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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한동안 서점가의 인기를 누려왔던 [빅 픽처]로 알려진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미국출신이지만 영국에 살면서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작가다. 이번에 그의 신작 [위험한 관계]가 출간되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주목하게 한다. 500여 쪽의 제법 두툼한 장편소설로 제목이나 표지의 으스스한 영국거리의 표정이 외롭고 쓸쓸하고 불길하다. 어둠의 장막이 드리운 듯 침울한 분위기다. 어떤 이야기일까? 영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스펜스나 스릴? 물론 공경희님의 번역이 더욱 믿음도 갔고 새롭게 알게 된 작가에 대한 기대감 또한 손안에 책을 넣게 하는데 망설임을 없게 한다.
주인공 샐리. 그녀는 30대 후반의 카이로특파원으로 취재차 간 소말리아에서 영국 기자 토니를 만나게 되기까지 당당하고 독립성 강한 미국여성이었다. 평범한 그녀 인생의 궤도에 혜성같이 찾아온 운명적 사랑 토니는 인생의 궤적을 급변하게 만들었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벌어진 임신과 결혼 그리고 낯선 런던에서의 새집, 새 이웃, 그리고 신혼생활. 즉, 그녀에게는 임신이라는 신체의 새로운 경험, 낯선 사람들과의 문화적 이질감, 그리고 남편 토니와의 결혼생활, 모두가 마음의 부담이다. 가까운 친정식구들이 있다거나 익숙한 미국에서 신혼을 시작했더라면 두려움이 덜하였을 텐데.
그런 마음의 부담에서인지 그녀는 임신중독증을 앓고 난산 끝에 아들 잭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어 찾아온 산후우울증은 혼자 육아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병원에 입원하고 만다.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엄마로서의 죄책감이 자리한 아기, 모든 것을 한꺼번에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감당해야 했던 그녀. 남편이 조금 더 섬세하게 배려하고 도와주었더라면 이 모든 것을 잘 극복할 수 있었을 텐데 그녀의 남편 토니는 그렇지 못했다. 결혼 전 당차고 독립성 강한 그녀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한 없이 무너져 내리는 그녀를 보면서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추락하게 만들었는지 곱씹어 보게 된다. 어디부터 잘 못된 것일까?
마음을 어느 정도 추슬러 정신병원에서 퇴원하고 생활의 중심을 찾아가던 그녀. 미국 언니 전남편의 사망으로 언니를 위로하기 위한 여행을 다녀오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아 돌아온 런던 집은 반기는 이 하나 없는 빈집. 아이와 남편은 사라지고 법정명령 송달 문건만이 그녀의 손에 들려 쥐게 된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이란 말인가? 무섭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이젠 평정을 찾았다 했는데 가장 믿었던 남편의 배신이 자리하고 있다니. 이후에 벌어지는 법정싸움을 준비하면서 토니의 비열함은 더해가지만, 우울증을 극복하려는 모성의 본능은 안간힘을 쓰면서 더욱 굳건해지게 된다.
주인공 샐리가 경험하는 젖몸살의 느낌이라든지, 초보 엄마로서의 서툰 감정 표현, 영국과 미국의 문화와 언어적 차이를 섬세하게 잘 표현해낸 소설로 한번쯤 경험할만한 낯설음과 소외감, 외톨이 같은 외로움에 처할 때 이 책을 떠올리게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