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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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진보 논객이자 미학자인 “진중권”과 “과학콘서트”의 저자이자 뇌공학을  전공한 과학자인 “정재승”이 만나 “스타벅스”, “구글”, “셀카”, “쌍커플 수술” 등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희자되는 21개의 주제들에 대하여 각자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설정, TV 토론 프로그램으로 기획해도 화제가 될 법한 이벤트를 책으로 엮어냈다. “무한한 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라는 부제로 나온 “정재승 + 진중권, 크로스”가 바로 그 책이다. 

 21개의 사회 현상에 대하여 미학자와 과학자의 시각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주제는 미디어 아티스트 “제프리 쇼”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진중권은 제프리 쇼의 “읽을 수 있는 도시”의 체험을 예로 들면서 ‘체현된’ 인터페이스의 구축을 위한 예술적 실험을 통해 가상과 현실, 혹은 은유화 현실이 어지럽게 뒤섞인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실현을 이야기하고 정재승은 자신이 21세기 ‘생물학의 시대’에 가장 각광을 받는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것을 뿌듯해 하며 디지털 기술이 21세기 예술가의 창의력과 예술성을 더욱 고양시켜주는, 즉 예술가가 과학자의 경계가 허물어져가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또한 “셀카”에 대해서는 정재승은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가 만나면서 생긴, 즉 기술이 인간의 문화를 바꾼다는 유용한 예이며 폰카가 과학자들의 일상적 삶을 기록하려는 꾸준한 시도와는 달리 “정직한 삶의 기록”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유를 기술적 한계와 자신의 예쁜 모습만을 담고 싶어하는 욕망의 구현을 예로 든다. 진중권은 “공식적”이고 “집단적”인 아날로그 카메라와는 달리 디카와 폰카는 “일상적”이고 “개인적”이며  “얼짱각도”는 자신의 이미지의 미적 이상화를 위한 추상화로써의 디지털 유미주의를 이야기한다. 색을 소리처럼 사용해 그림으로 연주한,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린 “파울 클레”편에서도 이런 미학적, 과학적 시각이 잘 들어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모든 사항들이 다 그렇게 경계가 분명하지만은 않다. “9시뉴스” 편에서는 진중권은 촌철살인으로 인기가 있던 MBC뉴스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를 문화적 아이콘으로 이해하고 찬사를 보내는 반면 정재승은 뉴스에 종종 전문가로 나오는 과학자들의 인터뷰의 비밀과 정치, 사회 문제에 비해 홀대받는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에 한숨을 쉰다, “박사” 편에서는 진중권은 학벌 주의의 폐해에 대한 경험과 자신의 글을 소개하면서 박사학위를 따느니 곡예비행을 배우는 게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고 믿는 반면 정재승은 박사과정의 열정적인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생물학적 나이가 허용하는 날까지 새로운 학문에 도전하는 “박사”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희망한다. 특히 “마이너리티 리포트” 편에서 진중권은 진보논객으로서 그만의 독설을 시원하게 날리기도 한다. 이처럼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역할 구분이 분명하지 않는 점이 있다는 점을 의식한 탓인지 진중권은 에필로그에서 “디지털 시대에 새로 등장한 어떤 경향의 소산일 것이다. 최근에는 분과간 협력에서 분과의 경게 자체를 넘나드는 초분과적 연구의 경향이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애둘러 변명하고 있기도 하다.

21개나 되는 많은 주제를 3~4페이지의 한정된 지면에서 두 작가가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니 깊이나 전문성은 다소 미흡할 수 있겠지만 동일한 사물을 서로 다른 시각과 방향에서 바라보는 시도만큼은 탁월했다고 평할 수 있다. 물론 이 시도가 이 책이 처음은 아니겠지만 이 책이 성공을 거둔다면 또 다른 많은 시도, 즉 종교가와 과학자, 진보와 보수, 남성론자와 여성론자, 동양철학과 서양 철학, 빈 라덴과 부시 전대통령 등등 흥미롭게 재밌는 크로스 오버적인 시도가 계속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끝으로 이 책 이벤트에 응모하면서 받은 질문, 22번째 담론으로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나는 “회귀”를 꼽았었다. 새 정부 들어 모든 것이 몇 십년 전으로 역행되어 버린 “과거 회귀현상”에 대해 두 사람은 어떻게 이야기할까?  진중권은 새로움이 주는 낯섬과 이해하는 데 걸리는 수고로움에 비해 우리에게 친숙한 복고에 대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미학적 관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여 특유의 진보적 시각으로 독설을 시원스레 날릴 것이며, 정재승은 과거 그리스 조각상이나 건축물에서 나타나는 과학적인 황금비율의 사례와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새로움과 복고의 아름다움을 인지하는 대뇌 부위가 다르다는 점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하고 혼자서 제멋대로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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