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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임정, 최후의 날
이중세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우린 우리가 지닌 모든 걸 걸고, 저 싸움을 해왔어. 빈약하고 가난한 싸움이었지만,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우리가 지닌 모든 걸 다 퍼부었네. 저 상해에서."
"그리 싸웠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줄까요? 그림자 밑에서 이뤄진 비루한 싸움인데." (p. 294)'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대통령은 '자랑스러운 항일투쟁의 역사를 기리고, 독립유공자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며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는 행위는 이제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해 임정, 최후의 날>은 1932년 상해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바탕으로 한 역사 소설이다. 상해에는 강대국들이 득실거렸다. 외신기자도 많았다. 김구는 들어줄 상대가 많은 이곳에서 독립을 부르짖어야 했다.
일제는 임시정부로 흘러들어가는 독립자금을 막아 경제적으로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밀정을 통해 김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을 감시했고, 의심과 분열을 유도했다.
'김홍일은 잠자코 김구의 말을 기다렸다.
"내 진짜 걱정은 이런 거라네. 3월 1일에 펄럭이던 태극기들이 잊히는 거. 안중근 의사의 총소리가 잊히는 거. 상해 임시정부의 존재가 잊히는 거." (p. 44)'
김구는 상해 임시정부가 독립운동을 주도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이봉창을 일본 천황에게 폭탄을 던졌다. 일본 군함 이즈모 폭파 시도했으며, 홍커우 공원에서 윤봉길은 물통 폭탄과 도시락통 폭탄을 던져 의거를 벌였다. 이들 독립투사 대부분 대한제국이 1910년에 막을 내렸으니 나라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 자란 청년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는가?"
"사형은 이미 각오했으므로, 하등 말할 바 없다."
그들은 윤봉길의 눈을 흰 천으로 넓게 가리고는 미간에 총을 쏘았다. (...) 시신은 계단 바로 밑에 묻혔는데, 모두 지나가며 죽은 자를 밟으라는 뜻이었다. (p. 297)'
이들의 항쟁은 '아직 임정이 살아있음을, 독립운동의 숯불이 하얀 재 밑에 뜨겁게 존재함을 (p. 121)' 일깨웠다. 이 외침이 조선과 중국은 일깨웠지만, 일본에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2년 전 3.1절, 한 아파트 주민이 일장기를 내 걸었던 사건이 있었다. 항의가 거세자 일본인 행세까지 했던 주민은 한국인이었고 교회 목사로 밝혀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이 협력관계에 있는 국가라는 점을 밝혔기에 이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일장기를 내걸었다.'라는 떳떳하지 못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지난 3년 동안에 그 어느 때보다 일장기를 내건 사람과 같은 친일파가 득세했다. 친일은 넘어 굴욕적인 외교를 일본을 상대로 펼친 정권이기도 했다. 그 정권에 발탁된 여러 사람들을 보면 친일파 후손이거나 일본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독립운동에 몸을 던진 안공근, 김철, 노종균, 엄항섭, 이화림, 이봉창, 윤봉길, 최홍식, 유상근, 이덕주, 유진만...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이름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친일에 앞장섰던 자들의 후손들이 얼굴을 내밀고 다니며 오히려 독립운동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했다.
지난 12.3 내란 이후 독립투쟁하듯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응원봉을 들고 나선 청년들 덕분에 광복 못지않은 빛의 혁명을 이뤄냈다.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로소 '독립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는 행위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사회'가 됐다.
'그렇기에 나라는! 우리 민족의 얼, 그 자체인 겁니다. 얼을 빼앗기고, 정신을 빼놓은 살아있는 시체처럼 함부로 매 맞고, 꿈과 미래와 행복을 박탈당한 우리이기에, 무엇보다도, 나라가 필요한 겁니다. 우리의 얼이 필요한 겁니다! 우리가 다시 정신을 지닌 이 땅의 주인으로 우뚝 살아나기 위해, 우리에겐 독립이 간절한 겁니다!
김구의 외침이 산을 뒤흔들었고, 목소리에서는 날카로운 톱날의 불꽃이 튀어나왔다. 스승을 바라보는 김구의 눈동자가 숯불처럼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p. 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