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둘러보면 공기가 참 거칠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시대가 있었을까 싶다. 혼잣말로 또는 서너 명이 모여서 할법할 말을 광장에 나와서 마이크를 앞에 두고 큰 소리로 떠들어댄다. 심지어 사랑을 전하는 목회자라는 자들이 정치인보다 앞장서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외친다. 죽여야 한다고. 휩쓸어버리고 파괴해야 한다고.친절한 말을 했으면 좋겠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이건 내가 맘먹으면 할 수 있으니까.이 세상에 우리가 건사해야 할 아름다움이 아주 많다면서 두더지가 소년에게 말을 이어간다.'"자신에게 친절한 게 최고의 친절이야." 두더지가 말했습니다.''사실 저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은 언어의 바다를 통과해야 닿을 수 있는 섬과 같습니다.'일러스트레이터 찰리 맥커시의 그림 에세이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소년이 두더지, 여우, 말과 나누는 대화 글은 적지만 우리가 생각할 것들을 많이 안겨주는 책이다. 우리네 삶처럼 소년은 외롭다. 세상은 마치 거친 들판 같아 두렵다. 하지만 소년과 다른 그리고 각자 약점을 가진 동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무엇이 중요한지,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닫는다. 마치 인생의 황혼에 들어서서야 아름다운 노을이 눈에 들어오듯이.'"난 아주 작아." 두더지가 말했어요."그러네." 소년이 말했지요."그렇지만 네가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야."'두 달 전 친구를 잃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나를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 친구가 있던 세상과 그 친구 없던 세상은 많이 달랐다. 그 친구의 표정, 말투, 몸짓이 그 친구가 있을 때보다 더 선명해졌다. 작가는 이 책을 우정에 관한 책이라고 한다. 우정? 글쎄. 책장을 다시 펼쳐보니 우정에 관한 책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친 세상을 외롭게 혼자 걸어갈 뻔했는데 친구들이 있었기에 순간순간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을 떠난 친구와 같이 했던 시간, 나눴던 이야기, 함께 웃으며 기뻐했던 순간. 이제 남은 친구들과 나머지 내 삶을 아름답게 채워가야 한다. '"네가 했던 말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뭐니?" 소년이 물었어요."'도와줘'라는 말." 말이 대답했습니다.'그리 용기 내지 않고도 '좀 도와줄래?'라는 말을 건넬 수 있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이 곁에 있어 삶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도움을 청하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야." 말이 말했어요."그건 포기를 거부하는 거지."'그리고 또 하나의 바람. 제발 친절함이 우리가 마주한 이 거친 사회를 압도해 주길...'"어떤 것도 친절함을 이길 수 없어." 말이 말했어요."친절함은 조용히 모든 것을 압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