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의 이야기
리 우드러프 외 지음, 린지 미드 엮음, 김현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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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인생의 특별하고 놀라운 현재의 순간들에 집중하고

그 삶이 내게 주는 기쁨들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향유하고 싶다는 거다.

 

마흔의 나이가 재조명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마흔을 인생의 재정의하는 의미 있는 나이로 바라보지만 한국에서는 마흔에 대한 인식은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위기감이다. 나 역시 마흔을 넘겼고 마흔을 넘긴 나에게 가장 큰 불안함은 뭔가를 하기에 이젠 늦지 않았을까 라는 식이다. 2-30대는 젊으니까 무조건 도전을 할 수 있었지만 40대는 안정을 찾게 된다. 더 늦기 전에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압도한다. 이제 늦었다는 생각에 뭔가를 시도하기 보다는 지키기 위해 초조해한다.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는 나와 같은 불안함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15명의 여성 작가가 권하는 마흔에 대한 이야기다. 15명의 작가들이 마흔을 넘어서며 느낀 자신의 마흔을 이야기하며 아직 뭔가를 하기에 늦지 않았음을 격려해준다.

 

사회는 30대까지는 젊은이로 칭한다. 2-30세대들을 향한 다양한 활동이 있고 그들은 혈기에 차 있다. 무엇을 시도하든 겁내지 않는다. 그들은 젊으니까. 이 책에 수록된 15명의 작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에게도 2-30대는 겁이 없고 앞을 보며 달려가는 시기였다. 베로니카 체임버스가 말한 경기의 전반전과 후반전에서 2-30대까지는 전반전이라 할 수 있다. 전반전은 중요하다. 전반전에서 압도적으로 경기를 끌어나가면 후반전까지 끌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베로니카 체임버스는 말한다.

 

무슨 수를 써도 전반전에서는 승리할 수 없다.

승리는 후반전의 마지막 몇 초에 이르러서야 결정된다.

 

전반전에서 설사 뒤쳐진다 해도 중요한 건 후반전이다. 후반전에서 충분히 인생을 만회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노화를 원하지 않는다. 나이와 세월은 막을 수 없다. 저자들은 지나간 세월을 그리워하지 않기로 한다. 지금의 후반전에 충실하고자 한다. 후반전에 들어선 지금을 충분히 즐기고자 한다. 그래서 얼굴에 새겨진 주름 또한 피하지 않으며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주름을 제거하기 위한 시술을 받지 않겠느냐는 주위의 말에 시술을 하느니 자신을 예쁘게 보이는 조명을 설치하겠다며 우스개소리를 한다. 나이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결코 할 수 없는 말이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배우 조민수씨가 생각났다. 다른 여배우와 달리 나이 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길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 자신을 인정하기에 취할 수 있는 멋진 여성의 모습이었다. 지난 젊음을 그리워하며 지키기보다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모습이 이 책 속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나한텐 그럴 시간이 없어.'

나는 우울해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이 나라를 휩쓸고 있는 이 부정적인 기운에 휘말릴 시간이 없어.

내 것이 아닌 그 기운,

내가 틈을 주면 분명히 나를 마비시켜버리고 말 그 기운에 말이야.

우리 앞에 곧 힘들고 기상천외한 시간이 닥칠 거란 것

역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에 낙담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저자 소프로니아 스콧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우울한 친구의 전화를 받는다. 앞으로 트럼프가 이끌어갈 미래에 대해 우울해하는 친구와의 통화를 끊고 저자는 혼잣말로 말한다. '나한테 그럴 시간이 없어.'

저자의 나이 51세, 소프로니아 스콧은 인생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알고 있다. 그리고 비극이 얼마나 인생을 뒤흔드는지도 잘 알고 있다. 모든 것에 시간을 보내기에는 시간이 없다라는 걸 저자는 알고 있다. 휘트니 휴스턴이 뛰어난 목소리를 가졌음에도 재능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한 쓸쓸한 얼굴을 자신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자신의 인생에 더욱 집중하며 즐기기에도 시간은 촉박하다.

