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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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지쳐 쓰러져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때, 어떤 도움의 손길도 기대할 수 없을 때에야 비로소 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일으켜 세워 달라고. 신을 믿어야, 신만이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기도도 가능하다. 기적도...


심리상담가, 미국의 여러 셀러브리티들의 정신적 멘토인 필 스터즈는 <필 스터츠의 내면 강화>에서 서른 가지 마음 훈련을 소개한다. 이 훈련을 통해 상처를 받아들일 때, 흔들려 주저앉게 되더라도 일어날 힘을 얻어 삶의 여정을 이어나아갈 수 있다.

고통과 역경은 누구에게나 필연적이다. 고통을 받을만한 이유가 내겐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것과 상관없이 찾아온다. 때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오해를 받거나 미움을 사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겪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른으로서 확립해야 할 자아를 갈고닦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살면서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걷게 된다. 이를테면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서 내린 결정들이 그렇다. 옳은 결정만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때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자책하며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힌 나를 구해줄 강력한 도구가 내 안에 있다.
'감사하다는 생각은 습관으로 들이는 게 좋습니다. 우리 정신 속에서 흐르는 감사하다는 생각이 부정적인 생각에 맞서는 방어 도구가 될 테니까요. (p. 91)'

우연에 맡기는 삶은 진정한 자유의 모습이 아니다. 자유로운 삶의 '진정한 성공은 새로운 걸 창조할 때 느끼는 활력 (p.142)'이다.

'자기애는 자신의 가장 열등한 부분을 받아들이는 과정입니다. (p. 189)'
이 과정에서 자신감이 생긴다. 자기애는 어떤 실수와 실패에서도 빠르게 회복하게 만들어 내 삶의 모든 걸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질투는 내가 걷는 이 길에서 어떤 의미도 경험하지 못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이 걷는 길이라고 역경과 불확실성이 없을까. 마찬가지다. 질투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다른 마음먹지 말고 내가 가는 길에서 디뎌야 할 다음 한걸음에 집중하라는 것, 질투만이 알려줄 수 있는 교훈이다.

인류는 개인보다는 인류 전체를 하나로 보는 단계에서 개인으로 분리되어 공동체, 가족 등 사회관계가 약화되는 등 서로의 연결이 끊어지는 단계로 진화했다. 하지만 결국에 개인성은 유지하되 하나의 가족으로 모이는 자신의 분리성과 연결성을 동시에 인식하는 인류 진화 단계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므로.


필 스터츠는 '툴스'라고 부르는 심리치료 방법을 개발했다. 이 치료로 인생을 바꾸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툴스는 과거에 일어난 일에 중점을 두는 다른 치료방법과 달리 미래에 가치를 둔다.

그리고 절박한 처지에서 신을 의지하며 그 앞에 무릎 꿇듯이 '고차원적 힘'을 인정해야 한다고 필 스터츠는 말한다. 그 힘을 느껴야만 툴스는 고차원적인 힘을 우리에게 끌어올 능력을 준다는 걸 명심하자.

*출판사로부터 원고료를 받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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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말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이어령의 말 1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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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 아니라 잔디밭 위에 쓴 일행시(一行詩)"
88서울올림픽 개막식 굴렁쇠 퍼포먼스를 본 김태형 시인의 표현이다.

정적을 알리는 '삐이~' 소리와 함께 한 소년이 나타나 굴렁쇠를 굴리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갔다. 딱 1분 동안 펼쳐진 행위예술이라 할만한 장면이었다. 굴렁쇠는 올림픽 마크의 원과 서양의 직선과 대비되는 동양의 원형적 사고를, 소년은 전쟁 고아라는 한국 이미지를 바꾸는 역할을 그리고 한국 전통의 여백의 미까지 많은 철학을 굴렁쇠 소년 퍼포먼스에 담았다. 아직도 내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이어령 선생만이 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서울올림픽 개막과 폐막식 총괄 기획을 맡은 이어령은 주변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밀어붙였다. 굴렁쇠 소년을 잡는 카메라 워킹까지 세심하게 주문했다고 한다. 문학하는 사람이 88서울 올림픽에 참여했다는 논란에 이어령 선생이 한마디 남겼다.

"원고지에 쓰던 것을 잠실 주경기장으로 옮긴 것일 뿐이다."


이어령 어록집 1권 <이어령의 말>은 그가 원고지에 쓴 깊이와 넓이가 함축된 일행시를 우리 삶에 옮겨놓는 책이다.

