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발칙해도 될까 ㅣ 페이퍼사운드 숨·쉼·음 1
알레프 지음 / 브로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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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가 30주년이 됐다. 기념행사 가운데 하나로 차인표 작가 북콘서트가 며칠 전 있었다. 신애라 씨 아버님인 우리 교회 다닌 덕분에 이웃분들도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마련되었다. 책 이야기보다는 차인표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부모님의 이혼, 이민 생활, 가난, 연기자, 작가... 참 스펙터클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엔 스펙터클은 없었던 것 같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내에게 내 소감 한 마디를 전했다. 혹시 남들이 내 삶을 들여다본다면 내 생각과 다를까?


서른 중반 나이의 싱어송라이터, 알레프의 삶을 펼쳐 읽었다. '브로북스'가 기획한, 뮤지션들의 마음을 글로 재생하는 <페이퍼 : 숨, 쉼, 음> 시리즈의 첫 번째 주인공이다.

'가사는 결국 나의 말이다. (p. 71)' 들어본 적이 없던 터라 찾아들은 알레프의 음악은 그의 글과 많이 닮았다. 스스로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공백이 아니라 로딩에 가까운 그의 삶도, 그의 음악과 그 모습이 같았다.


AI 창작에 대한 그의 단상에서는 그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AI가 음악을 '만든다'는 표현에도 종종 멈칫하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AI는 음악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p. 77)'

상실을 겪은 적도, 어떤 밤을 버텨본 적이 없다면 상실과 밤을 노래할 수 없을뿐더러 설사 노래를 만들었다손 치더라고 그건 음악이 아니라는 게 알레프의 논리다. AI의 절대 틀리지 않는 음악은 설득력이 없다고도 말한다. 음악이란 종종 어긋나 있기 때문에 오래 남는 법이다.

상실해 본 경험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 본 적도 없는, 한치의 어긋남도 허용하지 않고 살았다면, 삶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런 인생을 음악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을까?


차인표의 삶, 알레프의 삶 그리고 나의 삶... 스펙터클이 있고 없고 또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모두의 삶은 틈이 갈라져 있다. 그 틈을 메꾸려는 노력은 했을지라도 완벽과는 거리가 먼, AI 음악과는 다른 삶이다. 그러니 차인표도 알레프도 자신의 이야기를 토크로, 음악으로 들려줄 수 있었다.

'음악을 오래 한다는 건, 어쩌면 끝까지 붙잡는 일이 아니라 중간중간 놓아주는 일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p. 87)'

내가 걸어온 나의 인생도 스펙터클한 페이지는 없었지만 한 페이지만 붙잡고 있지는 않았다. 아쉬운 대로 페이지를 넘기고, 완벽하진 않지만 또 한 페이지를 넘기고, 나를 놓아주며 지금까지 한 페이지씩 채워왔다.

만약 내 음악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그땐 나도 용기 내어 음악을 들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알레프의 인생이 담긴 음악을 듣고 글을 읽고 하게 됐다. 하지만 AI처럼 완벽한 음악은 아니라는 멘트를 꼭 붙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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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기쁨 - 개정판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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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시골 생활을 꿈꾼 십 대의 타샤 튜더는 용돈을 모아 젖소를 샀다고 한다. 도시 생활을 꿈꾼 또래와 달리 '농장 주인'을 꿈꿨다. 열다섯 살에 학교를 그만둔 타샤는 이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동물과 꽃을 가까이했다.

'내가 그림을 그리며 행복을 느꼈듯, 여러분도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행복을 찾기를. 그림은 내가 그렸고, 글은 '다른 이들이 남긴 꽃'이다. (서문에서)'

타샤는 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정원 가꾸는 게 꿈인 사람들에게 타샤는 동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정작 타샤는 정원 설계도를 그려본 적이 없다고 한다. 마음 가는 대로 꽃을 심었고 자라난 꽃이 정원을 설계한 셈이다.

1938년 <호박 달빛>을 시작으로 일생 동안 타샤는 100여권의 그림책을 만들었다. 그의 일상을 담은 그림에는 아름답고 고요한 자연, 타샤의 손주들, 고양이 그리고 코기가 등장한다. 타샤의 정원을 방문한 사람들은 코기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치 동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회상한다.

<타샤의 기쁨>에는 타샤의 아름다운 그림과 그가 사랑한 글귀가 담겨있다. 그림으로 엿볼 수 있는 타샤의 일상에 기쁨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가 마음에 담은 글귀에서 타샤가 가진 삶의 철학을 짐작할 수 있다.