 

마흔, 마흔은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나이이다. 이제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말을 슬프게 받아들인다. 이제 끝이라고, 자신의 인생은 너무 늦었다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의 저자들은 이를 역으로 받아들인다. 기쁘게 내려오고 뭔가를 이루기보다 이제 즐기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십대에 하지 못했던 배우를 서른 아홉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그 자체를 즐긴다. 열심히 즐기며 살아가리라 외치며 자신의 현재에 집중한다. 2-30대라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을 마흔이 되어 알아간다.

 

이 책을 읽노라면 유명한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마흔에게>가 떠오른다. '생산성'위주의 삶에서 벗어나 '존재가치'의 삶을 살아갈 것을 말하는 내용이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와 맥락을 같이 한다. 춤을 추듯 사는 삶. 하는 것 자체를 의미로 두는 삶. 이들의 삶에 의미 없는 것은 없으므로 기쁘게 시작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아직까지 두려운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나이 든 자신을 인정하며 최선을 다해 즐기는 멋진 언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도 역시 그 멋진 삶을 살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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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책을 권합니다 - 북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책방 이야기
노희정 지음 / 소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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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선물을 좋아한다. 책을 받는 것도 좋아하지만 선물하는 것 또한 좋아한다. 상대방에게 책선물을 할 때, 꼭 필요한 책이였다는 후기를 들으면 마음이 뿌듯해지곤한다. 책선물은 가장 어렵다. 책의 종류는 많고 그 사람의 고민 또는 관심사를 잘 알아야만 책을 선물할 수 있다. 그래서 나 또한 지인에게 선물할 때마다 책장의 책을 몇번씩 살펴보곤 한다. 나야 개인적인 기쁨이지만 책을 권하는 게 직업인 사람들은 어떨까? 단 한 명도 아닌 1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책을 권한다면?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는 20년 넘게 책을 권하는 일을 해온 곰곰이 책방 노희정 대표의 책방 운영기이다.

내가 아는 분 중에도 <마.쉬>라는 북카페를 운영하는 지인이 있다. 갈수록 독서인구는 줄어들고 인터넷서점으로 동네책방이 갈수록 줄어드는 이 때, 인스타그램과 여러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책방활동을 이어가는 지인을 보며 책만 좋아해서는 결코 운영하기 힘든 시대임을 알게 된다. 책만 좋아하면 될 것 같은데, 책만 좋아해서는 될 수 없는 책방지기의 삶을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에서 솔직하게 써내려간다.


책에 대한 애정만큼은 대형서점이 동네책방을 따라갈 수 없다.

이는 책방지기의 부지런함에서 비롯된다.

책방 주인이 되면 우아하게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출근에서 퇴근까지 서가 정리부터 행사 기획과 준비,

주문 반품까지 할 일이 많다.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 37p


저자는 흔히 책방 주인에 대한 환상부터 바로잡는다. 카운터에 여유롭게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손님이 오면 계산만 하면 되는 일상을 꿈꾼다. 하지만 동네 책방 주인은 쉴 틈이 없다.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서점과는 다른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더 긴 인연을 만들어가기 위해, 고객이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찾아노는 서점을 만들기 위해 책을 선별해서 주문해야 하고 서가 배치에도 심혈을 기울어야 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책방 주인이다.

저자의 책방 <곰곰이 책방>은 회원제도이다. 설립 당시부터 강의가 있는 동네 서점을 최초로 기획하고 회원제로 운영하며 작가와의 만남, 체험 놀이, 곰곰이 신문 기자단 등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하지만 많은 프로그램보다 회원들에게 알맞은 책을 권하는 작업인 북클리닉 회원 제도는 책을 권하는 책방지기의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이 세상에 책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선정이 잘못되어 책이 싫어지고 멀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선정 도서 목록은 중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어떤 책을 읽고 자라느냐는

그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 89p


어린이· 청소년 책방이다보니 책을 선별해서 보내는 작업은 더욱 조심스럽다. 성인의 경우 이미 독서가 습관인 사람이겠지만 어린이의 경우 책을 읽는 경험이 즐겁지 않으면 커서 책과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아이들이 즐겁고 오래갈 수 있는 책읽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고심한다. 그래서 책 선정에 신중을 가하고 홍보성이 아닌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저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책방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저자가 방문한 여러 지역의 동네 책방들의 이야기 또한 빼놓지 않는다. 가령 강원도 속초의 '동아서점', '문우당서림', '완벽한 날들' 의 경우 각 서점의 차별점등을 소개해 주고 <마녀의 체력>으로 유명한 통영의 '봄날의 책방' 또한 소개해 준다. 이 책방들의 이야기를 통해 책방을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팁 또한 얻을 수 있다. 동네 책방은 책만 있어서는 결코 운영될 수 없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과 달리 살아남기 위해서는 책방 운영자의 독특하고 차별화가 있어야만 한다.

