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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테
차학경 지음, 김경년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11월
평점 :
이런 작품들은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생겨난다” 여성의 작품들은 역사와 사회와 가정이 남긴 상처와 트라우마를 해체해, 폐허가 된 영혼에 새로이 생명을 틔워낸 것들이다. 그래서 대중의 기억에 남겨지지 않는다.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다시 태어날 뿐이다.
앤 카슨의 “플로트”나 “녹스”가 그러하듯 모든 글은 카테고리화 되거나, 모아 획일화될 수 없어, 특별한 물성을 가진다. 딕테는 “받아쓰기”되었다.
“항복은 필요없다. 당신은 실패하기로, 순교하기로, 피를 흘리기로, 표본이 되기로 선택되었으며, 저항했고 저항하기로 선택되었으며, 순교를 위해 하나의 표본이 되기로 예정된 짐승이다.”
광주에 대한 그녀의 기억은 당연하게도 참담하다. 모든 힘을 다해 애원하고 막아내도 교복이라는 표지를 앞세워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내 뱃속으로 낳은 아들을 잡아 세울 수 없다. 전쟁과 살육과 폭력은 여성들에게는 막아낼 수 없는 후회와 고통의 기억이다.
이 책은 서평도, 평론도 필요 없다. 그저 존재 자체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녹스가 그랬듯, 플로트가 그랬듯 존재 자체가 기적이고 예술인 책도 세상에는 존재한다고 적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