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헛스윙 인생 홈런을 치다
마쓰오 다케시 지음, 전새롬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여러 번 이사를 하면서 어렸을 적 장난감이나 동화책은 온데간데 없어졌지만 다행히도 초등학교시절 일기장 몇 권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 가끔씩 그때의 누렇게 바랜 종이에 삐뚤빼뚤 글씨, 여기저기 손때가 덕지덕지 묻은 일기장을 펼치면 모든 것이 신기하고 놀라운 것 투성이었던 어린 시절 나를 마주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받아쓰기 백점 맞은 상으로 어머니께서 사주신 자장면을 먹고는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 자장면이고 다음에도 백점 맞아야겠다고 다짐하거나, 난생 처음 돈까스를 먹고는 자장면보다 더 맛있는 것이 돈까스라고 감격해하고, 인기 외화였던 “육백만불 사나이”보고 나도 나중에 커서 돈 벌면 저렇게 육백만불 사나이처럼 수술해야지 하고 소원도 빌어보고 , 태권브이와 마징가랑 싸우면 누가 이기냐로 옆집 형과 싸우고 코피 흘린 이야기 등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신났던 그 때의 일기장은 생생한 어린 시절 나를 만나볼 수 있게 하는 추억의 보물인 셈이다. 마쓰오 다케시의 “헛스윙 인생 홈런을 치다”에서는 나처럼 일기장이 아니라 실제 13살 시절 어린 “나”가 어른인 “나”에게 찾아오면서 겪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야기는 비교적 짧은 편이다. 36번 면접에서 떨어지고 간신히 입사한 회사, 일주일 만에 찬란한 빛을 잃고 ‘루저’가 되어 버렸고 그런 상태로 5년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27살 “시노자키 고헤이”에게 공원에서 만나자는 초등학생이 보낸 편지가 배달되고 누굴까 하는 마음에 공원에 나간 고헤이는 13살 어린 “나”를 만나게 된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존재하는데도 보지 못하는 소중한 것을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는 당부와 함께 찾아온 어린 “나”와 함께 살면서 어른 “나”는 어린 시절 가졌던 소중하고 멋진 꿈을 다시금 되찾게 되고, 남 탓만 하고 주위 사람들을 원망하며 살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한다. 책은 어린 시절 내가 어른인 나를 찾아온다는 판타지 소설 형식을 띄고 있지만 어린시절 자신의 꿈과 희망에 귀기울여본다면 자신의 인생을 다시금 가다듬을 기회를 만나게 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한 일종의 “자기계발서”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그런 이야기를 자신만이 알고 있는 진리 인냥 포장하고 억지 감동을 강요하는 여느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마치 동화를 읽는 듯한 설정과 이야기 전개는 자기 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읽기에도 전혀 부담 없이 쉽게 읽히고, 다 읽고 나서 잔잔한 감동과 함께 자연스레 어릴 적 내 꿈은 뭐였지 하고 반문해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다시 일기장을 꺼내 읽어보았다. 장군, 과학자, 소설가, 교수 등 나이가 들면서 꿈도 수없이 많이 바뀌었지만 일기장 마지막 말에는 꼭 “착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말이 적혀있다. 주문처럼 외우고 써온 그 마지막 문구처럼 나는 그런 어른이 되었을까? 이 책의 주인공처럼 나에게 어린 시절의 “나”가 찾아온다면 그 아이에게 나는 네가 꿈꾸던 그런 어른이 되었어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니 그렇다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는 걸 느낀다. 주인공처럼 인생이 달라지는 계기를 만들 만큼은 아니겠지만 가슴 속에 간직해왔지만 잊고 지내왔던 어린 시절의 꿈, 힘들고 지칠 때마다 한번씩 나 자신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읽히지만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은 그런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