시대에 따라 책을 권하는 방식도 달라져간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읽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책방 주인은 더 부지런해야 한다.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에는 곰곰이 책방에서 실행했던 프로그램 중 불가피한 문제로 중단된 프로그램도 있고 고객 관리를 위해 홍보 수단 및 관리 수단도 시대를 따라 변화해간다. 20년 넘게 책방을 운영하기까지 책방 주인의 끊임없는 변신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록 때때로 그만두고 싶은 고비도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었던 힘은 결국 사람들일 것이다. 어린 시절 방문하여 지금까지 곰곰이 책방을 생각해 주고 안부를 나눠주는 그 당시 어렸던 꼬마 손님들과 학부모들과 자원봉사로 함께 해 주는 고객들 등이 힘이 되었을 것이다.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를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책을 권하는 일의 어려움을 실감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더욱 신중을 가하는 노희경 대표를 보며 내 아이들의 책장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과연 나는 내 아이들에게 맞는 책을 사 주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한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듯, 책을 권하는 일은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하는 일임을 이 책을 보며 느낀다.

-P.S :

저자는 책을 권하는 일에 '북큐레이터'와 '북클리닉' 회원제도를 말한다.

굳이 영어를 써야 할 까? 우리의 말로 쓸 수는 없는 걸까? '북큐레이터'라는 말보다 순수한 우리 말을 되살린다면 책방의 특별한 직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자에게 권하고 싶다.






-온라인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소개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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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 여성의 노동은 왜 차별받는가
아이린 파드빅.바버라 레스킨 지음, 황성원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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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한다. 여자들이 살기 좋아졌다고. 결혼 후 맞벌이는 이제 기본조건이 되었고 아이가 있어도 워킹맘으로 살 것을 강요받는 시대다. 100년 전에 비해 여성이 살기 좋아진 건 맞다. 예전에 비해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진 건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데이타는 '수량'만을 보여줄 뿐 더 중요한 '질'은 보여주지 않는다. '여성 일자리의 질' '여성 일자리의 환경과 조건' 등을 살펴보면 우리는 살기 좋아졌다는 말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은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아이린 파드빅(Irene Padavic)과 워싱턴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바버라 레스킨 (Barbara Reskin) 이 함께 공저한 책으로 여성의 노동에 대한 역사와 현실, 저평가받는 원인과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한 책이다. 두 공동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의 노동의 차별이 생긴 기원부터 실태 조사와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등을 논의한다.


여성에 비해 인간 활동에 가치를 매기는 지위를

차지하는 일이 더 많은 남성들은 남성의 활동을 표준으로 여기고,

한 사회의 존립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른 활동을 열등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33p


먼저 나는 이 구절에서 디폴트(Default)를 생각했다. 남성을 기본값으로 설정하여 사회 활동을 남성 위주로 설계하게 만든 젠더 데이터의 부재를 고발한 「보이지 않는 여자들」 을 떠올리게 한다. 이 사회가 누구를 전제로 설계되었나. 주로 육체적인 활동이 많은 남성들의 일이 '기본'으로 간주되고 모든 노동이 '남성' 위주로 재편된다. '여성'의 노동은 '남성'보다 저평가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남성'이 하는 일을 '여성'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육체적인 일이 꼭 남성의 노동의 전유물은 아니지 않나? 맞다. 저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 또한 제시해준다.

