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해방
에이먼 돌런 지음, 김은지 옮김 / 복복서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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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가족을 부양하고 아내는 집안일을,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아이로 구성된 이성애 혈연 중심의 핵가족을 '정상가족'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이데올로기는 문제가 있다. 성역할을 당연시하고 입양, 동거, 재혼, 한부모, 조부모가 부모를 대신하는 등 여러 가족 형태를 결핍된 것으로 낙인찍는 차별 때문이다.

이건 가족의 구성 형태 측면에서 바라본 문제점이고 이들 가족 내부를 들여다보면 어떨까? 이를테면 가족 내부에서 은밀히 벌어지는 학대 말이다. 정상가족에서는 학대가 없고 비정상 가족에서는 학대가 있을까? 오히려 정상가족이 가부장적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정상가족에서 더 학대 가능성이 높지는 않을까? 게다가 정상가족이라는 포장 때문에라도 가정 내 학대 문제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쓸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편집자로 알려진 에이먼 돌런은 자신의 첫 책 <가족 해방>에서 본인이 유년 시절과 그 이후에 겪은 가족 내 학대 이야기를 솔직하게 내어놓는다. 그리고 (이 책의 특별한 점이기도 한데) 문제가족으로부터 해방하는 방법으로 '절연'이란 답을 내놓는다. 절연하는 것만이 '가족 해방'이라고 정의한다.

가족 내 학대로 보통 네 가지를 꼽는다. 우선 우리에게 익숙한 신체적 학대와 성적 학대가 있다. 그리고 심리적 (또는 정서적) 학대와 방임이 있는 데, 이 둘은 우리 사회가 쉽게 지나쳐버린다. 학대라는 인식이 부족한 결과다. 에이먼 돌런은 주로 심리적 학대와 방임에 초점으로 맞춰 이야기를 풀어간다.

'처음에는 우리 집이 정상적이라는 착각이 나를 침묵하게 했고, 그다음에는 내 처지가 비정상적이라는 부끄러움이 나를 침묵하게 했다. (p. 34)'

침묵은 학대자가 학대를 멈추지 않도록 돕는다. 자녀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학대는 이어진다. 가족 내 학대에 관한 가혹한 진실을 감추는 데는 부모를 공경하라고 무조건 칭송하는 종교 사회적 가르침이 한몫한다.

저자는 왜 학대 가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으로 화해가 아닌 절연을 말했을까? 학대자가 학대를 멈출 가능성이 희박해서이다. 혹시 가해자가 뉘우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저자는 대부분 그러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절연은 쉽지 않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절연 규칙을 정해 학대자에게서 힘을 빼앗을 것을 권한다. 그래야 절연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절연으로 되찾는 기쁨과 강점, 자기인식을 의식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절연으로 인한 크나큰 어려움을 여기에 기대어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p. 251)'

절연함으로써 가족 해방을 이루어냈을 때, 학대자로부터 그동안 받은 것을 생각하면서 죄책감 같은 아픔이 뒤따를 수 있다. 이럴 때는 나를 학대함으로써 내게 진 빚에 비하면 내가 받은 건 너무 변변찮고, 우리가 받은 고통에 대한 배상이라고 여길 필요가 필요하다.

'이 책의 중심 주제 중 하나는 우리 생존자들이 어떻게 학대받았으며 그 학대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히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치유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가족의 학대에 집중했지만, 이제 그 '학대자'의 범위를 사회까지 확대해야 한다. (p. 330)'


추천의 글에서 정희진은 '가족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상가족이든 비정상가족이든 생물학적 가족 이데올로기는 근대의 신화이자 규범일 뿐이다.

절연을 통해 나를 지지하는 이들과 사랑, 돌봄, 정서적 유대로 선택 가족으로서 친밀함을 유지한다면 또 하나의 방식으로 가족 구성을 실천하는 셈이다. 학대자와 절연은 생물학적 가족 이데올로기와 절연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다. 행복한 가정 서사는 생물학적 가족에게만 적용되어왔다. 그런 왜곡이 가족 내 학대 문제를 흐리게 만들기도 했고.

그런 면에서 에이먼 돌먼의 '절연'은 가정 내 학대를 벗어나는 해결책이기도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가족의 개념을 재정립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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