There are few hours in life more agreeable than the hour dedicated to the ceremony known as afternoon tea.
오후의 차 한 잔, 인생에 그보다 더 근사한 시간이 있을까
- 헨리 제임스, <여인의 초상>

The only gift is a portion of thyself.
그대를 조금만 나누어 준다면 그것이 바로 선물.
- 랄프 왈도 에머슨, <선물>

이 책 <타샤의 기쁨>은 타샤 튜더가 나누어 주는 선물이다. 기분에 따라 마음 가는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이 선물은 우리에게 즐거움이 된다. 그래서

'<타샤의 기쁨>은 그 풍족한 설렘으로 부르는 초대장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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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마니아 : 유럽의 뿌리 ㅣ 현대지성 클래식 75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타키투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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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마니아'는 고대 로마제국 시대 라인 강 동쪽과 도나우 강 북쪽 지역으로 게르마니족이 살던 곳을 일컫는다. 현재 독일, 스칸디나비아 등 북유럽과 중부 유럽 여러 민족의 조상이 게르마니 부족이다. 당시 로마에게 게르마니아는 단순한 변방이 아니었다. 로마 문명의 북쪽 진출이 멈춰 선 곳이었다.

<게르마니아 : 유럽의 뿌리>의 원제는 <게르마니족의 기원과 지리에 대하여>(De origine et situ Germanorum)로 우리에게 <역사>와 <연대기>로 알려진 로마의 저술가이자 정치인, 위대한 역사가 타키투스(Publius Cornelius Tacitus, 56~120년경)가 98년경 집필 완성한 작품이다.


이 책 1부에서는 게르마니족 전체에 관한 일반적인 서술로 지리, 기원, 신체적 특징, 정치체제, 군사 조직, 일상생활, 가족과 결혼, 종교 의식 등을 다룬다.

'타키투스는 외부와 섞이지 않은 게르마니족의 순수성을 부각한다. 이는 이민족과의 결합과 사치로 고유한 정신을 잃어가는 로마의 현주소를 역설적으로 비판하는 장치다. (p. 29)'

게르마니족은 금이나 은보다 소 떼를 더 귀하게 여기는 등 그들의 삶은 사치와 소유욕과는 거기 멀었다. 물질 풍요 속에 무너져간 로마의 정신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여성을 유희 대상으로 삼는 로마와 달랐다. 여인에게 신성한 예지력이 있다고 믿어 여인들의 조언을 무시하지 않았다.

결혼 제도도 엄격해 한 명의 배우자를 두었다. 자녀 양육도 하녀나 유모에게 아이를 맡기지 않았다. 직접 젖을 먹여 키워 부모와 자식 사이에 깊은 유대감이 있었다. 낯선 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친절하게 환대했다. 로마인 관점에서 놀라운 일도 있었는데 게르마니족은 고리대금업을 하지 않았다. 땅도 공동 경작해 개인 소유보다 생존과 평등을 우선시했다.


2부에서는 게르마니 부족의 지리와 부족별 주요 특징을 설명한다.

'카티족은 다른 부족들보다 더 강인한 신체와 단단한 사지, 위압적인 용모와 왕성한 정신력을 지닌다. 게르마니인들 가운데서도 특히 이성적 사고력과 수완이 뛰어나 지도자를 선출하고 그 명령에 복종하며 대오를 갖추어 행동한다. 그들은 기회를 포착하고 공격을 늦출 줄 안다. 낮에는 작전을 세우고, 밤에는 방어 시설을 구축한다. 또한 행운은 불확실하지만 용맹은 확실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p. 92)'

카티족 전사들은 성인이 되면 머리카락과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전투에서 적을 죽인 후에야 그동안 기른 머리카락과 수염을 자르고 이마를 드러냈다. 이는 부족과 부모에게 부끄럽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수이오네스족은 바닷가에 고립된 채 살면서도 강력한 왕권을 유지했다. 타키투스는 이런 지형에서 어떻게 통제 시스템이 이뤄지는지를 유심히 살폈다. 시토네스족은 특이하게도 여성이 부족을 지배했다. 타키투스는 이런 통치를 노예 상태보다도 열등한 것으로 여겼다. 여성의 정치 지도력이 비정상이고 퇴보된 것으로 보는 로마인의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타키투스가 <게르마니아>를 집필한 의도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게르마니족의 순수함과 단순함을 당시 부패한 로마 사회와 비교해 로마인들에게 날카로운 경종을 울렸다는 점이다.