남성이 우월하다는 가정의 부산물 중 하나가

바로 여성을 남성의 돌봄이 필요한 열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가부장주의 paternalism다.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88p


여성을 약하고 돌봄이 필요한 존재로 간주하는 성별 고정관념은 전통적인 남성의 영역에 여성의 진입을 가로막았다. 그 고정관념은 너무 뿌리가 깊고 만연해 있어 사회는 그 현상이 당연한 현상으로 자리잡혀졌다.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기혼 여성들의 노동에 관한 부분이다. 아이 엄마로서 기혼 여성에게 쉽지 않은 노동 현실을 잘 알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한국은 모자보건법 및 출산휴가와 육아휴가 등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정부는 여러 법을 제정하지만 '경력단절'로 고통받는 여성의 수는 갈수록 증가한다. 어디 그 뿐인가. 정리해고 1순위는 바로 가정이 있는 여성이다. 이 현상은 한국 뿐만이 아닌 미국과 다른 나라 또한 마찬가지다. 아이가 태어나도 남성들은 책임감을 더 무겁게 느낄지언정 해고나 경력단절 걱정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성은 결혼하는 순간 직장의 존폐가 쉽게 흔들린다.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서 다시 기본값(Default)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회는 남녀가 아닌 가정이 있는 기혼 남성이 기본값이 되었다. 가부장주의에 근거한 기혼 남성이 기본값이 되며 일자리 또한 남성위주로 재편되었다. 여성은 결국 가사와 육아를 책임져야 하고 따라서 일에 더 소홀할 수 밖에 없다는 '별개의 영역' 이데올로기가 기혼여성의 일자리를 가로막는다. 전문직이 아닌 이상 설사 전문직이더라도 아이가 태어나면 여성에게 일자리를 쉴 것을 강요한다. 어디 그 뿐일까. 나 역시 일자리로 복귀하면서 언제까지 내가 두고 일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으로 쳐다보는 눈초리에 힘들었다. 회사의 피해를 주면 안 되는데 법과 인정으로 어쩔 수 없이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회사의 압박에 힘들었었다. 아이 아빠인 남편은 그런 고민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는 한 번도 이런 압박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기혼 남성에게는 더 한 책임감을 기대받으면서 왜 기혼 여성 특히 엄마들은 회사에 소홀하게 되고 조만간 퇴사할 것을 기대하는가? 바로 사회의 일자리가 남성들 위주로 기본값이 되었기 때문이다.

남성을 전제로 설계된 노동이 여성의 승진을 막고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피라미드 조직의 최고점은 남성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여성은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지만 주로 결정하는 권한은 남성이 많다. 남성 결정권자는 주로 남성에게 유리한 결정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노동의 악순환이며 유리천장이 깨지지 않는 하나의 원인이다.

저자는 노동 성차별에 대하여 미국에서 있었던 많은 소송건들을 예시로 제시한다. 때론 여성 노동자가 승소하고 때론 회사들이 승소하기도 한다. 끊이지 않는 이의 제기와 뒤늦게 문제를 알아차린 정부의 차별금지법안과 노동법들이 시행되며 이러한 성차별 현상은 다소 약해졌다. 저자들은 정부의 강력한 법집행을 강조하지만 역시 개선하려는 고용주의 강한 의지가 없이는 무의미함을 잘 알고 있다. 우리도 잘 알다시피 고용주의 결정에 따라 성차별은 더욱 심해질수도 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리천장이 더 이상 없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니다. 유리천장은 아직도 건재하다. 다만 아직도 기본값인 남성들에게 잘 보이지 않을 뿐.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정부의 많은 아동 복지와 여성의 경력단절이 왜 실패하는가를 되짚어보았다. 바로 정책 결정권자들의 시각이 여전히 남성을 기본값으로 보는 시선에서 머물러 있음을 깨달았다. 먼저 정책 결정권자들에게는 남녀 모두를 기본값으로 바라보고 그 후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로 아동 보육이 사실상 가정에게 모두 넘어간 상태에서 여성의 노동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남성과 여성 모두 동일한 기본값이 되는 시선을 보지 않는 한 여성에게 유리천장은 더욱 두꺼워질 수 밖에 없다. 기본값을 재설정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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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만 하던 옆집 언니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정경숙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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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발달 후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 덩달아 작가를 꿈꾸는 사람 또한 많아졌다. 책 출간을 꿈꾸지만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막상 책을 쓰자니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살림만 하던 옆집 언니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는 이 한권의 책이 출간되며 꿈을 이루기까지의 체험을 기록한 체험기다.

『살림만 하던 옆집 언니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를 보았을 때 책쓰기에 관한 방법을 알게 될 걸 기대하고 보았다. 하지만 이 책은 책쓰기 방법 또한 알려주지만 실상은 저자가 여러 실패를 거쳐 작가라는 꿈을 정하고 이루기까지의 여정에 더 초점을 맞춘다.

