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전쟁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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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느 날 대통령에게 전달된 메시지.
'나이파 이한필베.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 (p. 21)'

밝은 빛 아래서도 귀신이 글씨를 쓴 그늘져 축축한 느낌의 여덟 글자 저주.
'회신령집만축고선淮新嶺繁萬縮高鮮 (p. 18)'

대통령실 행정관 김은하수와 그의 대학 동기 이형연, 이 둘이 협력하여 메시지와 여덟 글자 저주의 비밀을 풀어간다. 이형연에 대한 은하수의 대학 시절 기억은 고시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인문학, 과학, 예술, 종교 할 것 없이 온갖 지식을 섭렵하며 풍수 같은 신비학에 빠져있던 모습이었다.

'대통령에게 나이파 이한필베의 문자를 보냈던 사람도, 서동규를 납치했던 사람도, 장관을 납치했던 사람도 모두 동일인이라는 분석이 쉴 새 없이 전문가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p. 288)'

이 세 사건의 배후는 누구이며, 왜 그런 일을 벌인 것일까? 은하수와 이형연은 그들 젊은이들만이 할 수 있는 어떤 행동과 패기로 메시지와 저주를 해결할까?


작가 김진명은 두 가지 문제를 이 사회에 제기하며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고 한다.

우선 '나이파 이한필베'
지금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위협적인 사회문제, 인구 절벽을 작가는 국가 소멸까지 연결한다.

'"... 작년에 우리나라에 신생아가 26만 3천 명 정도 태어났어요. 여자아이는 12만 8천 명 정도 됩니다. 그러면 30년 후에 이 아이들 모두 결혼하고 아이를 1명씩 낳으면 12만 8천 명 태어나는 거예요. (p. 103)'

60년 전에 태어난 아이가 100만 명 남짓이었다. 30년 전에 70만 명, 지난해 26만 명까지 줄어 앞으로 더 뚜렷하게 하향세가 이어질 것으로 짐작된다. 60년 전은 베이비붐 세대로 4~6명을 낳았다. 30년 전은 둘만 낳아 잘 키우자는 시대였고 지금 출산율은 0.78이니 인구 절벽이 불 보듯 뻔해 인구소멸국 1순위 후보라는 평가가 그리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이 세 나라 인구를 합치면 5억이 넘는다. 이들 나라들을 포함한 동아시아 공동체가 만들어 인구문제를 이들과 같이 해결하는 방안을 김진명은 제시한다.


두 번째, 회신령집만축고선淮新嶺繁萬縮高鮮.
'밤하늘을 찢는 천둥과 같은 그 소리는 마치 하늘에 대고 외치는 귀곡성과도 같았다.
"이 땅에 최면을 걸어라.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최면을. 그리하여 조선을 사발 안에서 끓게 하라! 이것은 묘망한 천년의 저주로다!" (p. 19)'

역사를 조작하고 우리나라 땅을 축소하는 것도 모자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을 저주하는 일본. 게다가 일제강점기에 왜곡된 역사교육이 지금까지 이어져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 그 누구도 관심이 없다.

'"왜덕산은 왜인이 덕을 베풀어서 붙은 이름이 아니라 조선인들이 왜인에게 덕을 베푼 게 유래가 되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전례가 없는 거룩한 이름이지요." (p. 231)'

명량대첩이 끝나고 바다 위를 떠다니는 왜병의 시체를 전라남도 진도 왜덕산에 수습해 고향 일본이 보이는 곳에 묻어주는 덕을 우리는 베풀었건만, 반성하고 용서를 빌며 화해의 길로 들어서기는커녕 왜덕산 일본인 무덤을 파헤쳐 혼령의 원한을 불러일으킨다.

이형연은 야스쿠니 신사에서 우리의 정신과 의식을 침략하는 일본을 저주하며 대항한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을 하면서까지 화해를 기원한다.