세월이 흘러 1848년 독일혁명 당시 독일의 지식인들은 이 책 <게르마니아>를 새로운 독일을 설계할 밑그림으로 삼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타키투스의 의도와 다르게 ''순수 독일 혈통'에 대한 위험한 집착으로 이어졌고, 결국 나치의 배타적 인종주의로 변질되었다. (p. 22)'

역사가 타키투스가 후대에게 전해준 인간 사회와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히틀러가 민족의 신화로 잘못 읽고 해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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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해방
에이먼 돌런 지음, 김은지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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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가족을 부양하고 아내는 집안일을,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아이로 구성된 이성애 혈연 중심의 핵가족을 '정상가족'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이데올로기는 문제가 있다. 성역할을 당연시하고 입양, 동거, 재혼, 한부모, 조부모가 부모를 대신하는 등 여러 가족 형태를 결핍된 것으로 낙인찍는 차별 때문이다.

이건 가족의 구성 형태 측면에서 바라본 문제점이고 이들 가족 내부를 들여다보면 어떨까? 이를테면 가족 내부에서 은밀히 벌어지는 학대 말이다. 정상가족에서는 학대가 없고 비정상 가족에서는 학대가 있을까? 오히려 정상가족이 가부장적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정상가족에서 더 학대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까? 게다가 정상가족이라는 포장 때문에라도 가정 내 학대 문제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쓸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편집자로 알려진 에이먼 돌런은 자신의 첫 책 <가족 해방>에서 본인이 유년 시절과 그 이후에 겪은 가족 내 학대 이야기를 솔직하게 내어놓는다. 그리고 (이 책의 특별한 점이기도 한데) 문제가족으로부터 해방하는 방법으로 '절연'이란 답을 내놓는다. 절연하는 것만이 '가족 해방'이라고 정의한다.

가족 내 학대로 보통 네 가지를 꼽는다. 우선 우리에게 익숙한 신체적 학대와 성적 학대가 있다. 그리고 심리적 (또는 정서적) 학대와 방임이 있는 데, 이 둘은 우리 사회가 쉽게 지나쳐버린다. 학대라는 인식이 부족한 결과다. 에이먼 돌런은 주로 심리적 학대와 방임에 초점으로 맞춰 이야기를 풀어간다.

'처음에는 우리 집이 정상적이라는 착각이 나를 침묵하게 했고, 그다음에는 내 처지가 비정상적이라는 부끄러움이 나를 침묵하게 했다. (p. 34)'

침묵은 학대자가 학대를 멈추지 않도록 돕는다. 자녀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학대는 이어진다. 가족 내 학대에 관한 가혹한 진실을 감추는 데는 부모를 공경하라고 무조건 칭송하는 종교 사회적 가르침이 한몫한다.

저자는 왜 학대 가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으로 화해가 아닌 절연을 말했을까? 학대자가 학대를 멈출 가능성이 희박해서이다. 혹시 가해자가 뉘우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저자는 대부분 그러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절연은 쉽지 않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절연 규칙을 정해 학대자에게서 힘을 빼앗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절연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절연으로 되찾는 기쁨과 강점, 자기인식을 의식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절연으로 인한 크나큰 어려움을 여기에 기대어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p. 251)'

절연함으로써 가족 해방을 이루어냈을 때, 학대자로부터 그동안 받은 것을 생각하면서 죄책감 같은 아픔이 뒤따를 수 있다. 이럴 때는 나를 학대함으로써 내게 진 빚에 비하면 내가 받은 건 너무 변변찮고, 우리가 받은 고통에 대한 배상이라고 여길 필요가 필요하다.

'이 책의 중심 주제 중 하나는 우리 생존자들이 어떻게 학대받았으며 그 학대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히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치유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가족의 학대에 집중했지만, 이제 그 '학대자'의 범위를 사회까지 확대해야 한다. (p. 330)'


추천의 글에서 정희진은 '가족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상가족이든 비정상가족이든 생물학적 가족 이데올로기는 근대의 신화이자 규범일 뿐이다.

절연을 통해 나를 지지하는 이들과 사랑, 돌봄, 정서적 유대로 선택 가족으로서 친밀함을 유지한다면 또 하나의 방식으로 가족 구성을 실천하는 셈이다. 학대자와 절연은 생물학적 가족 이데올로기와 절연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다. 행복한 가정 서사는 생물학적 가족에게만 적용되어왔다. 그런 왜곡이 가족 내 학대 문제를 흐리게 만들기도 했고.

그런 면에서 에이먼 돌먼의 '절연'은 가정 내 학대를 벗어나는 해결책이기도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가족의 개념을 재정립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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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배경지식 한 권 교양 - 모든 경험이 지식이 되는 질문 수업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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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위대한' 개츠비일까?' 스스로 질문해 본 적이 있다. 개츠비의 삶은 실패이고 살인죄까지 뒤집어쓴 채 죽음에 이르는 허망한 파멸로 끝난 인생이 분명한대 말이다.

