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러브 - 사랑스런 로맨스
신연식 지음 / 서해문집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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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51년 살아오면서 사랑이라곤 친구에게 차인 여자에 대한 짝사랑이 전부인 황혼의 중년 남자와 유년의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스물 다섯 살 여자가 만났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친구인 남자와 친구가 죽으면서 “하루하루 어떻게 사는지만 좀 살펴 줘”하고 부탁한 친구의 딸,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관계의 두 사람은 엉뚱하게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러니까 너랑 나랑 같이 있는 게 뭐가 문제냐는 거지 너도 좋고 나도 좋고, 피해 주는 사람도 없는데“라는 남자의 서툰 프로포즈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연민 같은 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의 서툰 사랑은 이제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엔 나이가 들어버린 남자가 좁은 작업실에서 벗어나 사진작가가 되길 원하는 여자 때문에, 유학을 가겠다는 여자에게 무슨 돈으로 하며 ”지금이야 니가 내 옆에 있지만 나중엔 기억도 안날 걸? 세월이 지나면 넌 나 같은 건 잊어버리게 될 거야“하고 묻는 남자 때문에 결국 마무리도 서툴게 끝나 버리고 만다.

  여느 소설이나 영화보다 파격적이고 오감을 자극하는 사랑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지만 친구 딸과 사랑에 빠진 중년 남자 이야기 또한 자극적이고 가슴 아픈 사랑이겠거니 하는 기대감을 과감히 저버리고 신연식의 “페어러브”는 파스텔 톤의 옅은 색채로 짤막하게 그리고 있다. 너무 색깔을 연하게 입혔을까? 형만과 남은의 사랑은 온통 서툴고 낯설며 밋밋하기까지 하다. 과연 둘은 사랑을 하기나 한 것인지 아니면 잠깐의 연민과 동정을 사랑으로 착각한 것인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제대로 분간할 수 가 없으며, 마지막 페이지 형만이 남은에게 사준 편종소리와 함께 “우리 다시 시작해요”라는 말은 단순히 형만의 착각이거나 바램인건지 아니면 이 둘의 사랑이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는 멀티 엔딩을 의미하는지도 분명치가 않다. 둘의 사랑보다는 우연히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고친 것이 계기가 되어 결국 사진기 수리공의 삶을 살게 된 형만의 인생과 그의 주변 친구들인 강목사, 윤사장, 남은의 아버지 기혁과의 이야기, 형만이 이십대에 만난, 친구인 강목사에게 차이고 “우주 같은 눈물”을 흘리던 종희에 대한 짝사랑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기까지 하다. 찰나간의 열병처럼 지나간 사랑을 형만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때때로 떠올리겠지만, 여전히 사진기 수리 작업대에서 고장난 사진기를 고치면서 오래된 풍경으로 계속 남아 있겠지 하는 생각과 이 둘의 서툰 사랑에 밋밋하다고 느끼는, 메말라 버린 내 감성을 탓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치 책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것처럼 딱 형만과 남은이인 “안성기”와 “이하나”의 연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분명하지 않게 느낀 그 둘의 사랑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서라도 영화를 보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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