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나에게 꿈이 답하다 - 꿈과 민담 속 상징으로 마음을 읽다.
문심춘 지음 / 그루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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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를 마친 사람이라면 거의 공감할 악몽 가운데 하나가 다시 입대하는 꿈이다. 분명히 제대했는데 영장을 또 받았다. 부대에 가니 후임들이 왜 또 왔냐며 놀린다. 모두들 내가 제대할 걸 아는데 군 생활을 다시 해야 한다. 억울하기도 하고 하소연할 곳이 없어 답답해하다가 잠이 깬다. 제대한지 40년 남짓 지났으니 지금은 꾸지 않지만 제대 후 꽤 오랫동안 이 악몽이 계속됐다.

왜 이런 꿈을 꾸는 걸까? 나의 어떤 감정과 연관됐을까? 또 내 삶과는 어떻게 연결되는 꿈일까? 꿈속 이미지는 무엇을 상징할까? 궁금한 것투성이다.


20년 넘게 융 심리학과 상징, 원형을 연구해온 문심춘 박사의 <길을 잃은 나에게 꿈이 답하다>는 동서양의 민담과 신화, 꿈 상담 사례를 통해 인간 경험의 보편성을 탐색한 책이다.

'민담과 신화는 우리에게 이런 적극적 명상의 공간을 제공합니다. 이야기를 접하며 우리는 주인공과 함께 좌절하고 고민하며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는 곧 자기 내면을 탐색하고 받아들이는 경험이 됩니다. 민담과 신화가 주는 위로와 통찰을 통해 우리 안에 치유의 씨앗을 심어줍니다. (p. 27)'

'고슴도치 한스와 반쪽이' 이야기 속에서 '결핍과 불완전함'의 의미를 살펴본다. 결핍과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때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오딘과 환웅'의 이야기에서는 '관점의 전환과 희생의 가치'를 보여준다. 오딘이 한쪽 눈을 희생했을 때, 환웅이 하늘을 버리고 인간 세계로 내려오는 희생을 감수했을 때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깊은 통찰을 얻는다.

'아리아드네와 바리데기'의 이야기는 '버려짐과 치유'의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가 입은 상처와 버려짐의 경험은 더 크게 성장하는 기회로 연결된다.

민담, 신화와 마찬가지로 꿈도 이미지와 상징으로 이야기한다. 꿈은 이성과 논리가 지배하는 의식의 언어 밖에서 작동하므로, 꿈의 이미지와 상징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심리적 진실을 전달하는데 알맞다.

'융에게 꿈은 그저 욕망의 표현이 아니라 의식과 무의식의 균형을 맞추는 '보상적 기능'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의 의식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꿈은 반대쪽 관점을 보여줌으로써 심리적 균형을 회복하도록 돕는다는 것입니다. (p. 23)'

저자는 5년이란 시간을 방 안에서만 보낸 18세 소녀와 상담 과정을 책을 통해 전달한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기록해두었기에 상담자로서 저자는 그녀와 꿈의 관계에 주목했다.

상담 시간에 그녀가 꾼 꿈의 이미지를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했다. 이미지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도와주었고 그 과정에서 내담자는 자신의 무의식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성장과 치유를 도와주며 나침반이 되어 준 결과, 마침내 그녀는 미로 같은 삶에서 길을 찾게 된다.

'세상의 모든 미로에는 출구가 있습니다. 때로는 내면의 지혜가 필요하고, 때로는 타인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여정 자체가 우리를 변화시키고, 우리에게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녀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모든 변화와 성장의 이야기처럼,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p. 173)'


자주 꾸는 꿈 가운데 하나가 화장실 꿈이다. 항상 벽이 없는 곳에서 일을 본다. 허겁지겁 화장지로 닦는 둥 마는 둥 하는 꿈에서 깰 때마다 찝찝하다.