사실은 비틀고 과장하고 침략 행위를 미화하는 궤변을 쏟아놓는 자들과 그자들을 두둔하며 부역하는 자들에게 이형연은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화해 이전에 무엇이 선행돼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모두가 싫어하겠지. 어째서 안정을 깨느냐고. 조용히 살아갈 수는 없겠냐고. 그러나 누군가는 이런 삶을 살아야만 해. 누군가는 계속 돌을 던져야만 해." (p. 155)'

김진명 작가는 소설 <풍수전쟁>을 통해 우리 사회에 돌을 던진다. 조금은 귀찮고 힘들더라도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바로잡고 민족의 긍지를 지키라고. 움츠려들지 말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내가 할 일을 찾아 나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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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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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태아처럼 등을 구부린 채, 천장을 보고 물속에 잠겨 있었다. 태아와 다른 점은 성인 남성이고 머리 부분이 없다는 점이었다. (...) 마치 시체는 처음부터 그런 모양이었던 것 같은, 기묘한 조각 작품처럼 보였다. (p. 27)'

머리가 사라진 시체를 시작으로 몸통, 팔, 다리가 없는 여섯 구의 시체만 남겨진 엽기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신체를 훼손하는 목적은 일반적으로 변태, 깊은 원한, 시체 분산 세 가지다. 하지만 살인 방식이나 현장에서 원한, 애증, 광기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범인은 예정된 작업을 정확하고 수행하고 깔끔하게 뒷정리하고 돌아갔다. 범인이 노린 것은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신체 부위가 사라졌을까?

'"범인이 두 사람을 살해하고 시체 일부를 잘라낸 이유는 그걸 가져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체의 나머지 부분을 남겨두고 가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p. 115)'

아자부주반 살인사건을 지휘하는 가부라기 데쓰오 앞으로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한다. 발신자는 죽은 사람을 뜻하는 '데드맨'으로 여섯 구의 시체에서 잘라낸 부분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이 이메일 속에 미궁에 빠진 연속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열쇠가 들어있을까?


역주행 베스트셀러답다. 가와이 간지의 <데드맨>은 무슨 목적으로 범인이 신체 일부가 없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질렀는지, 남겨진 시체가 알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거듭돼 추리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철학적 질문 하나를 독자에게 던진다.


'"... 자, 이제 퀴즈예요. 머리만 남아 되살아난 당신은 누구 것이죠? 아니, 당신은 대체 누구일까요?" (p. 87)'

영화 <겟아웃>이 떠오른다. 흑인들의 우월한 신체가 탐난 백인들은 자신들의 뇌를 이식해 흑인의 몸을 빼앗는다. 그들은 흑인인가? 백인인가. 흑인 모습을 했으니 아니 뇌가 백인의 것이니...

'"어떤 남자가 병이 들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죠. 한편 몸은 건강한데 뜻하지 않은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남자가 있다고 하고요. 이때 병이 걸린 남자의 머리 혹은 뇌를 뇌사 상태인 남자에게 이식하는 경우는 생각할 수 없을까요?" (p. 105)'
이식 결과 둘 중 한 명은 죽었고 한 명은 살아남았다. 누가 죽었고 누가 살았나.

두 남자에게 아내가 있다면? 뇌의 주인인 남자의 아내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남자를 남편을 받아들이는데 불편함은 없을까? 뇌사한 남자의 부인은 어떤 남자가 남편의 모습으로 한 여자와 사는 것을 보며 남편이 죽었다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남자와 부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 아이는 몸의 주인이었던 남자의 DNA를 물려받게 될 겁니다. 그런데도 법률적으로는 뇌의 주인이었던 사람의 자식이 될 겁니다. 그 아이는 과연 어느 쪽 남자의 자식일까요?" (p. 106)'

답을 찾는 과정에서 죽음이란, 실존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물음은 어쩌면 닥쳐올지도모를, 의학과 과학이 발전하여 뇌와 신체를 자유자재로 이식하는 미래에 우리 인류에게 조금이나마 여유를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철학적 질문이 현상으로 다가올 시대로 달려가고 있다는 상상은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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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선 단 한 끼도 대충 먹을 수 없어
바이구이(by92)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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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일본 요코하마 라멘 박물관을 다녀왔다. 거리 풍경은 1950년대를 재현했다. 라멘의 나라답게 한 곳에서 전국 각지의 다양한 라멘을 먹을 수 있다는 콘셉트의 '라멘푸드테마파크'였다.

