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쿄에선 단 한 끼도 대충 먹을 수 없어
바이구이(by92)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5월
평점 :
1990년대 후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일본 요코하마 라멘 박물관을 다녀왔다. 거리 풍경은 1950년대를 재현했다. 라멘의 나라답게 한 곳에서 전국 각지의 다양한 라멘을 먹을 수 있다는 콘셉트의 '라멘푸드테마파크'였다.
'지금의 일본 라멘은 1910년 등장했습니다. 도쿄 아사쿠사에서 오자키 간이치라는 사람이 최초로 화교 요리사들을 고용해 일본풍 중화요리점 라이라이켄을 열었는데, 이곳에서 판 남경소바(남경, 중화)가 지금의 쇼유라멘이자 일본 라멘의 효시입니다. (p. 136)'
일본인의 국민 음식인 라멘, 중국의 납면이 일본인 입맛에 맞게 변형되어 자리 잡은 음식이다. 하지만 누구도 납면과 라멘을 비슷한 음식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라멘이 일본 고유의 재료로 완전히 탈바꿈해 일본 음식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외국 요리가 일본으로 들어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일본만의 조리법으로 재탄생해 일본 요리인 와쇼쿠가 돼버린 '요오쇼쿠'는 부지기수다. 카레라이스, 돈카츠, 고로케, 햄버그스테이크, 와후 파스타, 디저트 몽블랑 등등등
혹자는 와쇼쿠를 두고 '뺄셈의 요리'라고도 합니다. (...) 원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기타 불필요한 맛을 최대한 배제하기 때문입니다. 재료가 지닌 풍미를 최대한 끌어내는 데에 주력하다 보니, 양념이나 간은 어디까지나 재료를 돋보이게 하는 조연의 역할을 할 뿐입니다. 이렇게 양념과 간을 최대한 배제하는 까닭은 재료가 지니고 있는 풍성한 맛을 믿기 때문입니다. (p. 5)'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라도 일본 여행할 때만큼은 먹거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재료 본연의 풍미를 자랑하는 일본 전통 요리를 마다할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도쿄통이자 미식 전문가인 저자 바이구이는 일본으로 건너와 토착화된 외국 요리와 일본 전통 요리를 아우르는 와쇼쿠에 대한 풍부한 이야깃거리 그리고 맛집 85곳에 대한 정보를 <도쿄에선 단 한 끼도 대충 먹을 수 없어>에 담았다.
저자는 '때우는' 한 끼가 아니라 한 끼라도 '누리며' 먹는 사람을 미식가라고 말한다. 먹는 것에 진심이고, 여행이 목적이긴 하지만 도쿄에서 한 끼라도 허투루 먹고 싶은 않고, 도쿄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이 그 모두를 충족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