'화장실은 가장 개인적인 공간으로 자기 정화와 변환이 일어나는 장소인데, 문이 잠기지 않는 것은 그녀의 심리적 경계가 아직 불안정함을 의미합니다. (p. 167)'

융은 꿈이 우리의 마음에 균형을 가져다주는 '보상 기능'을 한다고 설명한다. 융의 해석에 따르면 내 화장실 꿈은 낮 동안 불안정했던 감정과 기억을 꿈으로 보여줌으로써 심리적 항상성을 유지해 주려는 의도로 작동한 셈이 된다.


저자는 꿈 일기를 쓸 것을 권한다. 그것은 자신의 무의식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며 내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꿈 일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감정, 욕구, 갈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p. 185)'

또한 꿈의 이미지와 상징이 내게 전해주는 이야기를 이해하게 될 때, 꿈 일기를 쓰는 시간은 미로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삶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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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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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이나 사직을 결심하게 만드는 건 사람이다.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어도 직장에서 사람이 힘들게 할 때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직장 생활할 때 아래 직원을 못 살게 해 여럿 내보낸 내 또래가 있었다. 힘들어하는 직원들이 나에게 토로해서 실상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윗사람과 친하게 지내 진급도 빨라 의기양양한 상태라 어떤 충고도 먹히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나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무모함 탓에 어릴 때부터 손해만 보고 살아왔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 2층에서 뛰어내렸다가 허리를 삐끗해 일주일쯤 제대로 걷지 못한 적이 있다. 누군가는 왜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딱히 이유는 없다. (p. 7, 첫 문장)'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속 주인공 '도련님'은 아버지, 어머니, 형 그리고 몰락한 유서 깊은 집안 출신의 나이 많은 하녀 기요(淸)와 함께 살고 있다. 기요만 도련님을 무턱대고 아낄뿐 가족 그 누구도 도련님을 '글러먹은 놈'이라며 살갑게 대하지 않는다.

'기요는 가끔 아무도 없을 때면 부엌에서 "도련님은 성격이 참 좋아요" 하고 나를 칭찬하곤 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p. 11)'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찍 죽자 형은 집을 팔아 '도련님'에게 600엔을 남기고 떠난다. 도련님은 안타깝지만 기요와 떨어져 공부를 마친 후 도쿄로부터 멀리 떨어진 시코쿠 근처의 중학교 수학 선생님을 자리를 얻는다. 학교로 가기 전 도련님은 조카 집에서 지내는 기요를 찾아가 작별 인사를 나눈다.

부임한 학교에서 도련님은 우리가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온갖 군상을 만난다. 학생들마저 젊은 선생을 놀려먹는다. 부조리한 조직 문화, 겉과 속이 다른 인간들, 손익에 의해 사라진 도덕 속에서 융통성 없는 도련님은 갈등을 겪으며 고립되기도 하지만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는다.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정의의 편에 선 다음 학교를 그만두고 도쿄로 떠난다.

'아, 기요 얘기하는 걸 깜빡했다. 나는 도쿄에 오자마자 살 집도 정하지 않고, 가방을 든 채 곧장 기요가 있는 집으로 달려갔다.
"기요, 나 왔어!"
"아, 도련님, 이렇게 빨리 돌아와 주다니..."
기요는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는 너무 기뻐서 다시는 시골로 돌아가지 않고, 도쿄에서 기요랑 같이 살겠다고 말했다. (p. 186)'


천방지축에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을 흔히 '도련님'이라 부른다. 생각 없는 사람이라며 쯧쯧 혀를 차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도련님이라고 놀리는 사람들은 위선에 차 있다. 세상 물정을 너무 잘 알아서 아부하며 때때로 부조리와 야합을 일삼는다. '저래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려고 하나'라며 오히려 '도련님'을 걱정하기까지 한다.

약자인 아래 직원을 못살게 굴면서 윗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내 또래에게 '내 말을 듣겠어?'라는 지레 짐작으로 어떤 말도 건네지 못한 건 비겁한 행동이다. '도련님'은 이런 비겁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비겁함은 세상 물정을 잘 아는 사람들의 행동이다.

