이 그림 등등 하나하나 둘러보다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가 버린다. 그중 제일 인상에 남는 것은 절 입구 천왕문에서 만나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사천왕상일 것이다. 눈을 부릅뜨고 보관과 갑옷을 차려 입고 손에는 칼과 삼지창, 악기를 들고 각종 악귀와 죄인 - 정확히는 생령좌(生靈座)라는 귀신이다 -들을 발로 밟고 있는 모습들이 무서워서 어릴 적에는 천왕문을 가로질러 가지 못하고 멀리 돌아가곤 했다. 이제는 사천왕상의 과장된 표정과 발 밑 귀신들의 고통스럽고 불쌍한 표정들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을 만큼 나이 들면서는 그 모습들이 재미있어서 절에 가면 대웅전 부처님은 보지 않아도 사천왕문은 꼭 둘러보곤 한다. 권중서의 “사찰의 구석구석 불교 미술의 해학”은 절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미술품들의 테마들, 즉 불법 수호신들, 불보살들, 석가모니 일대기 그림이나 조각, 불상, 조형물들이 보여주는 익살과 해학적인 모습들을 소개하고 있다.

근엄과 경건함이 일반적인 통념인 종교 미술에서 유독 우리나라 절에서는 사천왕상 발 밑 악귀들이나 하나하나 표정이 다 다른 기기묘묘한 만불상, 부처님 설법중 떠드는 아라한 모습, 제신장도에서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는 곳이 아니라 몇몇은 딴곳을 바라보는 모습 등등 웃음이 나올 법한 재미있는 장면 들이 많은 것일까? 작가는 해학이 풍부한 우리의 민족성이 투영되었다고 보고 있다. 경직되었던 마음을 일순간에 풀어주고 고단한 삶에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부처님의 말씀을 해학과 익살로 표현해냈다고 한다. 책에서는 참 많은 절의 그림과 불상, 조각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책 말미의 불교 지옥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 해학과 익살을 잠깐 소개해본다. 

인간의 죄업을 심판하고 그 죄업에 따라 벌을 받는 장소인 “지옥”은 많은 종교에서도 등장하는 대표적인 사후 세계라 할 수 있는데 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지옥에도 한줄기 구원의 길이 열려 있으니 지옥에 떨어지는 인간들을 인도하여 안락한 정토나 해탈의 길로 이끌어주는 “지장보살”이 바로 그 구세주와 같은 존재이며 지옥의 고통을 묘사하는 지옥 그림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의 빛과 여유로 묘사되고 있다. 책에는 여러 절의 지옥도가 등장하는데 그중 파주 보광사 명부전 지옥도 모습(P.301)을 살펴보면, 우측 상단에 나타난 지장보살과 좌측 합장하며 지장보살을 쳐다보는 염라대왕과 그림 중간의 몇몇 판관들과 옥졸들의 모습, 특히 그림 중간의 한 판관은 비뚤어진 관을 다시 쓰려는지 아니면 지장보살의 출현으로 엉망이 된 재판이 염려스러운지 머리를 감싸고 인상 쓰는 모습이 참 재미있고 익살스럽다.. 같은 페이지 서울 개운사 명부전 지옥도에는 말과 소 머리를 한 두명의 지옥 옥졸들이 죄인들을 가리키면서 “이거 어떡하지? 풀어줘야 돼 말아야 돼?“ 하고 서로 논의하는 장면이 익살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사찰의 각종 미술품에 대하여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불교 교리 소개와 함께 해학과 익살에 코드를 맞추어 소개한 점이 재미있었지만, 아쉽다면 너무 많은 것을 책에 담고자 하는 의도가 오히려 산만한 구성과 나열로 책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책에 소개된 수많은 그림들에 대하여 사찰별로 색인을 만들어서 뒤에 첨부했다면 추후에 이 책에 소개된 절을 방문할 때 그림들과 내용들을 쉽게 다시 확인해보는 재미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책 머리에 작가가 이야기 한 것 처럼 “조상들이 남긴 불교 조형물에서 부처님의 숭고한 뜻을 살피고 그 안에 녹아 있는 해학과 여유가 바쁜 삶속에서도 잠시 쉬며 마시는 시원한 한 잔의 물이 되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의도는 적어도 나에게는 제대로 먹힌 듯하다. 앞으로 찾게 될 절에서 만나는 그림들이나 조각들이 예전처럼 그저 휙 둘러보고 마는 그런 풍경이 아니라,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장면들을 꼼꼼히 눈여겨 보고 웃음 지으며 같이간 가족들에게 설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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