'지금의 일본 라멘은 1910년 등장했습니다. 도쿄 아사쿠사에서 오자키 간이치라는 사람이 최초로 화교 요리사들을 고용해 일본풍 중화요리점 라이라이켄을 열었는데, 이곳에서 판 남경소바(남경, 중화)가 지금의 쇼유라멘이자 일본 라멘의 효시입니다. (p. 136)'

일본인의 국민 음식인 라멘, 중국의 납면이 일본인 입맛에 맞게 변형되어 자리 잡은 음식이다. 하지만 누구도 납면과 라멘을 비슷한 음식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라멘이 일본 고유의 재료로 완전히 탈바꿈해 일본 음식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외국 요리가 일본으로 들어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일본만의 조리법으로 재탄생해 일본 요리인 와쇼쿠가 돼버린 '요오쇼쿠'는 부지기수다. 카레라이스, 돈카츠, 고로케, 햄버그스테이크, 와후 파스타, 디저트 몽블랑 등등등


혹자는 와쇼쿠를 두고 '뺄셈의 요리'라고도 합니다. (...) 원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기타 불필요한 맛을 최대한 배제하기 때문입니다. 재료가 지닌 풍미를 최대한 끌어내는 데에 주력하다 보니, 양념이나 간은 어디까지나 재료를 돋보이게 하는 조연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이렇게 양념과 간을 최대한 배제하는 까닭은 재료가 지니고 있는 풍성한 맛을 믿기 때문입니다. (p. 5)'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라도 일본 여행할 때만큼은 먹거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재료 본연의 풍미를 자랑하는 일본 전통 요리를 마다할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도쿄통이자 미식 전문가인 저자 바이구이는 일본으로 건너와 토착화된 외국 요리와 일본 전통 요리를 아우르는 와쇼쿠에 대한 풍부한 이야깃거리 그리고 맛집 85곳에 대한 정보를 <도쿄에선 단 한 끼도 대충 먹을 수 없어>에 담았다.

저자는 '때우는' 한 끼가 아니라 한 끼라도 '누리며' 먹는 사람을 미식가라고 말한다. 먹는 것에 진심이고, 여행이 목적이긴 하지만 도쿄에서 한 끼라도 허투루 먹고 싶은 않고, 도쿄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이 그 모두를 충족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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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보다 끊기 - 성장보다 성숙이 필요한 당신에게
유영만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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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면서 어른으로부터 또는 직장 생활하면서 상사로부터 흔히 듣던 말이다. '열심히 죽을힘을 다해서 ~해라', '기필코', '포기하지 마라', '헝그리 정신으로' , 불가능은 없다.' '되게 하라', '정신력으로 끝까지 버텨라', '좌고우면하지 말고 앞만 보고', '부지런히'... 이런 말대로 행동하려면 '끈기'가 필수다.

내가 수없이 듣고 행동에 옮기려 부단히 노력했던 명언들, 내 아이들, 미래세대에게도 먹힐까.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가 <끈기보다 끊기>에서 말하는 대답은 'No!'

이제 '끈기'로 이어지는 성장은 여기서 멈추고, '끊기'로 이어가는 행복한 성숙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p. 13)'

이제는 버티는 '끈기'보다 버리는 '끊기'가 필요한 때다. 그동안 '끈기'가 만능인 시대였다면 이제부터는 진정한 용기는 '끊기'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내가 나 자신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자주 하는 말도 있다. '곧 좋아질 거야', '어떻게 되겠지', '죽기야 하겠어?'...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말들은 어떤 일이 닥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할 때 아무 근거 없이 하는 말이다. 주로 주저앉아서...

곧 좋아지는 일이란 없다. 어떻게 되는 일도 없다. 끊어내지 못하면 말이다. '죽기야 하겠어? 내 의지대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추락해서 죽을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은 위기의 시대로 경제 빙하기라고 저자는 표현한다. 오를 곳이 없음을 의미한다. 나는 올라갈 곳이 많았던 세대여서 끈기를 장착해야 했지만, 여간해서 위로 올라가기 어려울 때는 고집을 버리고 끊기를 해야 한다. 일단 내려가 바닥에서 숨을 고른 후 성장보다는 성숙에 힘써야 한다.

