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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의 진화 - 진화가 알려 주는 암 극복의 새로운 아이디어
아테나 액티피스 지음, 김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평점 :
어머니는 일흔 살을 앞두고 형님은 사십 대 중반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두 분 다 살아야 할 삶이 남았는데, 그 끝까지 가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이유로 아내는 나도 간암으로 고생하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다.
'우리는 암으로 죽지 않더라도, 암과 함께 죽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p. 134)'
암에 이르는 모든 체계의 협력을 연구하는 암 생물학자, 아테나 액티피스의 <암세포의 진화>는 암에 관한 책이다. '암이 어디에서 왔고 왜 존재하며 왜 그토록 완치가 어려운지에 관한 책이다. (p. 7. 머리말>'
이 책의 특징이라면 진화를 바탕으로 자연 선택에 초점을 맞춰 암을 살펴본다는 점이다. 그래야 암의 복잡한 특성, 특히 진화는 암을 억제하는 몸을 좋아하는 반면 증식이 빠르고 물질대사가 왕성한 암세포의 특징을 선호하는 진화적 역설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암은 우리의 일부다.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는 순간부터 암은 존재했다. 다세포 유기체로서 첫걸음을 뗄 때부터 암은 있어 왔다. '우리는 암과 함께 태어나서 암과 함께 죽는다. 그리고 암과 함께 살아간다. 암은 자궁에서 무덤까지 우리 삶의 일부다. (p. 87)'
우리 몸은 30개 조에 달하는 세포로 이루어졌다. 세포들은 서로 협력하고, 진화하고, 에너지를 소비하고, 계산하고, 유전자를 드러내고, 단백질을 생산한다. 이러한 세포의 유기적 행동은 거의 10억 년에 걸친 다세포체의 진화를 통해 만들어졌다. 진화가 협력하는 세포 사회를 만든 셈이다.
그러나 세포 간의 협력이 깨질 때가 있다. 통제에서 벗어나 얌체 행동 cheating을 하는 세포가 있는데 바로 암이다. 암은 자원을 남용하는 등 우리 신체의 환경을 망가뜨리면서 무절제한 복제를 한다. 이런 행동은 정상적인 세포보다 진화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몸의 건강과 생존 가능성을 손상시켜버린다.
진화로 암 억제 시스템도 갖추었다. 이제까지 생명체가 성공적인 삶을 사는 이유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100퍼센트 통제하기는 어렵다. 이를테면 암을 완전히 억제하면 할수록 번식력이 낮아진다.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끼리 전투를 벌이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암을 통제하고 치료해야 할까. 암과 전쟁이라도 벌이듯 완전히 암을 제거할 때까지 싸워야 할까? 불행하게도 그건 불가능하다. 암은 우리가 동원하는 모든 치료법에 반응하며 진화하는 다양한 세포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암은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이 아니다. 암과 싸우는 것은 진화라는 필연적 과정과 싸우는 걸 의미한다. 진화 과정을 상대로 절대 이길 수 없다. 암의 진화도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생태적 변화 과정이고 앞서 말했듯이 다세포 협력에 암체 짓 하며 무임승차하려는 과정일 뿐이다. 그래서 암의 진화를 멈출 수 없다. 다만 그 과정을 늦추거나 방향을 바꿀 수 있을 뿐이다.
'암이 우리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적응이 필요한 이 예측 불가의 상대와는 장기적인 전략적 상호 작용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에게 훨씬 더 낫다. 암을 콕 집어서 제거할 마법의 약을 언젠가 찾아낼 거라는 그릇된 희망에 매달리기보다는 진실을 마주하고 암과 함께하는 불확실한 미래를 받아들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p. 289)'
내 친구, 내 친구의 아내분 그리고 또 가까운 지인 여럿이 암과 투병 중이다. 아니, 암과 함께하는 중이다. 나 또한 가족력이 내게 현실이 되어 모습을 드러낸 암세포와 동행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진화에 기대어 암과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우리 인류가 생존한 것도 진화 덕분이니 말이다.
많은 열량을 소비하는 반면 적게 움직이고, 화학 발암물질이 주변에 가득하고, 생식 호르몬 수치는 높아졌고, 수면방해에 노출되어 사는, 지금 우리 일상의 변화는 너무 빨리 진행됐다. 진화가 미처 대처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니 암과 잘 지내며 기다리다 보면 암을 훌륭히 치료할 방법을 진화가 결국은 만들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