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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 제25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작 ㅣ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여름에 개봉한 영화 ‘종이달’. 베스트셀러였던 카쿠다 미쓰요의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저자의 작품으론 처음 만나는 소설이어서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양장본으로 350여쪽 분량의 내용을 담은 이 책은 흑백의 깔끔한 책표지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가름줄이 있어 좋다. 한국소설과 달리 일본 이름들이 생소해서 눈에 잘 익지 않는데 친절히 등장인물 소개가 간략히 있어 이야기에 몰입하기 훨씬 유용하다.
제목이자 이 작품이 상징하는 [종이달]은 행복했던 한때를 뜻한다고 한다. 덧없는 과거의 시간, 허영과 위선의 도구였던 돈을 뜻하기도 한다고.
주인공 우메자와 리카. 그녀는 지금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와키바 은행에서 1억 엔을 횡령해 태국으로 도주 중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가 왜 경제사범이 되어 여기에 와있는지 지난날을 회상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평범한 회사원의 아내면서 전업주부로 살아가던 41세의 리카. 결혼 후 아이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밋밋한 부부생활에서 오는 외로움에 삶이 회의적이다. 회사에서 돌아와 밥 먹고 씻고 피곤해 잠자리에 들면서 무슨 얘기가 그리 애뜻하겠나. 스킨십도 너무 부족한 무덤덤한 생활, 아이들이 있는 것도 아니니.... 하긴 아이가 있어도 육아에 지치고 남편까지 챙겨야했던 중년의 세대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가정적 분위기다.
한마디로 진심어린 부부간의 대화나 배려가 부족한 생활 속에서 삶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꼈던 리카. 그녀는 친구의 조언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밋밋했던 그녀의 생활은 활기를 찾게 되고 계약직으로 일하게 된 은행에서는 그녀를 찾는 부유한 노인 고객들 덕에 좋은 평을 받으며 생활하게 된다. 그러던 중 고학생인 고타를 만나게 되고 쇼핑중독에 빠지면서 고객의 예금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처음의 두려운 마음은 어디가고 자신의 행동에 절제력이 없어지고 무감각해지는 수렁 속에 빠져들게 되는데...
스토리는 횡령 사건 직후 고등학교 동창생 유코, 요리교실 친구 아키, 옛날 애인 가즈키 이렇게 3인의 기억 속에 리카도 그려내고 있다.
사회적인 나의 페르소나적 모습 속에 진정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았던 리카. 진정 자신을 사랑했더라면 그 어떤 것으로든 자신을 채우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돈, 쇼핑, 애인 그 어느 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