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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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태아처럼 등을 구부린 채, 천장을 보고 물속에 잠겨 있었다. 태아와 다른 점은 성인 남성이고 머리 부분이 없다는 점이었다. (...) 마치 시체는 처음부터 그런 모양이었던 것 같은, 기묘한 조각 작품처럼 보였다. (p. 27)'

머리가 사라진 시체를 시작으로 몸통, 팔, 다리가 없는 여섯 구의 시체만 남겨진 엽기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신체를 훼손하는 목적은 일반적으로 변태, 깊은 원한, 시체 분산 세 가지다. 하지만 살인 방식이나 현장에서 원한, 애증, 광기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범인은 예정된 작업을 정확하고 수행하고 깔끔하게 뒷정리하고 돌아갔다. 범인이 노린 것은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신체 부위가 사라졌을까?

'"범인이 두 사람을 살해하고 시체 일부를 잘라낸 이유는 그걸 가져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체의 나머지 부분을 남겨두고 가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p. 115)'

아자부주반 살인사건을 지휘하는 가부라기 데쓰오 앞으로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한다. 발신자는 죽은 사람을 뜻하는 '데드맨'으로 여섯 구의 시체에서 잘라낸 부분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이 이메일 속에 미궁에 빠진 연속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열쇠가 들어있을까?


역주행 베스트셀러답다. 가와이 간지의 <데드맨>은 무슨 목적으로 범인이 신체 일부가 없어진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질렀는지, 남겨진 시체가 알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거듭돼 추리소설의 재미를 더해준다.

그리고 철학적 질문 하나를 독자에게 던진다.


'"... 자, 이제 퀴즈예요. 머리만 남아 되살아난 당신은 누구 것이죠? 아니, 당신은 대체 누구일까요?" (p. 87)'

영화 <겟아웃>이 떠오른다. 흑인들의 우월한 신체가 탐난 백인들은 자신들의 뇌를 이식해 흑인의 몸을 빼앗는다. 그들은 흑인인가? 백인인가. 흑인 모습을 했으니 아니 뇌가 백인의 것이니...

'"어떤 남자가 병이 들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죠. 한편 몸은 건강한데 뜻하지 않은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남자가 있다고 하고요. 이때 병이 걸린 남자의 머리 혹은 뇌를 뇌사 상태인 남자에게 이식하는 경우는 생각할 수 없을까요?" (p. 105)'
이식 결과 둘 중 한 명은 죽었고 한 명은 살아남았다. 누가 죽었고 누가 살았나.

두 남자에게 아내가 있다면? 뇌의 주인인 남자의 아내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남자를 남편을 받아들이는데 불편함은 없을까? 뇌사한 남자의 부인은 어떤 남자가 남편의 모습으로 한 여자와 사는 것을 보며 남편이 죽었다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 남자와 부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 아이는 몸의 주인이었던 남자의 DNA를 물려받게 될 겁니다. 그런데도 법률적으로는 뇌의 주인이었던 사람의 자식이 될 겁니다. 그 아이는 과연 어느 쪽 남자의 자식일까요?" (p. 106)'

답을 찾는 과정에서 죽음이란, 실존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물음은 어쩌면 닥쳐올지도모를, 의학과 과학이 발전하여 뇌와 신체를 자유자재로 이식하는 미래에 우리 인류에게 조금이나마 여유를 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철학적 질문이 현상으로 다가올 시대로 달려가고 있다는 상상은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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