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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입문 - 말 많은 세상에서 말하지 않는 즐거움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코이케 류노스케. 그는 [생각버리기 연습]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반열에 든 일본의 주지스님이다. 그의 에세이가 보다 쉽게 와 닿는 것은 어려운 설법 없이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마음수양의 이야기를 하는 데 있고,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장점이 함께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신작 [침묵입문]도 그런 맥락에서 금방 읽어낼 수 있고 어떤 점에 유의하며 실천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된다.
지나치게 말 많은 세상에 내면을 평화롭게 하는 침묵수행법이 이 책의 핵심이다. 사람들의 대화 속에 “내가, 내가...”를 연발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이란다. 내가~라는 자기농도를 진하게 하면서 욕심을 부리는 거라는 거다. 하긴 어떤 주제로 이야기 하다가도 나는 어떤데, 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좋다고 들어왔고 그렇게 대화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속에 숨은 자기만족, 우월감, 욕망, 과시욕이 함께 자리했다는 것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바다. 그러나 간혹 할 이야기가 아닌데 했구나 싶은 후회의 말들도 많다. 좀 더 생각하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하고 말이다.
이런 대화 속에 상대방이나 분위기를 비판할 수도 있는데 그 비판의 뿌리는 자만에서 온다고 한다. 그리고 알량한 자존심도 ‘내가’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 농도를 엷게 만들고 불교에서 말하는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의 삼독을 경계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한다. 그런 마음연습으로 침묵수행을 하여 인간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어난 현상의 좋고 싫음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감정의 속성에 말려들지 않을 수 있는 불교적 일상 수행법. 그런 연습을 통해 평상심을 기르다보면 의식을 통제 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게 되는데, 이 이야기는 그의 전 저서에서도 했던 이야기들이다. 다만 이 책에서는 그 실천방법 중 하나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시끄러움 속에 용기 있게 침묵하는 모습도 좋고, 아가씨 대화법의 애매하고 온화한 말끝 흐리는 말, “네~, 글쎄요, 그런가요. 그렇습니까.” 등 대화 속에 실천방법. 천천히 말하기 연습을 통해 침묵수행의 대화법을 조근조근 알려준다.
이런 침묵수행법은 쓸 데 없이 많은 말들에서 생기는 불편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대화 속에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해주고도 감사인사를 받지 못할 때,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헤맬 때,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 다이어트 중인데도 먹고 싶어 참을 수 없을 때, 어떤 사람을 무턱대고 좋은 사람이라고 믿을 때, 거짓말이 들통 나 비난받을까 두려울 때 등등 이에 대한 적절한 마음 요리법도 소개하고 말이다. 호흡명상인 출입식념, 신체 감각관찰의 신수념과 기분관찰의 수수념에 대한 명상법이 실제 수행에 어떻게 쓰이는지 실례를 통한 방법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구체적인 일상 수행법을 따라하다보면 어느덧 불편한 마음을 비워낼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