때로 '도련님'은 소수이기에 왕따당할 각오도 해야 한다. 심지어 가족으로부터도 말이다. 그러니 '도련님'이 되기가 쉽지 않다. 용기가 필요하다. 다행히 소설 속 도련님에게는 유일하게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 '기요'가 있었다. 항상 도련님 편에 서는 기요,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도련님은 그런 기요를 믿고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었다.

지금 지난날은 생각해 보니 나는 정의의 편에 선 '도련님'도 아니었고,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바라며 찾아온 직원들이 기댈 수 있는 '기요'도 되지 못했다. 그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군상에 지나지 않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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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땅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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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단 한 가지 동물, 즉 인간이 지구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의 주요 동인이 되었다. (pp. 597 백과사전: 인류세)'

우리 행성에서 6차 대멸종이 진행 중이다. 기후변화, 서식지 파괴, 생물의 다양성 감소 등 대멸종 원인 제공자는 인류세의 주인공 사피엔스다. 과연 사피엔스는 환경 변화에 적응해 대멸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망이 어둡다. 곧 특이점에 도달할 AI와 핵무기가 결합할 경우 그 파괴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3차 세계 대전 몇 년 전, 보안 문제는 인공 지능 시스템에 일임되었어요. 중요한 결정을 내림에 있어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신속하고 믿을 만하다고 여겨졌죠. 하지만 그들에겐 양심도 거리낌도 없었어요. 그들은 프로그램된 대로, 즉 미사일 공격에는 더 파괴적인 다른 미사일로 반격하여 임무를 완수했죠. 3차 세계 대전이 그토록 신속히 진행됐고 더욱이 그토록 파괴적이었던 건 그 때문이에요." (p. 214)'


'이 이야기는 당신이 이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5년 후에 일어난다. (p. 11, 일러두기)'

변신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알리스 카메러는 유전자 조작 기술로 공중을 나는 인간 '에어리얼 Aerial', 땅을 파고들어 가는 인간 '디거 Digger', 헤엄치는 인간 '노틱 Nautic' 세 가지 아종의 새로운 인류 개발을 비밀리에 진행한다. 인류가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환경에서도 생존하기 위해서다.

''키메라'라는 단어는 그리스어의 키마이라 Khimaira에서 왔는데, 이는 염소의 몸통, 사자의 머리, 뱀의 꼬리로 이루어진 그리스 신화 속 피조물을 가리킨다. (p. 423 백과사전: 키메라)'

하지만 프로젝트가 밝혀지자 반대에 부딪히면서 위협까지 받게 된다. 할 수 없이 알리스는 410킬로미터 상공 우주정거장에 머물면서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그사이 지구에서는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핵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다.

우여곡절 끝에 지구로 돌아온 알리스는 인간과 박쥐, 두더지, 돌고래, 3형제 혼종 키메라를 탄생시킨다. 세 종의 신인류는 지구에 살아남은 구인류와 어떤 생존 방식을 선택할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어리얼은 공기, 노틱은 물, 디거는 흙, 세 원소에 이은 불에 기초한 인간과 도롱뇽 혼종 '파이어'는 또 구인류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할까.

'"세 종의 신인류를 창조하면서, 나는 구인류와 각기 다른 세 가지 관계를 창조했어. 에어리얼과는 협력 관계, 디거와는 중립적 관계, 노틱과는 파괴의 관계지..." (...) "... 하지만 절 빼놓으셨어요." 악셀이 말한다. "전 네 번째 원소의 대표잖아요. 불 Feu의 F를 더해야죠." (p. 600)'


지구를 버리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떠나는 선택보다는 어쩌면 어떤 재난이 닥쳤을 때 공중에서, 땅속에서, 바다에서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는 선택이 더 나아 보인다. 그래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키메라의 땅>이라는 상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도 봤듯이 신인류가 전쟁을 일으키는 유전자도 종족을 차별하는 유전자도 모두 가지고 있다면? 걱정이다. 인류가 걸어온 역사를 되풀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7차 대멸종의 주인공은 혼종 신인류, 키메라가 될 것이다.

