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베스트셀러 - 조선 후기 세책업의 발달과 소설의 유행,문학 이야기 지식전람회 26
이민희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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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과잉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어둠이 내린 이후의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뿐더러, 그렇다 해도 밤새 즐길거리를 찾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향유할 수 있는 문화가 지극히 한정되었던 과거에는 긴 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무언가가 절실했을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러한 심사를 달래기 위한 것으로 이야기만한 것이 없었다. 게다가 조선시대 이야기의 향유 매체로서 글은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을 것이므로 부녀자나 하층민 등 문자의 혜택을 받지 못한 계층에게는 언문의 보급이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야기에 대한 욕구와 언문의 확산으로 인해 조선후기에 이르러 부녀자나 하층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언문소설은 양적 질적으로 풍부해졌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흥미로운 것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는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그러한 욕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약삭빠른 상인들의 움직임은 한 시대의 유행을 낳는다. <조선의 베스트셀러>는 조선 후기 독자들의 강렬한 욕구에 따라 소설이 유행하고 세책업의 성행하던 세태에 대한 풍속화이다. 이 책은 유통방식, 독자, 인쇄기술의 역학적인 관계를 통해 조선 후기 사회상을 다각적으로 조망한다.

 

오늘날의 책대여점에 해당하는 조선시대 세책방은 무협이나 만화책 등 대중적이고 가벼운 읽을거리들에 대한 대중의 요구에 발맞추어 성행하게 된 책대여점과 마찬가지로, 언문소설에 대한 당대의 강력한 욕구에 의해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설의 유행에 의해 추동된 조선 후기의 새로운 문화상품인 세책방은 역으로 소설의 발달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조선 후기 소설의 유행과 세책업의 발달은 이처럼 상호보완하며 한 시대의 문화적 유행을 주도하였다.

 

<조선의 베스트셀러>는 소설의 유행과 그 유행을 가능케 했던 유통방식으로서의 세책업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언문의 확산과 새로운 시대의식, 상업의 발달이라는 시대적 조명과 함께 세책을 둘러싼 생산과 수용의 역학관계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전문인력으로서 책쾌는 서적 중개상이자 편집자로 세책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들은 책의 유통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독자의 구미에 맞는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책들을 구비해 놓고 영업을 했다. 처음에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책을 팔거나 대여하였으나 소설 독자가 급증하자 한 장소에서 세책방을 열고 손님을 맞이했다.

 

책은 세책방에서 주로 유통되었던 필사본 고소설들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담고 있다. 세책본 고소설은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는 책이기 때문에 특별히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표지를 두껍게 만들고 책장마다 들기름을 발라 두는 것은 물론이고 책장을 넘길 때 닳는 부분을 염두에 두고 글자를 비워둔 것까지. 이처럼 세심하게 제작된 세책본 고소설들은 세책문화가 당대의 문화상품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나아가서 이 독특한 유통방식으로 인해 당대인들의 사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세책본 소설에는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남겨놓은 글이나 그림 등 각종 낙서들이 발견된다. 낙서의 내용은 대개 그들의 요구사항이나 욕구해소를 위한 직설적인 글귀나 음화들이었는데 이런 낙서들은 세책문화가 익명을 빌미로 억눌린 욕구를 배설하는 오늘날의 인터넷 공간과 유사한 역할을 했음을 또한 짐작할 수 있다.

 

세책문화의 발달은 수용자의 요구에 발맞추어 한층 발전해 갔다. 전통적인 문자생활에서 소외되어왔었던 부녀자와 평민들을 중심으로 한글 소설의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자연히 세책문화도 발달하게 된다. 책 한권을 빌리는 값이 이틀 동안 쓸 수 있는 물 두 지게의 값과 맞먹는다고 하니 결코 싼 것이 아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까지 원하는 책을 빌려 보려고 했다. 이러한 풍조는 비단 문화의 결핍에 대한 보상심리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 인성이 억압되던 시대적 풍조에 의한 것이기도 했다. 소설에 탐닉하는 것이 고상한 취미는 아니었기 때문에 공공연한 향유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비밀스러운 일일수록 그 요구는 더욱 커지게 마련이어서 세책방의 인기는 오랜 세월 지속되었다.

 

세책방에서 인기 있었던 소설은 번안된 중국소설이나 국문 영웅 소설, 국내창작 한글소설 등이었는데, 마땅히 시간을 보낼만한 여흥이 없었던 독자들에게 이런 책들은 적적한 심사를 달래고 넓은 세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사회적 제약으로 억압되어 있던 독자들에게 세책은 골방의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출구였던 셈이다.