'남을 비방한다는 것은 그가 자기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고백하는 일과 다름없다. 왜냐하면 인간들은 거지를 동정하지, 비방하지는 않는다. (p. 30 비방)'

비방하려는 마음을 저 깊은 곳에 묻어두게 하는 회초리 같은 이어령 선생의 글이다. 따지고 보면 못난 자신을 감추려는 의도가 다분한 행동이 비방이다. 타인을 인정하는 것이 이리 어렵다. 비교하지 않으면 될 것을, 내가 잘하는 것을 보면 되는데 이것도 힘겹다.

'나의 서재에는 수천수만 권의 책이 꽂혀 있다. 그러나 언제나 나에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 권이다. 이 한 권의 책, 원형의 책,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 그것이 나의 어머니다. 그것은 비유로서의 책이 아니다. 실제로 활자가 찍히고 손에 들어 펴볼 수도 있고 읽고 나면 책꽂이에 꽂아둘 수도 있는 그런 책이다. (p. 46 어머니)'

아무 생각 없이 먼 곳을 쳐다볼 때 어머님이 먼저 떠오른다. 이런 분이셨지. 어떤 분이셨지? 두 개의 생각이 겹치는 존재, 어머니다. 그래서 자주 생각한다. 어머니가 '한 권의 책,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이라니, 이보다 어머니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제부터 책장을 스르륵 넘기며 한곳에 머무르고 또 넘기다 멈추며 그렇게 어머님 생각을 책 펼쳐보듯 하게 될 것 같다.

'한국 종소리의 여운을 보세요. 한번 울린 그 소리는 헤어지기 싫어서 흐느끼듯이 길게 길게 꼬리를 남기고 사라져 갑니다. 떠나는 사람이 한 걸음 가다가는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는 것과 같습니다. (p. 295 종소리)'

종소리가 사랑하는 사람 모습으로 변해 흐느끼며 아쉬움이 묻어나는 뒷모습을 보여준 채 떠나가는 것 같지 않은가. 종소리를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 우리에게 보여줄 사람이 또 있을까?


이어령, '진정한 우리들의 스승, 이 시대의 참 지성인', 이런 수식어가 참 잘 어울리는 분이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밑줄을 긋게 된다. 그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내 모습이 나타난다. 내 삶에서 밑줄을 그어야 할 그 모습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물음에 "더 이상 아름다운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나에게 누군가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더 이상 아름다운 한국말로 글을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p. 165 한국말)'

이제 그가 쓴, 아름다운 한국말로 쓴 글을 읽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다행인 건 그가 만들어 놓은 그의 언어들이 많이 남아있다. 어록이 되어 내게 건네질 그가 쓴, 자신을 향해 쓴 글이 나를 움직이게 하니...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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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 읽기만 해도 어휘력이 늘고 말과 글에 깊이가 더해지는 책
장인용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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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라도 우리말로 바꿀 낱말이 있다면 그 말을 쓰려고 노력한다. '계란' 대신 '달걀'이란 말을 쓰는데 거의 집착 수준인데도 조금만 방심하면 계란이란 말이 툭 튀어나온다. 일본에서 들어온 말은 더 고치려고 한다. '미소'라는 말이 아름답지만 그 자리에 '웃음'을 넣는다. '야채' 대신 '채소'를.

'보통 문학작품에서 3인칭으로 '그'와 '그녀'를 많이 쓴다. '그'에는 어디에도 성별 구별이 없지만 대개 '그'는 남성을, 여성은 특별히 '그녀'라고 표기한다. '그녀'는 '그'가 포함된 대명사 가운데 비교적 늦게 태어난 말로 일본어의 '카노조(彼女)'를 번역한 말이다. (p. 225)'

글 흐름상 여자임이 드러날 경우 '그녀'라는 말을 쓰지 않는 편이다. 아직도 일제강점기 문화를 청산하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실제로도 우리가 말을 할 때 '그녀'라고 하지는 않는다. '여자분'이라고 한다. 말할 때조차 쓰지 않는데 대명사를 굳이 글에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장인용, 이름이 낯익어 찾아보니 3년 전 동양화 그림을 감상하듯 읽은 <동양화 도슨트>의 저자였다. 30여 년 동안 출판 일로 글을 다루며 살다 보니 어원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말에 새겨진 흔적과 사연을 들여다보는 일이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흥미롭기도 했고.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는 세상 모든 것에 시작이 있듯 말의 시작 그리고 그 변화에 담긴 단어의 사연을 담아놓은 책이다.

