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속에 감춰진 한국사회의 진실 - 진보의 시선으로 바라본 2010 한국사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시대의창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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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은 성장률도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하고 각종 경제지표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긴 터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97년 IMF 환란 이후 최대의 위기가 될 것이라는 각종 경제기관과 언론, 정부의 경제 전망으로 호들갑스럽게 시작하더니, 경제지표가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면서 OECD 국가 중 우리가 가장 먼저 불황 터널을 탈출했고 2010년은 4~5% 성장을 거두어 본격적인 성장 회복기에 이를 것이며 G20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명실공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거라는 호들갑스러운 말들로 끝났다. 우리 같은 일반국민들에게는 전혀 피부에도 와닿지 않는 성장률이며 물가전망, 실업률 전망들을 남발하면서 일반회사에서라면 잘못된 예측으로 사단이 나도 몇 번이 났을 그런 오류 투성의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절대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수많은 주류 경제연구소나 정부기관들의 뻔뻔함은 이미 도가 지나칠 정도이다.

그런데 경제는 회복되고 있다고 그러는데 예전 어느 정치인의 물음처럼 과연 우리 살림살이는 정말 나아졌을까?

벌써 졸업한지 2년이 넘은 우리 옆집 총각은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부모님 눈칫밥을 먹으면서 알바 자리라도 구하기 위해 생활정보지를 뒤적이고 있고, 작년 희망근로로 어렵게 생활을 꾸렸던 윗집 할아버지는 올해 희망근로 인원이 대폭 줄고 근로일수도 6개월에서 4개월로 짧아지고 그것도 작년에 한 사람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한숨에 바닥이 꺼질 듯 하고, 동네에서 20여년 넘게 조그만 슈퍼를 하시는 아랫집 아저씨는 동네에 들어선 대형 슈퍼 때문에 손님이 반 이상 줄어서 가게를 부동산에 내놓고는 한숨을 바닥이 꺼져라 내쉬고 있고, 건너집 아저씨는 작년에 동결된 급여가 올해는 조금이라도 오르겠지 하는 희망을 가졌지만 구조조정 안한 것을 다행이라 여기라는 회사의 협박에 오히려 삭감된 연봉계약서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인했고, 옆 동 아저씨는 올 봄 구조조정할 거라는 회사 통보에 내가 대상이 되는 것 아냐 하고 걱정되고 불안해서 하루하루 술이 늘고 있다.  어째서 각종 지표는 분명히 호전되고 있는데 우리네 삶은 팍팍하고 더 힘들어지는 걸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의 “성장률 속에 감춰진 한국사회의 진실”에서는 이러한 년말 년시 각종 기관들과 정부가 내놓는 각종 경제 지표 속에 숨겨진 허구와 모순에 대해서 하나하나 짚어보고 진보적인 시각에서 현 경제 상황과 정책들을 비판하고 "고용을 통한 성장견인"과 "금융통제","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먼저 1부 “전환기의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에서는 먼저 2007년 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서 촉발된 세계금융위기가 정점이었던 2009년의 경제상황을 점검하면서 2009년 GDP는 다소 회복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실업문제와 소비침체, 즉 실물경제의 침체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며 “유연성”에서 “안전성”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은 지난 2009년 암울했던 당초 상황을 벗어나 다소 양호했지만 2010년 또한 여전히 불안한 것으로 전망하고,  “확실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불확실성의 시기인 2010년 한국경제의 방향과 방향 잃은 MB 노믹스의 출구전략의 허점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그리고 책의 일관된 주제인 3대 구조개혁, “고용개혁”, “금융개혁”, “가계 경제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경제정책” 세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2부 “한국 국민의 삶,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서는 앞에서 제시한 3대 개혁과제에 대하여 전망과 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고용”분야에서 “고용없는 회복”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내수 부진은 지속될 전망이며 정부는 성장보다 고용을 우위에 놓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여 먼저 공공부문 고용확대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고용불안으로 인한 가계소득의 감소, 이자비용의 증가로 한국 경제 붕괴의 뇌관이 될 수도 있는 가계부채 증가 위험을 대처하기 위해 정부와 금융기관은 가계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가계경제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우리의 경제구조를 바꿔야 하며, 가계 주체들도 그동안의 “빚도 자산, 저축은 손해, 투자를 통한 자산증식”이라는 왜곡된 사회적 의식에서 벗어나 신용카드를 없애고 고정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하는 새로운 마인드 셋(Mind Set)을 가지라고 제언한다.

 3부 “안개속의 한국사회와 전망”에서는 경제문제와 함께 꼭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 “교육”, 사회복지”문제에 대한 현황 점검과 향후 방향을 제시하고, 또한 다소 경제문제와는 연관이 없을 2010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임하는 진보세력의 방향성과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는 한반도와 주변세력들, 남북중미 관계에 대한 해법도 간단히 언급하고 있다.

 마지막 결론인 “한국 사회의 진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는 앞에서 각 분야별, 항목별로 언급했던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금융자유화를 규제로 전환”하여 한국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키고, 노동 유연화를 규제하고 고용을 국가가 책임지는 “고용개혁”을 시행해야 하며, 현재 선진화란 이름으로 강행하고 있는 의료, 교육의 시장화를 다시 공적인 서비스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인 “새사연”은 마지막 말에서 “부채로부터 자유롭고 고용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우며 교육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운 국민으로 살 수 있는 사회”야 말로 그들이 바라는 새로운 사회의 기본 표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란하고 천편 일률적인 주류 경제기관의 “경제전망” 보다는 간과하기 쉬운 “고용”, “사회복지”, “금융개혁”에 대하여 진보적인 시각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지만, 책의 성격이 전문적인 경제서적이라기 보다는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 에세이 수준이고 한정된 지면(280P)의 한계로 각 사안별로 좀 더 구체적인 현황과 계수화된 시스템적 예측 모델, 충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러나 <2012년 대한민국의 새로운 청사진> 마련을 위한 첫 걸음이자 다음 대통령직 인수위에 전달될 또 한편의 보고서를 위한 시작이라는 점에서, 완결되지 않는 마지막 장은 바로 이 책을 읽고 공감할 우리들이 채워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새사연의 이런 시도는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새사연의 이런 시도가 요새 마치 유행처럼 러쉬를 이루는 각종 경제서적 출간 붐 속에서 쉽게 잊혀지고 마는 일회성 책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시리즈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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