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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버스괴담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6월
평점 :
더위를 한방에 날려줄 인기 있는 여름 문화 트랜드라면 단연 ‘공포’일 것이다. 온몸에 땀을 배출하는 우리의 피부구멍을 있는 힘껏 조여 털이 솟구치게 만드는 그 짜릿한 스릴감을 맛본 사람이라면 단연 여름밤을 시원하게 보낼 문화적 욕구로 이를 찾게 될 것이다. 간담을 서늘히 식혀줄 중독 같은 감각의 자극으로 말이다. 특히, 귀신과 괴물 같은 살인귀가 등장하는 판타지 괴담은 항상 현실에서 있음직한 그런 이야기로 꾸며져 있어 우리들로 하여금 더욱 쉽게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한다. 예를 들어 여고괴담처럼 말이다.
여기 이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해줄 괴담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 이재익의 소설 '심야버스 괴담'이다. 심야버스에서 일어나는 무시무시한 사건, 그것은 누구나가 그 사건현장의 관찰자나 피해자 또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몰입의 강도가 높일 수 있는 매력인 소재로 말이다. 작가 ‘이재익’하면 최근 방송PD면서 멋진 소설을 쓰는 투잡(two job)의 주인공으로 기억한다. 방송일하면서 온라인 서점에 소설 연재도 하고 틈틈이 이런 소설도 많이 내고 있는 부지런한 작가다. 다양한 소재 속 그의 작품이 보여준 작가적 역량이 이번 작도 충분한 기대를 갖게 했다.
도심 속을 달려 나오는 심야의 버스 한 대. 그 속에는 보통 소시민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속에 괴담이라면 혹시 교통사고와 연관된 것일까? 아니면 무슨 괴물체의 출현이거나 또는 묻지마 살인귀의 등장 뭐 이런 것일까? 상상을 하며 도심 어둠을 달리는 버스 한 대가 그려진 표지를 들여다보았다. 이 작품은 1999년 미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작가적 상상력이 더해진 것이란다. 정말 있었던 일인지 추궁하는 독자들에게 작가는 이렇게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소설가란 재미있는 거짓말로 밥벌이를 하는 몇 안 되는 직업이라고. 하하하! 이야기는 이야기로 즐기라는 작가님의 말씀이시다.
강남역과 분당 간을 왕복하던 2002번 심야시외버스.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이 심야버스 안에 취객 한 사람이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면서 버스 안에 여대생, 준호, 긴 생머리 아가씨, 마흔 안쪽의 아줌마, 뒷자리에 누운 취객, 버스기사, 실랑이를 벌이는 정체불명의 취객 이렇게 모두 일곱 명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에 실랑이를 벌이는 취객을 아줌마, 여대생 그리고 준호가 만류에 나서지만 그들도 어쩌지 못한 최악의 상황에 처하자, 버스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이들 틈에 시비를 걸던 취객이 뒤엉켜 쓰러지면서 그만 취객이 죽게 된다. 승객들 모두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과실치사의 공범이 되어버린 말도 안 되는 이 상황. 소설이라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을만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언젠가 시내버스기사를 폭행하는 취객 때문에 버스승객들의 목숨이 위험했던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 상황이 고속도로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아찔한가.
서둘러 이 사건을 신고하지 않고 은폐하려고 야산에 올라온 그들은 예상치 못하게 버스기사 마저 실수로 사망하게 되면서 사건은 감당하기 어렵게 커져 버리고 만다. 그냥 신고를 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이 사건은 더 커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후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 결벽주의자인 대학생 선미, 취객이었던 윤리교사 최주임, 그리고 숙자 아줌마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 것이다. 범인이 누굴까?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살아서 복수를? 아니면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연관된 누군가가 복수의 칼을? 범인을 추리해 보며 조금씩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버스기사와 벌어진 취객의 실랑이가 이젠 누군지 모르는 자에 의해 목숨을 위협 받고 있는 상황. 이제 그 사건의 남은 승객은 둘 뿐. 경찰은 이 사건이 단순 버스기사 실종사건을 출발로 해서 수사망을 점점 확대해 나가게 된다. 남은 두 승객은 과연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것인지 모두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누가 범인인지 긴장감을 가지고 책 말미를 향해 달려가게 한다.
주인공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속도감 있는 문체, 그리고 반전의 재미, 열린 결말 등 간담이 서늘할 정도는 아니지만 꽤 스릴감 있는 괴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