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4
존 스타인벡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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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포도>는 196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 1902~1968)의 대표작으로 1939년 출간되자마자 미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이듬해인 1940년에는 작가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대공황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1930년대 말 미국 중부의 농부들은 가뭄과 모래 폭풍으로 인한 계속된 흉작으로 고통을 겪는다. 이에 지주와 은행은 고수익을 가져다 주지 못하는 소작 제도를 없애고자 트랙터로 농가를 밀어버림으로써 기계화 농업을 실시하고, 소작농들은 평생 농사짓던 땅에서 쫓겨나는 신세로 전락한다. 

소설의 주인공 톰 조드의 가족도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삶의 터전이었던 오클라호마 농가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66번 고속도로는 이주자들의 행렬로 가득하다. '66번 고속도로는 이주자들의 도로'이자 '도망치는 사람들의 길'(1권-p.243)이 된다. 

고된 여정 중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톰의 형은 중간에 사라지며 임신한 여동생의 남편은 도망간다. 이러한 가족의 와해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중심으로 뭉친 가족은 2000마일(3200km!) 8개 주를 지나 드디어 캘리포니아에 도착한다. 


조드 가족을 기다리고 있던 캘리포니아는 과연 이들에게 기회의 땅이자 약속의 땅이었을까? 

아니다. 캘리포니아 농부들의 현실도 열악하기는 매한가지. 갈수록 낮아지는 과일 가격과 늘어나는 빚으로 더 이상 과수원과 통조림 공장을 운영할 수 없는 소규모 농부들 또한 대지주들의 횡포에 고통을 당하는 처참한 상황이었던 것. 게다가 '과일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이런 캘리포니아에 조드 가족과 같은 수십 만의 농부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 오는 실정이니 돈 많은 농장주들의 횡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다음 문장은 작가 스타인벡의 분노가 느껴져 적어본다. 


[사람들이 강에 버려진 감자를 건지려고 그물을 가지고 오면 경비들이 그들을 막는다. 사람들이 버려진 오렌지를 주우려고 덜컹거리는 자동차를 몰고 오지만, 오렌지에는 이미 휘발유가 뿌려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만히 서서 물에 떠내려가는 감자를 바라본다. 도랑 속에서 죽임을 당해 생석회에 가려지는 돼지들의 비명에 귀를 기울인다. 산처럼 쌓인 오렌지가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지켜본다. 사람들의 눈 속에 패배감이 있다. 굶주린 사람들의 눈 속에 점점 커져 가는 분노가 있다. 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점점 익어 간다. 수확기를 향해 점점 익어 간다. (2권-p.255)]


<분노의 포도>는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일자리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조드 가족의 험난한 여정을 통하여 1930년대 말 살던 땅에서 쫓겨난 농부들의 비참한 현실을 잘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들의 고통 만을 담고 있지 않다. 작가는 이들의 고단한 여정을 통해 인간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지, 또한 약자에 대한 연민과 사랑, 공동체 정신 등을 보여줌으로써 희망은 어떤 특정 장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녁이 되면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스무 가족이 한 가족이 되고, 아이들은 모두의 아이들이 되는 것이다. 고향을 잃어버린 슬픔은 모두의 슬픔이 되고, 서부에서 황금 같은 시절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꿈도 모두의 꿈이 되었다. 어떤 아이가 아프면 스무 가족에 속한 100여 명의 사람이 모두 가슴 아파했다. 그리고 천막에서 아이가 태어날 때면 100여 명의 사람이 모두 밤새 경이로움에 사로잡혀 침묵을 지키다가 아침에 기쁨을 함께 나눴다.(1권-p.406)]


'어쩌면 모든 사람이 하나의 커다란 영혼을 갖고 있어서 모두가 그 영혼의 일부인지도 모'(1권-p.52)른다는 짐 케이시 목사의 말처럼 작가는 '나에서 우리로 변하는' 연대 정신에 인간의 희망이 있음을 이 소설에서 보여준다. 극한의 힘든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지키려는 의지는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운지 그리고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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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1-30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분노의 포도가 저런 의미였군요. 전 표지만 보고 전쟁문학이라고 생각했었는데 ㅋ
작품 명이 너무 유명해서 손이 안갔었는데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coolcat329 2023-01-30 11:43   좋아요 0 | URL
가독성이 높아 두 권이지만 새파랑님은 금방 읽으실 듯 합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레삭매냐 2023-01-30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분노의 포도
읽겠다고 사두긴 했는데...

또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coolcat329 2023-01-30 19:00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 책장도 엄청날 거 같아요~~^^
이 책 당연히 읽으셨을줄 알았는데 꼭 찾아서 읽으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