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 - 북큐레이터가 들려주는 책방 이야기
노희정 지음 / 소동 / 2021년 1월
평점 :

책선물을 좋아한다. 책을 받는 것도 좋아하지만 선물하는 것 또한 좋아한다. 상대방에게 책선물을 할 때, 꼭 필요한 책이였다는 후기를 들으면 마음이 뿌듯해지곤한다. 책선물은 가장 어렵다. 책의 종류는 많고 그 사람의 고민 또는 관심사를 잘 알아야만 책을 선물할 수 있다. 그래서 나 또한 지인에게 선물할 때마다 책장의 책을 몇번씩 살펴보곤 한다. 나야 개인적인 기쁨이지만 책을 권하는 게 직업인 사람들은 어떨까? 단 한 명도 아닌 1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책을 권한다면?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는 20년 넘게 책을 권하는 일을 해온 곰곰이 책방 노희정 대표의 책방 운영기이다.
내가 아는 분 중에도 <마.쉬>라는 북카페를 운영하는 지인이 있다. 갈수록 독서인구는 줄어들고 인터넷서점으로 동네책방이 갈수록 줄어드는 이 때, 인스타그램과 여러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책방활동을 이어가는 지인을 보며 책만 좋아해서는 결코 운영하기 힘든 시대임을 알게 된다. 책만 좋아하면 될 것 같은데, 책만 좋아해서는 될 수 없는 책방지기의 삶을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에서 솔직하게 써내려간다.
책에 대한 애정만큼은 대형서점이 동네책방을 따라갈 수 없다.
이는 책방지기의 부지런함에서 비롯된다.
책방 주인이 되면 우아하게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출근에서 퇴근까지 서가 정리부터 행사 기획과 준비,
주문 반품까지 할 일이 많다.
저자는 흔히 책방 주인에 대한 환상부터 바로잡는다. 카운터에 여유롭게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손님이 오면 계산만 하면 되는 일상을 꿈꾼다. 하지만 동네 책방 주인은 쉴 틈이 없다.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서점과는 다른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더 긴 인연을 만들어가기 위해, 고객이 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찾아노는 서점을 만들기 위해 책을 선별해서 주문해야 하고 서가 배치에도 심혈을 기울어야 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책방 주인이다.
저자의 책방 <곰곰이 책방>은 회원제도이다. 설립 당시부터 강의가 있는 동네 서점을 최초로 기획하고 회원제로 운영하며 작가와의 만남, 체험 놀이, 곰곰이 신문 기자단 등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하지만 많은 프로그램보다 회원들에게 알맞은 책을 권하는 작업인 북클리닉 회원 제도는 책을 권하는 책방지기의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이 세상에 책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선정이 잘못되어 책이 싫어지고 멀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선정 도서 목록은 중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어떤 책을 읽고 자라느냐는
그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린이· 청소년 책방이다보니 책을 선별해서 보내는 작업은 더욱 조심스럽다. 성인의 경우 이미 독서가 습관인 사람이겠지만 어린이의 경우 책을 읽는 경험이 즐겁지 않으면 커서 책과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아이들이 즐겁고 오래갈 수 있는 책읽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고심한다. 그래서 책 선정에 신중을 가하고 홍보성이 아닌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저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책방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 저자가 방문한 여러 지역의 동네 책방들의 이야기 또한 빼놓지 않는다. 가령 강원도 속초의 '동아서점', '문우당서림', '완벽한 날들' 의 경우 각 서점의 차별점등을 소개해 주고 <마녀의 체력>으로 유명한 통영의 '봄날의 책방' 또한 소개해 준다. 이 책방들의 이야기를 통해 책방을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팁 또한 얻을 수 있다. 동네 책방은 책만 있어서는 결코 운영될 수 없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과 달리 살아남기 위해서는 책방 운영자의 독특하고 차별화가 있어야만 한다.
시대에 따라 책을 권하는 방식도 달라져간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읽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책방 주인은 더 부지런해야 한다.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에는 곰곰이 책방에서 실행했던 프로그램 중 불가피한 문제로 중단된 프로그램도 있고 고객 관리를 위해 홍보 수단 및 관리 수단도 시대를 따라 변화해간다. 20년 넘게 책방을 운영하기까지 책방 주인의 끊임없는 변신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록 때때로 그만두고 싶은 고비도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었던 힘은 결국 사람들일 것이다. 어린 시절 방문하여 지금까지 곰곰이 책방을 생각해 주고 안부를 나눠주는 그 당시 어렸던 꼬마 손님들과 학부모들과 자원봉사로 함께 해 주는 고객들 등이 힘이 되었을 것이다.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를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책을 권하는 일의 어려움을 실감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더욱 신중을 가하는 노희경 대표를 보며 내 아이들의 책장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과연 나는 내 아이들에게 맞는 책을 사 주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한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듯, 책을 권하는 일은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하는 일임을 이 책을 보며 느낀다.
-P.S :
저자는 책을 권하는 일에 '북큐레이터'와 '북클리닉' 회원제도를 말한다.
굳이 영어를 써야 할 까? 우리의 말로 쓸 수는 없는 걸까? '북큐레이터'라는 말보다 순수한 우리 말을 되살린다면 책방의 특별한 직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자에게 권하고 싶다.
-온라인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소개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