인류세를 버리고 인류의 미래를 자연의 선택에 맡기는 건 어떨까? 물론 사피엔스가 욕망을 참아내는 것이 먼저이긴 하지만 말이다. 자연은 언제나 다양성으로 생존의 길을 찾아왔으니 최선의 선택임이 분명하다.

2020년 7월 프랑스 국회에 인간 배아 줄기세포 재료로 한 키메라 창조를 허가하는 내용의 법안이 제출됐지만 다행히도 부결됐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과학적 또는 의학적 이익보다 생명 윤리가 중시되지만, 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갈까?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방법을 사피엔스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어갈 것 같지는 않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5년 예언이 너무 이르다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결국 10년이든 15년이든 그 이상이든 지구가 키메라의 땅이 될지도... 대멸종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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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임정, 최후의 날
이중세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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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우리가 지닌 모든 걸 걸고, 저 싸움을 해왔어. 빈약하고 가난한 싸움이었지만,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우리가 지닌 모든 걸 다 퍼부었네. 저 상해에서."
"그리 싸웠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줄까요? 그림자 밑에서 이뤄진 비루한 싸움인데." (p. 294)'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대통령은 '자랑스러운 항일투쟁의 역사를 기리고, 독립유공자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며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해 임정, 최후의 날>은 1932년 상해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바탕으로 한 역사 소설이다. 상해에는 강대국들이 득실거렸다. 외신기자도 많았다. 김구는 들어줄 상대가 많은 이곳에서 독립을 부르짖어야 했다.

일제는 임시정부로 흘러들어가는 독립자금을 막아 경제적으로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밀정을 통해 김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을 감시했고, 의심과 분열을 유도했다.

'김홍일은 잠자코 김구의 말을 기다렸다.
"내 진짜 걱정은 이런 거라네. 3월 1일에 펄럭이던 태극기들이 잊히는 거. 안중근 의사의 총소리가 잊히는 거. 상해 임시정부의 존재가 잊히는 거." (p. 44)'

김구는 상해 임시정부가 독립운동을 주도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이봉창을 일본 천황에게 폭탄을 던졌다. 일본 군함 이즈모 폭파 시도했으며, 홍커우 공원에서 윤봉길은 물통 폭탄과 도시락통 폭탄을 던져 의거를 벌였다. 이들 독립투사 대부분 대한제국이 1910년에 막을 내렸으니 나라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 자란 청년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는가?"
"사형은 이미 각오했으므로, 하등 말할 바 없다."
그들은 윤봉길의 눈을 흰 천으로 넓게 가리고는 미간에 총을 쏘았다. (...) 시신은 계단 바로 밑에 묻혔는데, 모두 지나가며 죽은 자를 밟으라는 뜻이었다. (p. 297)'

이들의 항쟁은 '아직 임정이 살아있음을, 독립운동의 숯불이 하얀 재 밑에 뜨겁게 존재함을 (p. 121)' 일깨웠다. 이 외침이 조선과 중국은 일깨웠지만, 일본에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2년 전 3.1절, 한 아파트 주민이 일장기를 내 걸었던 사건이 있었다. 항의가 거세자 일본인 행세까지 했던 주민은 한국인이었고 교회 목사로 밝혀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이 협력관계에 있는 국가라는 점을 밝혔기에 이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일장기를 내걸었다.'라는 떳떳하지 못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지난 3년 동안에 그 어느 때보다 일장기를 내건 사람과 같은 친일파가 득세했다. 친일은 넘어 굴욕적인 외교를 일본을 상대로 펼친 정권이기도 했다. 그 정권에 발탁된 여러 사람들을 보면 친일파 후손이거나 일본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독립운동에 몸을 던진 안공근, 김철, 노종균, 엄항섭, 이화림, 이봉창, 윤봉길, 최홍식, 유상근, 이덕주, 유진만...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이름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친일에 앞장섰던 자들의 후손들이 얼굴을 내밀고 다니며 오히려 독립운동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했다.