'그래서 이러한 옛 언어들을 알면 지금 쓰이는 낱말들의 의미가 분명하게 다가온다. 우리말도 다르지 않다. 한국어에는 한자어로 된 낱말들이 무척 많다. 이 책의 저자는 여기에 더해 우리말에 묻어 있는 중국어, 몽골어, 만주어, 거란어의 흔적을 맛깔스럽게 들춰낸다. 곳곳에 살아 있는 일본어의 자국들, 점점 우리 언어 습관에 진하게 파고드는 영어식 표현에 이르기까지, 책을 따라가다 보면 무심코 쓰던 말들의 사연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추천의 글, 안광복 <A4 한 장을 쓰는 힘> 저자)'


'회사'가 자본주의 가깝다면 '공사'는 왠지 사회주의 느낌이 나듯 말은 번역한 주체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진다. 꽃 모양이 제비를 닮은 '제비꽃'처럼 식물에 생김새가 비슷한 동물 이름을 붙이면 친근한 꽃 이름이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국토를 강점한 일본인으로서 가장 골치 아픈 일은 무수히 남아 있는 우리말 지명이었다. 식민지 지배자들은 이들 지명을 난폭한 방법으로 바꿔버렸다. 이름에 스민 정감과 기억들은 어찌 돼도 상관없고 그저 자신들이 편하게 표시하고 기록할 수 있으면 되었다. (p. 162)'

아름답고 부르기도 좋은 마을 이름을 한자 지명이 가려버리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그 경우다. 양수리가 돼버렸다. 냇가 돌덩이 아래 가재가 살던 동네 '가재골'은 '가좌'로, '숯고개'는 '탄현'으로, '살구골'은 '행촌'으로 바뀌었다.

삼국시대에 들어온 불교 영향으로 불교 용어들을 곳곳에서 쓰지만 불교에서 유래된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는 단어도 있다. 원래 '점심'은 수도승이 아침저녁으로 밥을 먹지만 배가 고플 때 중간에 음식을 조금 먹어 허기를 누그러뜨리는 일이었다. 기독교의 핵심 용어인 '교회', '예배', '설교', '찬송', '기도', '신앙' 무려 여섯 단어가 불교에서 유래했다는 것도 놀랍다.


'말이란 우리의 생각을 반영하는 도구이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관념을 가지기 전에는 그에 해당하는 말도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서양의 과학을 받아들이고 세계관이 바뀌면서 예전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개념이나 관념들이 생겨나자 그에 따라 새로운 말을 만들어낼 필요가 생겨났다. (p. 256)'

마르틴 하이덱거에 따르며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그 언어의 집에 우리들이 산다. 우리가 단어를 만든 것 같지만 사실 단어들이 우리들의 주인이다.' 그러고 보면 새로운 말을 만들어낼 필요에 따라 우리가 단어를 만들었다기보다 단어도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스스로 진화하는 생명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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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 과학 - 과학 커뮤니케이터 리아 엘슨의 엉뚱하고 기괴한 과학 실험 103
리아 엘슨 지음, 조은영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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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알을 품은 에디슨. 어릴 때 위인전에서 이 에피소드를 읽고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면 나도 발명왕이 될 수 있는 건가?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했었다. 네 살 에디슨은 자기 체온으로 병아리를 알에서 깨어나오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를 본 에디슨 부모의 반응이 서로 달라 재밌다. 에디슨의 아버지는 영리하지 못한 아이라는 여겨 걱정한 반면 어머니는 오히려 영리한 아이라고 생각했단다. 하여튼 어린 나는 위인전에서 호기심의 위대함을 배웠다.


미국의 인기 과학 커뮤니케이터, 리아 엘슨도 에디슨 못지않은 호기심이 가득했던 모양이다. 호기심에 다양한 질문을 생각했고 무모하다 싶은 정도로 대담한 실험을 SNS 라이브로 방송했다. 크리스마스 전구를 전자레인지 넣고 돌려보기도 하고, 욕실에서 2단계 로켓 엔진 모형을 만들다가 샤워커튼을 태워먹기도 했다.

<60초 과학>은 우리들이 궁금해하는 질문 가운데 103가지를 골라 생물, 화학, 물리, 인체, 우주라는 5가지 카테고리 나누어 실어놓았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질문들이 시시하다 싶지만 결국 과학적 설명으로 이어져 심오한 답변이 돼버린다.

'남자 젖꼭지에도 기능이 있을까?' 자궁 속 아기의 발생 과정에서 남녀 특징이 생각보다 늦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니까 남자, 여자 어느 쪽이 될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갖춰 놓은 결과가 남자 젖꼭지인 셈이다.

건강검진할 때 피를 뽑는다. 알코올 솜을 주삿바늘 자국에 누른 상태에서 비비며 있으라고 알려준다. 그래야 상처 부위가 덧나지 않기 때문이다. '알코올로 문지르면 과연 병균이 죽을까?' 문지르면 기게적인 힘이 가해져 알코올 분자가 미생물 막을 깨고 들어가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알코올 분자가 미생물 단백질 구조를 훼손하고 형태를 바꿔버리는 이런 현상을 과학에서 '변성'이라고 한단다.