1. 버티지 말자. 기꺼이 끊어내야 다시 오를 수 있다. 지금은 살아남아야 한다.
2. 버리고 내려가자. 과거 고성장 시절에 대한 미련부터 버리자.
3. 함께 하자. 주변 사람들에게 그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4. 두려워 말자.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을 꾸준하게 반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해낼 것이다.
5. 천천히 끊어내자.
6. 반성하며 끊어내자.
7. 방황도 괜찮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기꺼이 즐거운 방향을 하자.
8.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자. 감을 키우자 프로페셔널로 거듭나 새로운 패러다임의 흐름에 올라타자.


위기의 시기에 지친 우리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던져주며 기회로 삼는 법을 알려주는 책 <끈기보다 끊기>다. 지금 쉴 때가 아니다. 당장 일어나 뛰어야 한다며 뒤에서 채찍을 가하는 여느 자기계발서와는 결이 다른 메시지다. 위로를 준다. 여유를 갖게 한다.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주며 '도로'가 아닌 '길'을 알려준다.

'빨리 가는 '도로(road)'보다 굽이 돌아가는 '길(way)'이 아름답다. 틀린 길은 없다. 다만 풍경이 다른 길이 있을 뿐이다. 모든 길은 서로 통하기 때문이다. (p.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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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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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튜브에서 사회생물학자 최재천 교수가 손주의 귀가 자신의 귀를 닮았다며 좋아하면서도 쑥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았다. 자랑 같아 거북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심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최 교수님의 손주는 '웃음이 아니라 귀가 닮았다'.

'유전은 우리의 생물학적 과거를 통해 우리를 정의하며, 이것을 미래 세대로 이어감으로써 우리에게 불멸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p. 16)'

아이가 태어나면 발가락이라도 닮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살펴본다. 나도 그랬다. 아이에게서 내 DNA를 찾아내고 나서야 비로소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웃음의 이유가 많겠지만 그중에 하나, 내게서 아이에게 또 그 아이의 아이에게 전해질 안도도 포함된다. 나쁜 DNA가 아닐 때 말이다. 나쁜 유전자라면 애써 안도 대신 미안함 때문에 외면하려 한다. 남 탓으로 돌리는 한이 있더라도 인정하고 싶지 않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 칼 짐머도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딸아이 샬럿이 태어날 때 이야기를 소개한다. 유전 상담사와 만나기 전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유전자, 자신과 아내의 DNA가 태어날 아이에게 어떻게 결합하여 나타날지 불안해한다. 자신과 아내의 가계도를 살펴보기도 하고 DNA 검사를 받기도 한다. 다행히 태어난 딸아이에게서 어떤 유전 질환도 나타나지 않았다.

'샬럿에게서 아기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적어도 내 귀에는 그랬다. (p. 15 프롤로그)' 웃음이 닮았다.


칼 짐머의 <웃음이 닮았다>는 유전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유전으로 인해 빚어진 우생학, 인종주의, 성차별 등 역사 이야기를 여러 개의 짤막한 픽션처럼 구성했다. 재미있는 문학과 같은 과학 책이다.

'이 부자의 주걱턱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해부학자들은 이 같은 외모의 특성에 이 왕조의 이름을 붙여 '합스부르크 턱(Habsburg jaw)'이라고 불렀다. (p. 23)'

1장에 첫 번째 등장하는 픽션 같은 논픽션은 합스부르크 왕조 스토리다. 합스부르크 가는 유전자를 오염시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왕족 혈통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 근친을 했다. 그 결과는 그토록 바라던 고귀한 유전자 대신 아래턱이 돌출해 씹을 수없을 정도의 주걱턱을 비롯해 천식, 발작과 같은 유전질환이 나타났다. 불행하게도 그 당시 사람들은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주걱턱이 아버지에게서 상속된 것임을 알지 못했다.

1800년 대에 들어서서야 유전의 개념을 과학적 물음으로 삼기 시작했다. 찰스 로버트 다윈 Charles Robert Darwin을 시작으로 유전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인류가 유전의 수수께끼를 언제부터 캐기 시작했는지 과거로 시간 여행(2장), 우생학의 실험장이 된 비극(3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위적 유전자 조작에 따라 인류가 직면한 윤리적 딜레마(19장)까지.

유전과 연관된 폭넓은 주제를 다루기 위한 조사와 연구 그리고 책에 들어간 엄청난 정보를 감안할 때 인류의 서사를 담은 <사피엔스>에 필적할 만한 유전의 서사를 담은 책이다. 소장해 두고두고 읽어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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