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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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책 글자 하나하나, 사진 한 장 한 장을 꼭꼭 씹어서 가슴에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그런 책을 만났다. 스포트라이트가 집중이 되는 주류, 즉 “안”쪽 삶이 아니라, 주류에서 비껴나 주목받지 못하는 “바깥”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는 스물 여섯의 사람과 사물, 풍경을 인터뷰한 최윤필의 “어느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글항아리. 2010.2.16.)이 바로 그 책이다. 그저 그런 인터뷰이겠거니 하고 편히 누운 자세로 책을 펼쳐 들었다가 책 첫머리의 허리우드 극장 “김은주” 사장 인터뷰를 읽고 “오호”하는 감탄사에 일어나 앉게 되고, 두 번째인 프롤레타리아 혁명가 “이일재” 선생의 인터뷰를 읽고는 그분의 열정과 삶에 옷깃을 여미게 되었고 마지막 최근덕 성균관장의 인터뷰까지 읽는 내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더니, 다 읽고 나서도 진한 여운에 책 머리말과 인상 깊은 인터뷰들을 다시 펼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작가는 이 들을 주목받지 못하는 “바깥”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스물여섯가지 - 사람 뿐만 아니라 퇴역마와 같은 동물, 우표, 막걸리, 책 등의 사물, 수도원 같은 건물 또는 공동체적인 삶, DMZ 와 같은 풍경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하다 - 삶들은 성공하지 않은 주변의 삶일까?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클래식 영화만 상영하지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김은주 사장, 비록 국내에서는 3등이지만 세계에서 11번째로 세계 14좌를 등반한 휴머니스트 산악인 한왕용, 전국 각지의 동네를 떠돌면서 동네 주민들과 어우러져 “동네영화”를 제작하는 영화감독 신지승, 도미솔 레파라 같은 3도 화음만 구사할 줄 알고 숙취에 약속된 공연도 불참하는 “찌질이” 음악가이지만 그저 음악이 좋아 노래 부르는 인디밴드 타바코쥬스, 삶의 고단함으로 연극무대를 떠나 택배기사를 하고 있지만 반드시 무대로 돌아가겠다는 연극배우 택배기사 임학순 등등 스물 여섯 하나하나의 삶은 결코 좌절하거나 실패한 것이 아니라 “안”쪽의 그 어떤 삶보다도 치열한, 결코 좌절이나 실패가 아닌 꿈과 희망을  더욱 가꿔나가는 현재 진행 중인 삶이다. 

  특히 마치 님웨일즈 “아리랑”의 공산주의 혁명가 “김산”을 연상시키는 직업혁명가 이일재 선생의 삶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1923년 대구에서 태어나서 일제시대 항일 노조운동, 해방 후에는 공산당 활동과 대구 총파업을 주도하고 팔공산 빨치산 활동을 했으며, 1968년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만인 1988년 가석방으로 석방된 이후에도 각종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을 펼쳐온, 자신의 신봉하는 사상에 한 평생 삶을 올곧이 바쳐온 그의 삶은 인간적 회한을 물어보는 작가의 질문에 “없어 그런건”라는 간단한 답변과 아직도 프롤레타리아 승리의 믿음을 확신하는 그의 고집스런 믿음, 긴 옥고로 구완와사(안면마비)가 더 욱 악화되었지만 굳게 다문 입과 아직도 형형한 송곳 같은 눈빛의 그의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브레히트의 시 “후손들에게”의 “그러나 그대들이여, 사람이 사람을 돕는 그런 때가 도래할 때 우리를 기억해다오 관대한 마음으로”라는 마지막 구절처럼, “아버지의 삶에 백 퍼센트 공감하지 않지만 그 삶의 가치는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그의 아들의 말처럼 그의 사상과 삶은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혁명가로서 치열하고 열정적이었던 그의 삶은 두고두고 후배들이 기억해야 할만한 그런 가치있는 삶이었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1등의 이름이나 자극적인 몇몇 단어들이라야만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래서 억지로라도 1등 곁에 얼씬거려야만 버틸 수 있다는,“누가 이런 이야기 읽기나 하겠어?”라는 주변의 우려에 일부 동조하지만 작가의 그런 생각은 분명히 틀렸다. 신문연재 당시에도 기사를 읽고 녹차를 보내온 독자나 연재된 글들을 모티브로 동화를 써도 괜찮겠냐고 묻는 동화작가와 같은 “바깥”의 독자들이 아주 없지 않았다지만 이 책의 출간되면서부터 나처럼 꼭꼭 씹어서 가슴에 간직하고자 하는 독자들이 아주 많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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