몇 번의 유산과 사산을 거쳐 6년만에 얻은 큰애가 3살이 되던 해 저자는 항상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힘들게 아이를 낳았고 아이는 부부에게 가장 큰 보물이었다. 아이를 보면 시름이 달아났다. 그렇게 엄마로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본 교회 전도 아주머니가 저자에게 우울증 걸려 보이는 저자를 걱정한다.

그 때부터 저자는 자신을 생각한다. 엄마로만 살고 있는 게 정말 행복한 걸까. 나의 꿈은 어디 있는 걸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신의 행복을 의심했고 자신을 위한 꿈을 찾기 시작한다.

저자는 자신의 실패담을 생생하게 기록한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상고에 입학하고 경리로 일을 시작하지만 일 년 만에 사직하고 여러 아르바이트 및 일자리를 전전한다. 결혼해서도 경매를 공부해서 이윤도 보고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취득해서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마음먹으면 미련을 버리고 과감하게 돌아서버리고 다른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다. 비록 실패투성이였지만 그 실패에 연연하기보다 더 나은 자신의 꿈을 찾는 여정이라고 생각해간다.

깊은 고민 끝에 다다른 자신의 꿈의 종착역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였다. 읽고 글을 쓰며 저자는 행복을 느끼고 작가라는 종착지에 전력을 다한다. 그 결심에 남편의 단순한 한 마디 "당신의 다이어트 경험을 한 번 써 봐."

아내의 꿈을 무시하지 않고 아내를 응원해주는 남편의 격려에 저자는 자신의 꿈을 전력질주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저자는 남편에게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고 남편의 500만원 지원을 받으며 시작한 수업. 남편의 사랑이 가득하면서도 자신 또한 남편에게 헌신하는 상호 관계임을 주지시켜준다.

『살림만 하던 옆집 언니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은 분명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 많이 다르다. 작가의 실패담도 솔직하게 밝히고 작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체험담도 드러내지만 사실 내가 기대헀던 어떻게 작가라는 꿈으로 결정하게 되었는지는 단순한 몇 글자로 기록되어 있어 매우 아쉽다. 사람들은 뭔가를 이루고 싶어도 자신이 원하는 걸 잘 모른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을 수 있게 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부분이 좀 더 보강이 되었다면 도움이 많이 되었을 듯 싶다. 물론 이 책의 제목처럼 작가가 되기 위한 노력, 매일 글쓰고 책을 읽으며 책쓰기 수업을 들으며 결과물과 책쓰기에 대한 팁등을 알려준다. 다만 책쓰기 수업이 아닌 저자의 순수한 노력으로 책을 출간하게 되는 과정을 기대했다면 그건 나의 욕심일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건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노력으로 이룬 작가의 경험담을 읽고 싶었던 건 내 욕심이 아니었나 싶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나의 아이디는 '꿈꾸는 사람'이다. 매번 서평을 쓰기 위해 꿈꾸는 사람이라는 내 서재를 보면서 생각을 한다. 나는 꿈만 꾸다 끝날 것인가. 아니면 꿈을 이룰 것인가. 해가 갈수록 꿈만 꾸는 내 모습에 초조해지기만 한다. 이 책은 아쉬움도 있었지만 작가는 분명 꿈을 꾸었고 꿈을 이룬 작가이다. 저자는 말한다. 실천하라고. 그 속에 답이 있다고. 나도 작가처럼 꿈꾸는 사람이 아닌 꿈을 이루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맞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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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 세월과 내공이 빚은 오리진의 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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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속담에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십 년이라는 세월동안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백년식당'은 어떨까? 백년은 강산이 변한다는 십 년을 열 번이나 거쳐온 것이다. 그 사이 경영환경이 변하고 전통 식당 대신 프랜차이즈 식당이 대세가 되었다. 개인 음식점은 일년에 가장 폐업률이 높은 분야이다. 이 변화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낸 식당이 있다. 일명 저자인 박찬일 주방장이 말하는 '노포'들이다. 그는 오랜 세월을 굳건히 이겨낸 그 '노포'들의 비밀을 알기 위해 노포 탐사를 한 여정을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에 밝힌다.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에서는 저자가 탐사한 노포 중 20곳의 노포 탐사가 기록된다. 직접 가서 음식을 맛보고 식당 사장님과 인터뷰하며 무엇이 지금까지 지켜주었는지 관찰한다. 그리고 그 관찰에는 어김없이 공통점이 있다. 무엇일까.