이기심 가득한 여인일지라도 데이지를 향한 개츠비의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는 사랑이며 목숨까지도 희생하는 사랑이었으니 어찌 위대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더 재미있게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 모든 제목이 질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질문에 상식적으로 혹은 직관적으로, 조금 더 시간을 들일 수 있다면 상상력을 펼치거나 지식을 보태 각자 답해 보세요, 그런 다음 책의 내용을 읽으면 비교해 보세요. (여는 글에서)'

피츠제럴드가 생각한 제목은 '황금 모자를 쓴 개츠비'였지만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가 처음부터 '위대한 개츠비'를 고집했다고 한다. 유선경 작가가 내놓은 답은 이렇다.

'왜 '위대한 개츠비일까, 하는 물음에 대고 다시 묻습니다. 실패하거나 파멸한 사람은 위대할 수 없을까요. 우리가 혹시 실패나 파멸, 위대함을 재는 잣대를 잘못 잡고 있는 것 아닐까요? (p. 77)' 내 대답보다 사유가 깊다.ㅎㅎ


아기를 어르고 달랠 때 쓰곤 하는 '도리도리 까꿍'이란 말이 단군왕검의 혈통을 이어받은 배달의 아이들이 지켜야 할 열 가지 가르침'이란 뜻의 '단동십훈 檀童十訓'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곤지곤지', '죔죔', 짝짜꿍' 모두 마찬가지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말에 철학적 통찰까지 깃들어 있다.

이를테면 '도리도리'는 길 도道에 다스릴 리理를 쓰는 데 '천지만물이 하늘의 도리로 생겼으니 너도 하늘의 도리에 따라 생겼음을 깨달으라'는 뜻이다.


지난가을, 친구 부부와 명옥헌원림을 다녀왔다. 그곳 연못가에 매끈매끈한 나뭇가지를 운치 있게 늘어뜨린 배롱나무를 보고 감탄한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나무의 별명이 '간지럼 나무'인 모양이다. 처음 들었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배롱나무는 정말 간지럼을 탈까?'

'글쎄요. 낭만을 지운 눈으로 볼 때 나무가 실제로 간지럼을 탈 리는 없고, 수피가 너무 얇다 보니 줄기를 건드리면 그 움직임이 가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상상하면 참 절로 유쾌해집니다. 간지럼을 타는 나무라니, 혹시 모를 일입니다. 그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요. (p. 210)' 유선경 작가는 유쾌한 상상으로 그 답을 내놓았다.

배롱나무꽃을 백일홍이라고 친구가 설명해서 흔히 떠오르는 백일홍이려니 생각했다. 아니었다. 꽃이 피는 날이 둘 다 백일 남짓이기는 하지만 배롱나무는 木백일홍이고 백일홍은 풀이다.


'나이가 들면 왜 잠이 없어질까?' 난 나이 들수록 잠이 더 느는 것 같아 의아한 질문이긴 하지만 아내는 그렇지 않으니 궁금하다. 10년이 지날 때마다 평균 27분씩 잠자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한다.

호르몬과 관련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른 호르몬 분비량은 줄지만 코르티솔 호르몬을 변함없어 우위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 호르몬이 스트레스 호르몬이란 점이다. 스트레스와 싸울 에너지를 확보하느라 당과 지방을 섭취해 뱃살이 늘고,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갈수록 밤새 말똥말똥 해진다. 나는 뱃살은 느는데 말똥말똥하지는 않다. 예외는 언제나 있는 법이니까. ㅎ


'냄새를 맡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연복 세프가 후각을 상실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음식을 만들지? 미각 대부분은 후각에 의존한다는데?

그 밖에도 내 호기심을 자극한 질문이 많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내지 않은 세금을 누가 납부했을까?'
'<최후의 만찬>에 나온 메인 요리는 무엇일까?'
'사람의 눈은 왜 두 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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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융합하는 일에 우선하는 재료가 기억이라고 유선경 작가는 말한다. 기억이 없다면 지식은 없다. 기억을 보태며 축적하는 데 '질문'보다 더 좋은 것도 없다.

"삶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대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얘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 콜롬비아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한 말이다.

유선경 작가가 이제까지 떠올린 질문을 문학, 말, 자연, 과학, 역사, 예술, 신화, 7가지 주제로 정리해 이 책에 담았다. 상상력을 펼쳐 답을 떠올린 후 작가가 내놓은 답들과 차이를 즐기며 '내 인생의 배경지식' 쌓기를 바란다. <내 인생의 배경지식 한 권 교양>을 곁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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