'달에서 깃털과 볼링공을 떨어뜨리면 땅에 동시에 닿을까?' 1971년 달 표면을 밟은 아폴로 15호 사령관 데이비드 스콧이 암석 채취용 망치와 깃털을 들고 실제도 달에서 실험했다. 꼭 유튜브 영상을 찾아서 보시길. 수백 년 전 갈릴레오가 예측한 대로 증명됐을지...

'겨드랑이 털은 왜 그렇게 짧고, 머리카락을 왜 계속 자랄까?' 체모는 생장 기간은 몇 달에 불과하지만 머리카락은 수년이 지나야 생장을 멈추기 때문이다.

'왜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없을까?'
'시간 팽창이란 당신이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할수록 당신에게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느려지는 것을 말합니다.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 때 상대적인 시간은 서서히 느려지다가 멈추는 것이죠. (p. 293)'

리아 엘슨이 동쪽을 공간으로 북쪽을 시간으로 대체해 시간 팽창을 자신의 모습처럼 매력적으로 설명하는데... 음... 잘 모르겠다. 리아 엘슨도 여러 번 읽어야 불현듯 이해하는 순간이 올 거라고 말하긴 한다. ㅋㅋ


어릴 때 해를 바로 쳐다보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럴수록 호기심 생겼다. 두 눈을 부릅뜨고 해를 똑바로 바라봤다. 얼마 못 참고 눈을 감았다 떴는데 앞이 보이질 않았다. 덜컥 겁이 났었다. 실명한다는 소리도 같이 들어서였다.

호기심에 남몰래 엉뚱한 짓 한 가지쯤은 해 본 적 있을 테지? "에구~ 저런저런~" 이런 소릴 들을까 봐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털어놓아보시길...

'인류 역사에서 끝없는 호기심이야말로 현재까지 세계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끌어낸 발견의 원동력이었으니까요. (p.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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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10만부 판매 기념 한정판)
찰리 맥커시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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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공기가 참 거칠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시대가 있었을까 싶다. 혼잣말로 또는 서너 명이 모여서 할법할 말을 광장에 나와서 마이크를 앞에 두고 큰 소리로 떠들어댄다. 심지어 사랑을 전하는 목회자라는 자들이 정치인보다 앞장서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외친다. 죽여야 한다고. 휩쓸어버리고 파괴해야 한다고.

친절한 말을 했으면 좋겠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이건 내가 맘먹으면 할 수 있으니까.

이 세상에 우리가 건사해야 할 아름다움이 아주 많다면서 두더지가 소년에게 말을 이어간다.
'"자신에게 친절한 게 최고의 친절이야." 두더지가 말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은 언어의 바다를 통과해야 닿을 수 있는 섬과 같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찰리 맥커시의 그림 에세이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소년이 두더지, 여우, 말과 나누는 대화 글은 적지만 우리가 생각할 것들을 많이 안겨주는 책이다.

우리네 삶처럼 소년은 외롭다. 세상은 마치 거친 들판 같아 두렵다. 하지만 소년과 다른 그리고 각자 약점을 가진 동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무엇이 중요한지,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닫는다. 마치 인생의 황혼에 들어서서야 아름다운 노을이 눈에 들어오듯이.


'"난 아주 작아." 두더지가 말했어요.
"그러네." 소년이 말했지요.
"그렇지만 네가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야."'

두 달 전 친구를 잃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나를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 친구가 있던 세상과 그 친구 없던 세상은 많이 달랐다. 그 친구의 표정, 말투, 몸짓이 그 친구가 있을 때보다 더 선명해졌다.

작가는 이 책을 우정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 우정? 글쎄. 책장을 다시 펼쳐보니 우정에 관한 책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친 세상을 외롭게 혼자 걸어갈 뻔했는데 친구들이 있었기에 순간순간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을 떠난 친구와 같이 했던 시간, 나눴던 이야기, 함께 웃으며 기뻐했던 순간. 이제 남은 친구들과 나머지 내 삶을 아름답게 채워가야 한다.

'"네가 했던 말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뭐니?" 소년이 물었어요.
"'도와줘'라는 말." 말이 대답했습니다.'

그리 용기 내지 않고도 '좀 도와줄래?'라는 말을 건넬 수 있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이 곁에 있어 삶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도움을 청하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야." 말이 말했어요.
"그건 포기를 거부하는 거지."'


그리고 또 하나의 바람. 제발 친절함이 우리가 마주한 이 거친 사회를 압도해 주길...
'"어떤 것도 친절함을 이길 수 없어." 말이 말했어요.
"친절함은 조용히 모든 것을 압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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