 

조선시대의 세책 문화는 오늘날 책은 물론이고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세상과 소통하는 다양한 매체들의 모든 기능을 끌어안고 있었다. 조선 사람들의 내밀한 욕구와 인성의 해소 수단으로서의 소설과 그 소설의 유통방식으로서의 세책업은 또 다른 문화를 낳았다. 유행하는 소설을 읽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조차 없었다고 하니 이는 소위 대세라는 영화나 드라마를 안 보고서는 할 말이 없는 오늘날의 세태와도 다르지 않다. <조선의 베스트셀러>는 조선 후기의 세책문화를 통해 당대의 사회 풍속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대중문화 확산의 시대보편적인 메카니즘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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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 - 타이완 희망 여행기
이지상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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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굉장하다는 수식어가 붙는 것들은 인상적인 기억을 남기지만 마음을 끌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여행지도 마찬가지여서 객관적인 기준과 별개로 마음이 끌리는 장소가 있다. 사람이 친절하다든가, 음식이 맛있다든가, 기후가 좋다든가 하는 것이 그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돌담에 낀 이끼 때문에, 우연히 들른 건물 창으로 쏟아지는 햇볕 때문에 그 장소가 좋아지기도 한다. 수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십수 권의 여행기를 펴낸 베테랑 여행작가 이지상은 타이완이 그런 여행지라고 말한다. 타이완 여행기 <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에서 작가는 타이완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드러낸다.

 

<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는 2010년 타이완을 여섯 번째로 여행한 작가의 여행 기록이자 위로의 에세이다. 작가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절실한 위로가 필요할 때, 첫 여행지이자 첫사랑같은 여행지인 타이완으로 떠난다. 20여년 전 인생의 황금기였던 시절에 우연히 여행했던 타이완이라는 나라는 오랫동안 근원 모를 그리움으로 남아 지친 여행자에게 손짓한다. 그렇게 떠난 여행지에서 첫 여행의 여정을 더듬으며 때로는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기억 속의 추억과 다른 모습에 때로는 실망하기도 한다. 후끈한 열기와 한자 간판들, 거리를 꽉 채운 스쿠터의 행렬과 같은 낯익은 풍경은 현재와 과거를 대면시키고 지친 현재를 쓰다듬고 위안한다. 절절한 사모곡과 무심히 흘러가는 평화로운 삶들이 교차되며 삶과 행복에 대한 진지한 사유가 시작된다.

 

타이완은 우리나라와는 단교로 인한 오랜 외교 갈등을 빚고 있지만 최근 들어 대중문화의 활발한 교류로 인해 점차 여행지로서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나라이다. 타이완에는 웅장한 자연경관도 이렇다할 문화유산도 없다. 그나마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빌딩 타이베이101,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고궁박물관,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각광받는 여행지 주펀 정도가 조금 알려져 있을 뿐이다. 타이베이를 벗어나면 아리산이나 화롄 정도가 여행자의 발걸음을 이끈다. 이처럼 둘러보는 데 결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은 타이완이라는 작은 나라를 작가는 느긋하게 여행한다. 정해진 여정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천천히 걷고 보고 즐긴다. 타이베이, 화롄, 아리산, 예류 등 알려진 여행지를 둘러보며 그 익숙함에 추억에 젖기도 하지만, 때로는 현지인들에게도 낯선 구석진 장소를 찾아 가기도 한다. 특히 타이완의 최북단 마쭈 열도와 같은 생소한 여행지는 타이완이 아닌 세상에 없는 어떤 장소를 여행하는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작가는 마쭈 열도를 여행하면서 햇볕을 쬐고 느리게 걷고 휴식한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사소한 깨달음은 지친 발걸음을 위로하는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가 된다.

 

책에서 타이완은 '왠지 모르게 편하고 좋'은 곳으로 묘사된다.  탄성을 지르게 만드는 놀라운 광경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지만 그 곳에는 진짜 삶이 있고 편안한 휴식이 있다. 작가는 이안 감독의 영화 <음식남녀>가 전하는 메시지처럼 먹고 마시고 사랑하는 것에서 삶의 본질을 찾는다. 그리고 타이완이라는 나라는 그 삶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여행지라고 결론짓는다. 야시장의 다양하고 푸짐한 먹을 거리들, 지친 몸을 달래는 온천들, 빠듯한 관광일정으로 바삐 움직이며 안달할 필요없는 나라가 작가가 본 타이완이다. 작가는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 틈에서 익명의 자유를 느끼면서, 때로는 낯선 언어와 풍경 속에서 이국의 정취를 느끼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나는 지금부터 행복해질 것이다>는 타이완 여행의 일반적인 코스들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한편으로 여행 고수다운 이색적인 여행지들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개인의 경험에 따른 소회를 여행지에 의탁해 털어 놓는가 하면, 타이완이라는 나라가 불러 일으키는 흥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대중문화를 여행지와 연계해 소개하기도 한다. 내면의 치유와 보편적 공감 사이를 적절히 오고가는 이 여행기는 결국 타이완이라는 여행지가 지닌 매력으로 독자를 이끈다. 지친 삶에서 휴식이 필요할 때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다독여줄 수 있는 그런 여행지가 바로 타이완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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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 - 일본의 숨겨진 맛과 온천 그리고 사람 이야기
허영만.이호준 지음 / 가디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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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의 테마를 미식이나 온천탐험에 두고 있다면, 가볍게 보기에 좋은 책. 일본문화의 일면과 일본스러움의 대략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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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 1 - 중국.동티베트 1만 시간 동안의 아시아 1
박민우 지음 / 플럼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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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시간동안의 남미에 이어 작가님의 유쾌한 입담을 확인할 수 있는 책. 이 책에는 파란만장한 여행담과 함께 여행 파트너 카즈마와의 우정 혹은 갈등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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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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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장르소설에서 기대하는 말초적 재미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서늘하고 감각적이고 볼수록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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