지난 12.3 내란 이후 독립투쟁하듯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응원봉을 들고 나선 청년들 덕분에 광복 못지않은 빛의 혁명을 이뤄냈다.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로소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는 행위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사회'가 됐다.

'그렇기에 나라는! 우리 민족의 얼, 그 자체인 겁니다. 얼을 빼앗기고, 정신을 빼놓은 살아있는 시체처럼 함부로 매 맞고, 꿈과 미래와 행복을 박탈당한 우리이기에, 무엇보다도, 나라가 필요한 겁니다. 우리의 얼이 필요한 겁니다! 우리가 다시 정신을 지닌 이 땅의 주인으로 우뚝 살아나기 위해, 우리에겐 독립이 간절한 겁니다!
김구의 외침이 산을 뒤흔들었고, 목소리에서는 날카로운 톱날의 불꽃이 튀어나왔다. 스승을 바라보는 김구의 눈동자가 숯불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p.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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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은 인생의 날개다 - 포니 픽업 야채 장수에서 물류 기업 CEO까지
이강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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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물류 업계 선두에 자리 잡은 '날개물류' 이강미 창업주는 내 또래다. 책을 읽으며 그의 나이에 맞춰 내 나이를 생각했다. 스물다섯 살 이강미는 포니 픽업에 채소를 싣고 미래 남편과 골목을 누볐다. 스물다섯 살 나는 군 복무 중이었다.


<간절함은 인생의 날개다>는 포니 픽업 채소 장수에서 물류 기업 CEO가 되기까지 삶의 여정을 고백한 이강미의 성장 에세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강미의 인생 드라마에도 여느 인생처럼 주먹을 불끈 줘야 할 때가 있었고, 좌절을 맛보며 털썩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간절함으로 날갯짓하며 그가 그림을 하나하나 완성해 나갔다.

스물여덟 살 이강미의 '날개'는 도서 배본 대행사로 인정받아 거래처는 일흔 곳으로, 차량은 일곱 대로 늘어났다. 그즈음 나이에 나는 첫 직장에서 새로운 발걸음 내디뎠다.

IMF 바람이 출판계에 세게 불어닥칠 때 서른여섯 살 이강미는 그 악재를 호재로 바꾸며 버텼다. 늦게 결혼한 서른여섯 살 나 역시 정리해고라는 거센 바람을 새롭게 꾸린 가정 문 앞에서 온몸으로 막아서야 했다.

'1999년 우리는 회사를 두 개로 분리했다.
'(주)날개물류'라는 법인을 만들어 남편이 창고관리 전문회사로 키워보기로 했고,
나는 '황금날개'라는 상호를 만들어 배송 전문회사로 키워보기로 했다. 이렇게 다시 날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크게 심호흡을 했다. (p. 127)'

60대에 들어선 나는 나의 첫 직장 테마파크에서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며 나머지 삶을 살아갈 궁리를 하고 있다. 60대 중반에 들어선 황금날개 이강미 대표이사는 마지막 꿈을 준비하고 있다. '책 테마파크!'

'그리 큰 면적은 아니지만 아기자기하게 예쁜 공원을 만들어 쉬는 날에는 직원들과 거래처분들이 가족들과 함께 찾아와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그런 곳으로 완성하고 싶다. (p. 219)'

그곳에서 이강미 대표는 남편과 은퇴 후 삶을 모색할 것이다. 계획을 조밀 조밀하게 세웠으니 바쁜 삶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저자 이강미만큼 내 삶도 간절함이 있었을까? 치열함은... 비교하고 판단할 삶이 어디 있을까. 무시당해 마땅한 삶은 없다. 모든 삶은 소중하다. 하지만 저자 이강미가 펼친 '날개'가 부러운 건, 그는 새로운 길을 만들었고 나는 만들어 놓을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진행 중인 삶에 존경하는 마음을 보내주고 싶다.

'몇 날 며칠 고민하다가 어느 날 문득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서 '날개'라고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꿈은 원대하게! (p.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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