기본을 지키는 것이지요.

하다못해 소뼈 씻고 피 빼는 일도

항상 똑같이 해야 합니다.

좋은 재료는 손님을 지켜준다.

이 말이 아버지 말씀이었어요.

그게 선순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얕은 수는 손님이 먼저 다 알게 됩니다.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 154p


사람들은 안다. 같은 프랜차이즈라 하더라도 주방장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사실을. 레시피가 똑같다해도 사람에 따라 음식의 맛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하지만 노포는 다르다. 저자가 탐사한 노포들은 자식이나 또는 타인에게 식당 전권을 넘겨줘도 맛은 동일하다. 왜? 그들은 오리진의 입맛을 지키기 위해 보고 배운 그대로 똑같이 음식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 할 수 있다.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하지만 예전 방식은 손맛이었다. 오랜 시간을 들여 고기를 끓이고 하나의 음식이 들이기까지 어떤 술수도 쓰지 않는다. 그 우직함은 시간이 흘러도 다음 세대가 그대로 이어받는다. 옛 입맛을 그리워하는 고객들이나 새로운 세대들이 같은 맛을 공유하는 건 큰 축복이다.





서소문 잼배옥 사장님의 말을 듣노라면 예전에 보았던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떠오른다. 백종원 대표는 손님들에게 받은 만큼 식당에 투자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글을 읽으며 백종원 대표의 말이 떠오른 건 재료에 투자하며 손님들에게 좋은 재료를 공급하고자 하는 노포의 특징 때문이다.


예전, 자주 들르던 식당이 있었다. 항상 동일한 반찬이 나오던 그 식당은 반찬 값이 인상되었다며 반찬수를 대폭 축소하고 양도 적어졌다. 손님의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릴지언정 동일한 서비스를 기대하고 왔건만 식당의 이윤에 맞춰 손님 서비스가 단번에 달라지니 기분이 불쾌했다. 그리고 그 식당은 더 이상 찾지 않았다.


하지만 노포들은 다르다. '똑같이'라는 원칙이 재료에도 동일하다. 예전보다 더 좋은 재료를 내오면 내왔지 처음보다 못한 재료로 요리하지 않는다. 노포들은 요즘 식당들이 백종원 대표를 통해 아는 것을 온 몸으로 체득했다. 손님에게 투자할 때 그 가게는 사랑받는 가게가 된다는 걸.



취재한 여러 노포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오래 일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점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 직원들은 이 곳에서 끝까지 함께 하는 곳을 당연히 여긴다. 일할 수 있다면 끝까지 가는 곳. 심지어 주방장이 동생에게 물러주어 형제가 한 노포에서 직원으로 근무할 정도이다. 끝까지 함께 하는 직원들의 마음이 이직이 잦은 현대 노동자들과 다를 수 밖에 없다. 직원을 귀히 여기는 곳. 직원을 귀히 여기면 직원은 손님을 귀히 여긴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종신고용의 선순환이 아닐까?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에 나오는 노포들에게는 직원과 함께 오래 일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청진옥도, 부민옥도, 문경등심, 우래옥도 모두 끝까지 함께 한다.

'처음처럼', '똑같이'는 결코 쉬운 게 아니다. 특히 사람이 바뀌면 같은 전통을 유지하는 건 상당히 많은 노력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 노포들에게는 원칙이 있었다. 배운대로, 본 대로 우직함을 지켜나갔다. 그 우직함은 손님들에게 인정받았고 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노포를 지켜나갈 수 있었다. 이 노포들을 보며 나를 생각해본다. 이제 백세시대라고 하는 이 때, 나는 이들처럼 오래 가기 위해서 어떤 원칙이 필요하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내가 백년식당에서 배운 것들』의 노포들은 브랜드라는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지만 몸으로 경험으로 손수 실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독자들은 살아 있는 전설이 된 그들을 통해 브랜딩을 배워간다. 브랜딩, 마케팅의 답변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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