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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와 별들의 책 - 제1회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 수상작 ㅣ 치우 판타지 시리즈 1
이준일 지음 / 문학수첩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원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특히 판타지 장르를 좋아해서 이영도의 "드래곤라자", 윤현승의 "하얀늑대들", 전민희의 "룬의 아이들"과 같은 국내 유명 작품에서부터 C.S 루이스의 "나니아연대기", 필립 풀먼의 "황금나침반", 어슬러 르권의 "어스시의 마법사" 등과 같은 외국 유명 작품까지 참 많은 판타지 소설을 읽었지만 유일하게 읽지 못한 책이 "해리포터" 시리즈였다. 워낙 베스트셀러인데다 영화로도 크게 히트 친 유명한 작품이어서 몇 번 읽기를 시도했지만 영화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었는지, 아동용이라는 선입관이 너무 뇌리에 박혀 있었는지, 아니면 남들이 다 좋아하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묘한 거부감해서인지 1부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1권을 채 읽지도 못하고 덮어버리곤 했다. 낯설기만 한 영국식 문화와 아동용의 한계일 수 밖에 없는 다소 유치한 글전개와 뚜렷한 주제의식이 없다는 것을 내가 읽지 못하는 이유겠거니 하고 지레 짐작도 해보는데, 놀라왔던 것은 나처럼 편견과 거부감없이 정말로 즐거운 마음으로 해리포터에 빠져드는 조카를 보고나서이다. 해리 포터 어땠니 하고 물으면 두눈을 반짝이며 해리포터와 그의 친구들의 모험담을 열심히 설명하는 조카를 보면서 책을 대하는데 선입관과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끼고 즐기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을 수 가 있었다.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당선작", "한국형 해리포터" 라는 다소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있는 이준일의 "치우와 별들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판타지 소설을 접하는 기대감과 한편으로는 해리포터처럼 유치한 아동용 소설 - 해리포터를 비하하거나 하는 마음이 아니라 순전히 주관적인 느낌이다^^ - 아냐 하는 우려가 반반씩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다 읽고 난 후 지금 느낌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쉽게 재밌게 읽히는, 지금보다는 앞으로 계속될 시리즈가 더 기대되는 소설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책은 15세 소년인 박치우가 병든 어머니의 부탁으로 우리 세상과는 다른 또 다른 세계인 "가이아 대륙"으로 넘어가 그곳에서 신나는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작가가 창조해낸 또 다른 세계인 "가이아 대륙"은 그동안 수많은 판타지 소설에서 배경으로 다루었던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마법, 마녀, 뱀파이어, 소환수, 마법 생물 - 여주인공인 올리비아가 사는 집이자 거대한 마법 생물인 "파치"는 이미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보았던 집이자 움직이는 마법 동물들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익숙한 장치이다 - , 요정들이 살고 있고, 인류와의 엄청난 전쟁 끝에 현 세계와 분리하여 새로운 세상을 구성한 점, 두 세계 사이에는 강력한 결계인 "장막"이 가로 막고 있어 누구도 넘나들수 없다는 점, 그런 장막을 주인공은 일종의 기연을 만나 장막을 뚫고 넘어가서 조력자를 만나서 모험을 한다는 점, 결국 책 말미에는 주인공은 모든 악을 물리치고 해피엔딩을 맞거나 또는 새로운 모험에 나선다는 점 등등은 앞에서 언급한 수 많은 판타지 소설이 보여주는 전형 그대로이다. 다만 이러한 익숙한 소재들을 이야기 흐름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버무려서 재미있게 엮어낸 점은 작가의 글솜씨가 결코 녹록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파수꾼의 정체, 아직은 다 밝혀지지 않은 가이아의 역사와 다섯 선조의 비밀 등 불충분하고 불친절한 작가의 설명 또한 주인공 치우의 모험이 이 한권으로만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면서 차츰 차츰 밝히기 위한 작가의 의도(?)로 해석해 볼 만하다.
기존 판타지의 전형을 답습한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아동용 모험 판타지 소설이지만 재밌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글솜씨로 보건데 치우의 모험이 앞으로 계속되면서 좀 더 신선하고 기발한 판타지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이 책에 대한 진정한 평가를 위해서 해리포터를 정말 좋아했던, 이제는 훌쩍 커버려 대학생이 되버린 조카에게 이 책을 선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